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자금세탁 방지를 목적으로 테러 및 대량살상무기(WMD) 관련 자금을 직접 동결할 수 있는 방안의 도입을 추진 중이어서 그 결과가 주목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독립기구인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정회원국 가입을 목표로 관련 국내 법과 제도를 보완키 위한 것이란 게 정부 당국자의 설명이나, 최근 북한 핵 문제 등을 놓고 국제사회의 대북(對北) 경제제재 수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인 만큼 그 정도에 따라 적잖은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3일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등 관계당국에 따르면, FATF는 최근 우리나라에 대한 ‘상호평가 보고서(Mutual Evaluation Report)’에서 "한국은 지난 1990년대 중반부터 자금세탁 방지와 테러 관련 자금 조달 등에 대한 제재 노력을 추진해왔지만, 아직 충분하지 못하다"며 "관련 체계를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FATF는 보고서에서 지난 2007년 12월말 제정된 우리나라의 ‘공중 등 협박목적을 위한 자금조달행위의 금지에 관한 법률’(공협법) 등과 관련, ▲테러 자금조달 범죄 및 테러리스트·테러단체 정의가 명시돼 있지 않은데다 ▲이들의 보유 자금 및 재산을 동결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이 없고, ▲금융거래에 대한 제재만 가능한 점 등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이와 관련, 정부는 ‘테러자금조달 방지 체제의 선진화·국제화 방안 연구’란 연구 용역을 발주하고 관련 법 개정 등을 위한 대책 마련에 착수하는 한편, WMD 확산 방지를 위한 국제공조 등의 명문화 여부도 함께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이 금융시스템상의 자금세탁 방지를 위한 공조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우리도 그 중요성을 인식하고 적극 동참하겠다는 취지”라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또 이 당국자는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이 ‘북한에 대한 금융제재를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관측에 대해선 "그보다는 향후 유사 사태를 대비해 국내 법의 관련 규정을 정비하자는 의미다"며 "북한에 대한 제재는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이 동참해 금융 정보를 공유해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최근 북핵 문제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 등을 감안할 때 FATF의 지적사항을 반영해 법 개정이 이뤄질 경우 북한의 반발 또한 예상된다.
이에 앞서 우리 정부는 최근 북한의 핵실험에 따른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라 지난 6월 단천상업은행 등 북한의 3개 기업에 대해 사상 처음으로 외환 거래를 제한한 데 이어, 지난달 29일엔 윤호진 남천강 무역회사 간부, 조선원자력총국 등 북한 인사 5명과 북한 기업 5개를 추가로 제재한 바 있다.
한편 FATF는 자금세탁 방지를 위해 지난 1989년 주요 7개국(G7) 정상의 합의로 출범했으며, 현재 32개국이 가입돼 있다.
아시아에선 일본, 홍콩, 싱가포르, 중국, 인도가 회원국이며, 우리나라는 지난 6월 정회원국 가입을 시도했으나 실패, 연내 가입을 재추진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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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석 기자 ys417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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