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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잘생긴’ 두부가 뜨는 이유?

시계아이콘01분 58초 소요

주말에 장을 보러갔습니다. 일주일치 장을 한번에 보는 일은 쉬운 게 아닙니다. 필요한 것들을 꼼꼼히 메모하지만 같은 품목도 종류가 다양하다보니 선택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먹어왔던 것, 아는 브랜드를 선택하면 시간이 절약되지만 시식행사나 하나를 사면 하나를 더 주는 홍보에 노출되다 보면 왠지 익숙한 것만 사는 것이 정보에 뒤지는 듯한 느낌도 들고, 주부 역할에 충실하지 못한 듯한 죄책감까지 들어 물건을 까다롭게 골라야 한다는 강박감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장보는데 빠지지 않는 것이 두부와 계란입니다. 필수적이고 영양가가 검증된 식재료이다 보니 상품 종류가 다양합니다. 그렇다보니 선택하는 것도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닙니다.


특별히 가격 경쟁력이 있던지, 탁월하게 맛이 있는 브랜드가 있다면 고민할 일이 없지만 이것저것 먹어본 결과 큰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에 선택에 어려움을 겪는 것입니다. 선뜻 집히는 대로 사기에는 왠지 흔쾌하지 않아 늘 두부와 계란 판매대코너 앞에서는 멈칫 대는 시간이 가장 길어집니다.
‘망설임 없이 장바구니에 넣을 수 있는 계란, 두부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과연 저만의 생각일까요?

10여년 전쯤 일본에 갔을 때 백화점이나 편의점에 들어찬 수많은 종류의 상품 앞에서 환호성을 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참으로 격세지감을 느낄 수 있는 투정입니다.
‘와 ~ 이 나라는 참으로 선택의 폭이 넓기도 하구나. 그런데 우리는…?’
하던 것이 이제는 포화된 상품의 향연 앞에서 어지러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수많은 선택의 기회란 것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구나! 특히나 차별 요소가 별로없는 어떤 것을 변별해내고, 손해 보지 않기 위해 혹은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머리를 짜내는 것은 엄청난 스트레스구나하는 새삼스런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2006년도에 일본 닛케이 신문이 소비자를 대상으로 조사해 20개의 히트상품을 선정했습니다. 1위가 닌텐도 였는데 20개 중에는 ‘오토코마에 두부’라는 것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오토코마에 두부’는 ‘물이 흐르는 듯 잘 생긴 남자와 같은 두부’라고 설명돼 있었는데 그 기사를 보면서 참 일본 사람들은 별나기도 하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두부면 두부지, 웬 잘 생긴 두부?
그런데, 3년이 지난 지금 저는 두부 판매대 앞에서 간절히 그 잘생긴 두부를 원하고 있습니다. 눈에 번쩍 뜨이는 차별화된 상품, 통찰력있는 마케터의 표현을 빌자면 보랏빛 소, 리마커블한 상품인 것이지요.


‘오토코마에 두부’ 포장지엔 우리가 흔히 보는 유기농, 부침용, 찌개용, 생식용 등의 표현은 없습니다. 그저 건장한 청년의 모습과 남(男) 자가 힘차게 쓰여져있습니다. 이 강한 남성미를 풍기는 두부는 2005년 출시돼 불과 2년만에 매출 40억엔을 훌쩍 돌파하고 2008년에는 55억엔을
넘어섰다고 합니다.


‘오토코마에 두부’가 탄생하기까지의 배경은 이렇습니다.
이 두부를 만든 이토 신고 사장은 아버지가 운영하는 작은 두부회사에서 24세부터 말단 영업사원으로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포화시장인 두부 시장에서 새로운 경쟁력을 얻기 위해 부단히 고민하고, 시행착오를 거듭한 결과 그가 내린 결론은 이렇습니다.
“세상에는 수없이 많은 두부가 있고 가격은 싸다. 영업을 한다고 해서 팔리지 않는 물건을 팔수는 없다. 두부 맛을 차별화 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두부에 남다른 세계관을 심어보자.” 그 결과 만들어진 것이 남자다운 두부, ‘오토코마에 두부’였다고 합니다.


결과는 앞서 말한 듯이 대히트였습니다. 그리고 두부에 관심이 없던 젊은 남성들까지 두부 소비자로 끌어 들였습니다. 남다른 두부는 방송 소재로도 안성맞춤이라 방송에 소개되고, 입소문은 계속 퍼져나가 현재까지 신화는 계속되고 있다고 합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넘치는 것은 모자람만 못하다고 합니다. 광고에 너무 전문적인 용어들이 난무합니다. 소비자가 알아야 할 것이 너무 많은 세상입니다. 노인들은 깨알 만한 글씨로 된 영어와 전문 용어로 가득한 상품을 보면서 소외감을 느낍니다.


두부가 몸에 좋은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얼마나 좋아? 두부 포장지에 그려진 청년만큼! 누가 봐도 이해되고, 나름대로 해석되고, 거기다 싱긋 미소까지 짓게 하는 ‘오토코마에 두부’ 같은 브랜드, 여러분들은 준비하고 있나요?

리봄 디자이너 조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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