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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前대통령국장]이낙연 "이희호 여사, DJ 웃을 때 가장 행복"

"이 여사는 절도 있는 분"

이낙연 민주당 의원은 22일 "이희호 여사는 평소에도 예의를 잃지 않는 절도 있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고 회고했다.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장인 이 의원은 "1988년 강원도 동해 국회의원 재선거 당시 여관방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 2시간 가까이 대화를 하는데 이 여사는 한마디 말씀도 없이 침대에 꼿꼿이 걸터앉으신 채로 계셨다"며 "이 여사는 지나칠 만큼 절도있는 분이셨다"고 전했다.

이 의원은 "이 여사는 말씀이 거의 없이 조용했다. 김 전 대통령 곁에서는 더욱 그러셨다" 며 "마지막으로 입원하셨을 때 김 전 대통령의 손이 차가워지지 않게 벙어리장갑을 손수 뜨개질해 끼워드린 일로 국민들께 깊은 감명을 줬다. 이여사의 그런 면모를 평소에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의원이 기억하는 이희호 여사의 모습들이다.

▲1998년 DJ께서 대통령에 취임하신 직후 이여사님은 일본 아사히신문의 작은 인터뷰에 응하셨다. 기자가 이여사님께 “언제가 가장 행복하십니까?”하고 물었다. 이여사님은 이렇게 대답하셨다. “남편이 웃으시는 것을 볼 때가 가장 행복합니다.”


▲DJ께서 대통령직을 마치시고 한참 뒤인 2005년 쯤의 일이다. 정대철 전 민주당대표와 함께 예고도 없이 동교동에 갔다. 아침 9시 무렵이었다. 마침 DJ께서는 투석을 받고 계셔서 뵙지 못했다. 이여사님이 응접실에 나오셔서 우리를 맞아 주셨다.


이여사님은 건강해 보이셨다. 그러나 우리 앞에서 몹시 수줍어 하셨다. 이여사님은 “아이구, 화장도 못했는데…”하시고 얼굴을 가리며 어쩔 줄을 몰라 하셨다. 나는 “아닙니다, 여사님. 지금이 더 예쁘십니다.”하고 말씀드렸다. 내 말은 진심이었다. 이미 여든이 넘으셨지만, 어느 경우에도 예의를 잃지 않으려 하셨던 여사님의 그런 태도에 나는 감동했다.


▲1988년 강원도 동해 국회의원 재선거 때의 일이다.
DJ는 재선거를 위해 동해에 계셨다. 그러나 평민당 후보는 승산이 없었다. 그래서였을까. 어느 날 밤 9시경 DJ의 비서가 횟집에서 회와 소주를 사다가 나에게 우연히 발견됐다. 비서는 “선생님(DJ)께서 외로우신지 회와 소주를 사오라고 시키셨습니다.”하며 나에게 같이 가자고 권했다. 나는 비서에게 떠밀려 DJ께서 투숙하신 여관방에 들어갔다.


편한 복장의 DJ께서는 의자에 앉아 기다리고 계셨다. 정장 차림의 이여사님은 침대에 걸터앉으신 채로 스타킹을 벗고 계셨다. 쉬시려던 참이었던 것 같았다. 그러나 내가 들어가자 이여사님은 얼른 스타킹을 다시 신으셨다. 김대통령님과 내가 소주를 곁들여 회를 먹으며 2시간 가까이 대화하는 동안 이여사님은 한마디 말씀도 없이 침대에 꼿꼿이 걸터앉으신 채로 계셨다. 이여사님은 지나칠 만큼 절도있는 분이셨다.

양혁진 기자 y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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