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할 만한 대형 프로젝트 없어" .. 쿠웨이트 석유산업에 타격
쿠웨이트에서 가장 오랫동안 머물던 미국의 석유메이저 쉐브론이 쿠웨이트를 떠난다.
25일 중동 경제전문지 MEED는 쉐브론이 기술서비스 계약을 두고 쿠웨이트 국영석유회사(KPC)와 벌인 협상이 결렬되면서 사무소를 폐쇄하고 쿠웨이트를 떠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석유산업 전문가들은 쉐브론의 이같은 결정이 KPC의 석유가스 부문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이번 사건은 국제석유회사들이 쿠웨이트 정부와 마주하고 있는 문제들을 정확히 보였줬다고 평가했다.
쉐브론은 KPC의 자회사인 쿠웨이트오일컴퍼니(KOC)와 체결해던 기술서비스계약이 지난해 8월 만료된 후 새로운 계약조건을 두고 협상을 벌여왔다. 일반적으로 국제석유회사들(IOCs)은 채굴권을 주지 않는 산유국에 대한 접근성을 확보하기 위해 기술서비스 계약 방식을 주로 사용한다.
그러나 쿠웨이트 측이 제시한 새로운 계약조건에 이같은 혜택이 주어지지 않는데다 참가할 만한 대형 프로젝트가 없었기 때문에 결국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쉐브론의 고위 임원들은 지난 5월 더 이상의 대화는 없을 것이며 사무실을 폐쇄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쉐브론 측은 "현재의 계약조건에서 회사 규모에 걸맞는 이익을 창출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쉐브론의 대변인 알렉스 옐랜드는 "지난해 8월 만료된 기술서비스계약을 갱신하지 않기로 결정함에 따라 사무소를 폐쇄했다"고 확인했다. 그는 "그곳(쿠웨이트)에서 프로젝트를 따낼 기회가 없는데 그곳에 남을 이유는 없다"고 덧붙였다.
KOC의 최고경영자(CEO) 사미 알 루샤이드는 "쉐브론의 결정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쿠웨이트국영석유회사(KNPC)의 한 고위 임원은 "쉐브론의 사무소 폐쇄 결정은 국제석유회사들과의 새로운 계약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다"고 말했다.
현재 KPC의 자회사들과 BP, Shell, Total 등 국제석유회사들간에 체결된 기술서비스 계약은 대부분 2008년 8월~2009년 7월 사이에 만료됐으며 어느 메이저 회사들도 아직까지 계약을 갱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소식통은 "이러한 협상들이 모두 틀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만약 쉐브론과의 계약에 서명할 수 없었다면, 우리는 분명 BP나 엑손모빌 등과도 계약에 서명할 수 없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이것은 우리에게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우리는 유전과 가스전을 개발하기 위해 국제석유회사들의 기술과 관리경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일부 사람들이 우리 쿠웨이트가 국제석유회사들의 도움이 필요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들은 이것이 우리의 미래 생산능력에 악영향을 줄것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라면 나는 결코 그들이 떠나도록 놔두지 않았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에너지 컨설팅회사 IHS의 중동아프리카 담당 애널리스트 사무엘 시스축은 "이번 일은 KPC에게 큰 실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인들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쿠웨이트에서 메이저들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지 못할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쿠웨이트에서 기술서비스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국제석유회사들은 현재 중단된 초대형 사업인 '프로젝트 쿠웨이트'가 재개되면 일감을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프로젝트 쿠웨이트'는 1997년 처음 시작된 사업으로 쿠웨이트 국영석유회사들이 여러 국제석유회사들과 5개의 북부유전의 생산능력을 2배로 늘리기 위해 추진됐던 사업이다. 당시 쿠웨이트 정부는 최대 유전인 부르간(Burgan) 유전의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국제석유회사들에게 생산수준에 연계해 좀 더 유리한 계약조건을 제시했었다.
지난 2005년에는 1997년 이후 확대된 일일 160만 배럴의 생산능력을 오는 2020년까지 400만 배럴로 확대한다는 계획도 시작됐지만 '프로젝트 쿠웨이트' 계약은 현실화되지 않았다. 쿠웨이트는 현재 하루 약 300만 배럴을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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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철 두바이특파원 bc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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