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에 전직 대통령을 두 번이나 보내게 된 대한민국. 원로 역학자 장태상 선생은 지난 6월 <이코노믹 리뷰>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우리나라 국운은 대통령들의 죽음이 불가피한 험난한 운세”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거기엔 노무현과 김대중 전 대통령은 물론 김정일 위원장까지 포함된다고 했습니다.
긴가민가하고 지켜봤습니다. 그런데 두 전직 대통령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는 과거에 김일성의 변고를 예측한 이력이 있고, 김 위원장의 운세가 ‘올 가을이나 아니면 내년 봄에 끝이 난다’고 자신 있게 단언하고 있습니다.
행여 그렇다면··· 김 위원장이 현정은 현대 회장에게 “원하는 게 있으면 다 말해보라”고 대부분의 요구조건을 다 들어준 것을 보고 그의 마지막 선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김대중 전 대통령마저 잃은 민주당은 당분간 고아처지로 외로운 정치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비록 병상에 누워 있어도 그의 이름 석 자는 민주당이 비상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의지해야 할 절실한 날개였습니다. 정치적 유언을 남기지 않았으니 민주당은 장례가 끝나자마자 누가 적통인가의 여부로 한동안 진통을 앓을지도 모릅니다.
DJ는 남북대치 상황에서 김정일이 곤궁할 때 찾을 수 있었던 유일한 남쪽 상대역이었고, 영호남 대립의 정치구도에서도 언제나 버팀목과 같은 통합의 상징적 존재였습니다. 그런 막중한 비중의 파트너와 상징이 무대에서 영원히 퇴장한 것입니다.
평양에서 김정일과 만나 말문을 트고 숙박을 했던 정상회담의 당사자 두 사람이 다 고인이 됐다는 사실은 다른 측면에서 보면 이명박 정부의 운이 그만큼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과거 정권들이 집권초기에 직전 대통령 시절의 측근비리를 파헤치며 개혁드라이브를 건 데 비해 이 정부는 그 호기를 처음부터 놓쳐버렸습니다. 출범 초엔 미국산 쇠고기로 광우병보다 더한 홍역을 치렀고, 노 정권의 비리를 파헤치다 노의 자살로 도리어 뒤통수를 맞게 된 것이죠.
더구나 북과의 채널이 봉쇄당하고 막힌 정국의 흐름을 주도할 강력한 모티브를 얻지 못하자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不通의 정치에 물꼬를 트기 위해 승부수로 던진 게 ‘4대강 살리기’였습니다.
오죽하면 보다 못한 DJ가 세브란스병원으로 여름휴가를 마친 책임 있는 정치인들 대부분을 불러들여 무언의 메시지를 던져가며 버텼겠습니까. 이제 결과적으로 그의 빈소에서 단단하게 꼬인 정국의 큰 매듭들이 풀릴 공간이 마련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의원직 사퇴서를 맡기고 장외정치를 하고 있는 민주당 지도부와 파국의 국회를 수습해야 할 여당. 그리고 북에서 내려 올 조문사절단들이 다들 빈손으로 돌아가리라고 보진 않습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한 가지 목표를 세우고 그걸 쟁취하기 위한 일관된 삶의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온 몸으로 증명해준 위인이었습니다.
누군가는 성공을 위해, 누군가는 사랑을 위해 전부를 바친다면 아마 DJ는 민주화를 위해 모든 걸 바친 사람으로 기억되기를 바랄 것입니다.
좌익과 우익 사이에서 끝없이 돌파구를 찾아 나선 풍운아 DJ! 그가 중재했던 한반도는 언제까지 좌익과 우익이란 숙명의 두 날개에 더 의존해야 할까요? 가끔 달리는 차 속에서 ‘DJ DOC와 함께 춤을’이란 음악이 흘러나올 때면 그분 생각이 나겠죠.
천만송이 국화향기 맡으며 편히 먼 길 가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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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평론가 김대우 pdik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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