$pos="L";$title="";$txt="";$size="250,129,0";$no="2009082010511553824_1.jpg";@include $libDir . "/image_check.php";?>짐 콜린스라는 경영학자가 있습니다. 그는 미국에서만 100만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 ‘위대한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라는 책으로 우리에겐 더 잘 알려져 있습니다.
성공기업들을 파헤친 경험, HP, 맥킨지 등에서 근무한 경력 등을 감안할 때 경영학자보다는 경영컨설턴트, 경영의 대가 쪽에 더 가까울 수도 있습니다.
그런 그가 어느 날 스톡데일이라는 사람을 만났습니다. 스톡데일은 베트남 전쟁이 한창일 때 포로수용소에 갇혀 있던 미국의 장군이었습니다.
스톡데일은 1965년부터 1973년까지 8년간 수용소에 갇혀 있었습니다. 20여차례의 혹독한 고문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살아남아 가족들을 다시 볼 수 있을지조차 불확실한 상태에서 긴 세월을 견뎌냈습니다.
짐 콜린스가 스톡데일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수용소 생활을 견뎌내지 못한 사람들은 누구였습니까?”
스톡데일이 대답했습니다.
“낙관주의자들이었습니다.”
다시 물었습니다.
“낙관주의자요? 이해가 안 가는데요.”
그러나 스톡데일은 다시 대답을 합니다.
“낙관주의자들입니다. 그러니까 ‘크리스마스 때까지는 나갈 거야’하고 말하던 사람들 말입니다. 그러다가 크리스마스가 오고 크리스마스가 갑니다. 그러면 그들은 ‘부활절까지는 나갈 거야’하고 말합니다. 그리고 부활절이 오고 다시 부활절이 가지요. 다음에는 추수감사절, 그러고는 크리스마스를 기다립니다. 그러다가 상심해서 죽지요.”
짐 콜린스는 스톡데일과의 이런 대화를 통해 스톡데일 패러독스(Stockdale Paradox)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냅니다. 크리스마스 때까지 나가지 못할지도 모르니 이에 대비한 스톡데일의 모습에서 그런 생각을 해낸 것입니다.
짐 콜린스는 그가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을 이렇게 풀고 있습니다. 수용소 생활을 견뎌내지 못한 사람들은 물론 “우리는 살 수 없다”는 생각을 한 비관주의자들이었습니다. 그러나 낙관주의자들도 죽어갔습니다. 크리스마스, 부활절, 추수감사절에 나가리라 믿고 있다가 좌절되면 상심했기 때문입니다.
살아남은 사람은 “우린 크리스마스 때까지 나가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니 대비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 쪽이었습니다. 단순한 낙관보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이를 헤쳐 나가려는 마음이 그만큼 중요한 것입니다.
오늘 아침 짐콜린스와 스톡데일 장군의 얘기를 떠올린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서거한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서 그런 DNA를 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1973년 8월 일본에서 반 유신운동을 펼치다 중앙정보부에 의해 서울로 압송된 이른바 김대중 납치사건을 비롯해 그가 겪어야 했던 고난을 일일이 열거할 수도 없습니다. 유신이래 5년반의 투옥, 3년여의 망명 등 그가 겪은 정치적 시련은 소설과 다를 바 없습니다. 그의 삶은 넘어지고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나 걸어온 우리 민족의 역사와 다를 것이 없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 때는 바람 앞의 등불신세가 된 한국을 이끌어가는 대통령이었습니다. 당연히 국민들은 좌절 속에 빠졌습니다. 다시 가난한 나라의 대열로, 후진국으로 갈 수밖에 없는 위기의 수렁에서 헤맬 수밖에 없었지요. 이때 그는 DJ 패러독스의 지혜로 국민을 무장시켰습니다.
그는 이런 위기의 수렁 속에서 비관도, 낙관도 하지 않았습니다. 위기 속에 국민들을 이끌고 “우린 다시 가난한 삶을 면치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차근차근 대비하고 매듭을 풀어나가면 다시 선진국이 될 수 있다”는 동기를 부여하고 확신을 심어줬습니다.
국민들의 용기만을 북돋우기 위한 단순한 낙관보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이를 헤쳐 나가려는 마음을 심어줬던 것입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우리는 1년반 만에 외환위기를 극복했습니다. IT코리아, 한류의 초석도 다졌습니다. 민주화의 꽃을 피웠습니다.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앞당기는데도 기여했습니다.
어떤 전문가들은 그의 이런 모습을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으로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큰 명분과 작은 실리를 함께 이루어낸 셈입니다.
그런 그의 노력과 삶의 지혜를 스톡데일 패러독스에 비교할 수 있겠습니까? 냉혹한 현실을 냉정하게 받아들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최종 목표를 향해 흔들림 없는 믿음으로 묵묵히 실천해 나간 그의 ‘85년 삶’ 그것은 스톡데일 패러독스를 뛰어넘은 DJ 패러독스가 아닐까요?
암벽을 타듯 아래를 내려다보지 않고, 실패에서 추락하는 것을 생각하지 않고, 국가와 민족을 위해 오직 올라갈 곳과 다음 스텝만 바라보며 일생을 바친 그의 삶에 다시한번 경의를 표합니다.
이젠 역사속의 위대한 지도자로 남게 된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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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 아시아경제신문·이코노믹리뷰 회장 preside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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