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권대우의 경제레터] DJ 패러독스

시계아이콘01분 58초 소요

짐 콜린스라는 경영학자가 있습니다. 그는 미국에서만 100만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 ‘위대한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라는 책으로 우리에겐 더 잘 알려져 있습니다.
성공기업들을 파헤친 경험, HP, 맥킨지 등에서 근무한 경력 등을 감안할 때 경영학자보다는 경영컨설턴트, 경영의 대가 쪽에 더 가까울 수도 있습니다.
그런 그가 어느 날 스톡데일이라는 사람을 만났습니다. 스톡데일은 베트남 전쟁이 한창일 때 포로수용소에 갇혀 있던 미국의 장군이었습니다.
스톡데일은 1965년부터 1973년까지 8년간 수용소에 갇혀 있었습니다. 20여차례의 혹독한 고문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살아남아 가족들을 다시 볼 수 있을지조차 불확실한 상태에서 긴 세월을 견뎌냈습니다.


짐 콜린스가 스톡데일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수용소 생활을 견뎌내지 못한 사람들은 누구였습니까?”
스톡데일이 대답했습니다.
“낙관주의자들이었습니다.”
다시 물었습니다.
“낙관주의자요? 이해가 안 가는데요.”
그러나 스톡데일은 다시 대답을 합니다.
“낙관주의자들입니다. 그러니까 ‘크리스마스 때까지는 나갈 거야’하고 말하던 사람들 말입니다. 그러다가 크리스마스가 오고 크리스마스가 갑니다. 그러면 그들은 ‘부활절까지는 나갈 거야’하고 말합니다. 그리고 부활절이 오고 다시 부활절이 가지요. 다음에는 추수감사절, 그러고는 크리스마스를 기다립니다. 그러다가 상심해서 죽지요.”

짐 콜린스는 스톡데일과의 이런 대화를 통해 스톡데일 패러독스(Stockdale Paradox)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냅니다. 크리스마스 때까지 나가지 못할지도 모르니 이에 대비한 스톡데일의 모습에서 그런 생각을 해낸 것입니다.
짐 콜린스는 그가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을 이렇게 풀고 있습니다. 수용소 생활을 견뎌내지 못한 사람들은 물론 “우리는 살 수 없다”는 생각을 한 비관주의자들이었습니다. 그러나 낙관주의자들도 죽어갔습니다. 크리스마스, 부활절, 추수감사절에 나가리라 믿고 있다가 좌절되면 상심했기 때문입니다.
살아남은 사람은 “우린 크리스마스 때까지 나가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니 대비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 쪽이었습니다. 단순한 낙관보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이를 헤쳐 나가려는 마음이 그만큼 중요한 것입니다.


오늘 아침 짐콜린스와 스톡데일 장군의 얘기를 떠올린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서거한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서 그런 DNA를 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1973년 8월 일본에서 반 유신운동을 펼치다 중앙정보부에 의해 서울로 압송된 이른바 김대중 납치사건을 비롯해 그가 겪어야 했던 고난을 일일이 열거할 수도 없습니다. 유신이래 5년반의 투옥, 3년여의 망명 등 그가 겪은 정치적 시련은 소설과 다를 바 없습니다. 그의 삶은 넘어지고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나 걸어온 우리 민족의 역사와 다를 것이 없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 때는 바람 앞의 등불신세가 된 한국을 이끌어가는 대통령이었습니다. 당연히 국민들은 좌절 속에 빠졌습니다. 다시 가난한 나라의 대열로, 후진국으로 갈 수밖에 없는 위기의 수렁에서 헤맬 수밖에 없었지요. 이때 그는 DJ 패러독스의 지혜로 국민을 무장시켰습니다.


그는 이런 위기의 수렁 속에서 비관도, 낙관도 하지 않았습니다. 위기 속에 국민들을 이끌고 “우린 다시 가난한 삶을 면치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차근차근 대비하고 매듭을 풀어나가면 다시 선진국이 될 수 있다”는 동기를 부여하고 확신을 심어줬습니다.
국민들의 용기만을 북돋우기 위한 단순한 낙관보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이를 헤쳐 나가려는 마음을 심어줬던 것입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우리는 1년반 만에 외환위기를 극복했습니다. IT코리아, 한류의 초석도 다졌습니다. 민주화의 꽃을 피웠습니다.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앞당기는데도 기여했습니다.
어떤 전문가들은 그의 이런 모습을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으로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큰 명분과 작은 실리를 함께 이루어낸 셈입니다.


그런 그의 노력과 삶의 지혜를 스톡데일 패러독스에 비교할 수 있겠습니까? 냉혹한 현실을 냉정하게 받아들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최종 목표를 향해 흔들림 없는 믿음으로 묵묵히 실천해 나간 그의 ‘85년 삶’ 그것은 스톡데일 패러독스를 뛰어넘은 DJ 패러독스가 아닐까요?


암벽을 타듯 아래를 내려다보지 않고, 실패에서 추락하는 것을 생각하지 않고, 국가와 민족을 위해 오직 올라갈 곳과 다음 스텝만 바라보며 일생을 바친 그의 삶에 다시한번 경의를 표합니다.


이젠 역사속의 위대한 지도자로 남게 된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권대우 아시아경제신문·이코노믹리뷰 회장 president@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권대우 아시아경제신문 회장 president@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newsva.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6.01.0914:18
    "손해 보고도 집못팔까" 걱정 덜어준다…지방 미분양 '환매보증' 첫도입
    "손해 보고도 집못팔까" 걱정 덜어준다…지방 미분양 '환매보증' 첫도입

    정부가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해 수분양자에게 일정 가격으로 되팔 권리를 보장하는 '주택환매 보증제(가칭)'를 처음 도입한다. 준공 후 미분양 1가구1주택 특례 가액기준을 6억원에서 7억원으로 상향하고, 인구감소지역 세제 특례와 기업구조조정 부동산투자회사(CR리츠) 지원도 연장한다. 공급 측면에서는 3기 신도시 1만8000가구를 포함해 올해 5만가구 착공에 나선다. 9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에서

  • 26.01.0914:05
    디지털자산 제도화 본격화…스테이블코인·현물 ETF까지 제도권 편입
    디지털자산 제도화 본격화…스테이블코인·현물 ETF까지 제도권 편입

    정부가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마련을 포함한 디지털자산 제도화에 속도를 낸다. 디지털자산 기본법(가상자산 2단계 법안) 입법을 통해 발행·유통·거래 전반을 포괄하는 규제 틀을 마련한다. 또한 디지털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기관은 9일 오후 '2026 경제성장전략'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마련 등 디지털자산을 제도화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법안은

  • 26.01.0914:00
    국장 장기투자 촉진 ISA 신설…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
    국장 장기투자 촉진 ISA 신설…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

    정부가 국내 장기 주식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세제 혜택을 대폭 확대한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출시한다. 투자 시 납입부터 배당까지 '더블 혜택'을 주는 국민성장펀드·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펀드도 출시한다. 국내외 산업과 자산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수익을 창출하는 '한국형 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하기로 했다.9일 재정경제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했다. 정부는 60

  • 26.01.0914:00
    "국장 장기투자 촉진" 세제혜택 늘린 '생산적금융 ISA' 신설
    "국장 장기투자 촉진" 세제혜택 늘린 '생산적금융 ISA' 신설

    생산적 금융을 강조해온 이재명 정부가 국장 장기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투자계좌(ISA)'를 신설한다. 일정소득 이하의 청년을 대상으로 한 '청년형 ISA'는 물론, 비과세 200만원이 적용되는 기존 ISA 대비 세제혜택을 대폭 확대한 '국민성장ISA'도 선보일 예정이다. 재정경제부,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부처는 9일 오후 이러한 내용을 포함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공개했다. 생산적 금융 기치 하에 첨단

  • 26.01.0914:00
    7월부터 24시간 외환시장 개방…MSCI선진지수 편입 박차
    7월부터 24시간 외환시장 개방…MSCI선진지수 편입 박차

    정부가 오는 7월부터 외환시장을 24시간 개방해 원화 국제화에 나선다. 역외 원화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련 규제를 정비함으로써 한국 증시의 숙원이자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 기관은 9일 오후 '2026년 경제성장 전략'을 공개하면서 이러한 내용의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한 외환·자본시장 종합

  • 26.01.1609:11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월 15일)※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전화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윤희석 : 감사합니다. 소종섭 :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제명 처분을 할 것이라고 예상을 했나요? 윤희석 : 어느 정도는 예상했었죠

  • 26.01.1416:21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출연 :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1월 14일) ※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함께 여러 가지 이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잘 지내셨죠? 이준석 : 예, 그렇습니다. 소종

  • 26.01.1008:01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808:49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710:25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1월 5일) 소종섭 : 어서 오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장성철 :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소종섭 : 이 얘기부터 해보죠.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와 관련해서 폭언했다, 보좌진에게 갑질했다, 남편이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등 의혹이 쏟아집니다. 그런데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