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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장 풀린 금산분리...지각변동 오나

이명박 정부의 경제분야 핵심 정책이었던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완화가 8부능선을 넘었다. 국회 상임위에 계류중인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남아있지만, 은행법 개정안에 이어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까지 통과되면서 금산분리 빗장이 사실상 풀렸다.


특히 국내 대형은행 대다수가 지주회사 체제에 편입돼 있는 상황에서, 금융지주회사법 통과는 중장기적으로 업계 지각변동을 가져올 전망이다. 하지만 대기업의 은행 소유에 따른 사(私)금고화와 경제력 집중 심화 우려가 만만치 않아 법 시행 과정에서도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 은행 소유 가능해진다=
4월 임시국회를 통과한 은행법 개정안과 이번 국회에서 가결된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 가운데 산업자본의 은행(지주회사) 지분 소유한도 규정은 오는 10월 10일부터 시행된다. 이에따라 비금융부문의 자산규모가 2조원을 넘거나, 자본비중이 25%를 넘는 대기업집단(산업자본)이 은행 또는 은행지주회사의 의결권 있는 지분을 직접 소유할 수 있는 한도가 현행 4%에서 9%로 늘어난다. 정부가 산업자본의 은행 지배를 막기 위해 1995년 지분한도를 8%에서 4%로 낮춘 지 14년 만에 다시 확대한 것이다.


현재 국민·우리·신한·하나은행 등 주요 대형은행들이 지주회사 체제에 속해 있고, 지주회사가 이들 은행의 지분을 100% 갖고 있기 때문에 산업자본이 지주회사 지분을 인수하면 은행을 보유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정부(예금보험공사)가 대주주인 우리금융지주를 제외한 하나금융(이하 최대주주 지분율 9.62%), 신한금융(8.13%), KB금융(6.33%) 등의 대주주 지분율을 감안할때, 9%는 단독 최대주주 또는 2대주주까지 가능한 수준이다.

산업자본의 사모투자펀드(PEF) 출자 한도 역시 현행 10%에서 18%로 늘어났다. 1조원 규모의 PEF에 산업자본이 유한책임사원(LP)으로 1800억원을 투자해도 이 PEF는 산업자본으로 보지 않겠다는 것인데, 대기업이 PEF를 통해 간접적으로 은행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늘어난 셈이다. 대기업집단 계열사의 PEF 출자 지분 합계액도 현행 30%에서 36%로 높아졌다. 예컨대 삼성, 현대자동차, SK 등 여러 대기업들이 연합해서 PEF 지분을 36% 획득할 수 된다는 뜻이다.


정부는 그동안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가 확대되면, 은행의 자본력 강화→은행 대출 여력 확대→기업 투자 확대로 이어지면서 경기 회복의 선순환이 이뤄진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또 우리금융, 산업은행 등 정부 소유 은행들을 민영화할 때 다양한 투자자를 유치할 수 있다고 설명해왔다. 하지만 경기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 대기업의 본격적인 은행 지분 인수는 불투명할 전망이다.


◇보험,증권 지주회사 제조업체 소유 허용=
국회를 통과한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의 또다른 핵심 내용은 증권·보험 등 비은행 지주회사의 제조업 자회사 보유 허용이다. 각 금융권역별 리스크의 차이가 있는데도 증권·보험지주회사에 은행지주회사 수준의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시각에서 출발한 법이다. 금융·비금융 계열사가 얽히고 설킨 대기업집단의 지주회사 전환을 유도하겠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다만 증권지주회사와 보험지주회사에 각각 다른 규제가 적용된다. 보험사를 중심으로 한 지주회사는 계약자 이익 훼손 우려가 크다는 점을 감안, 지주회사가 직접 지배하는 경우에만 비금융계열사 보유를 허용한다. 실제 보험영업을 하는 자회사(보험사)가 비금융사를 보유하는 것은 금지한다는 얘기다. 반면 증권 중심의 지주회사는 이러한 제한이 없다. 따라서 지주회사-증권사-비금융 손자회사 구도가 가능하다.


이 법이 논란이 된 것은 특정그룹의 지배구조를 합리화하는 특혜를 줄 수 있다는 지적 때문이었다. 삼성그룹에 대한 특혜 시비가 대표적이다. 삼성그룹에 개정된 금융지주회사법을 적용해보면 이렇다. 삼성생명을 주축으로 보험지주회사를 만들어 삼성생명과 삼성전자를 동시에 두는 방안이 가능하다. 다만 자회사의 비금융사 보유는 금지되기 때문에 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전자 지분(7.21%)을 지주회사가 받아주거나, 다른 계열사에 처분해야 지주회사 전환이 가능하다.


적지 않은 비용이 들지만,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를 바꿀 수 있는 새로운 '옵션'이 부여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대한생명을 보유하고 있는 한화그룹도 적용 가능하다. 금융지주회사가 대기업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지분을 나눠가지는 방안도 거론된다. 그러나 주채무계열 재무평가 처럼 산업자본을 감시하는 기능도 가지고 있는 은행이 대기업에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증권·보험지주회사의 비금융 계열사 보유 허용은 법안 공포후 4개월이 지나 시행된다. 따라서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차기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두 법안의 시행시기를 맞출 가능성도 있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금융지주회사에 대한 규제완화와 형평을 맞춰, 일반지주회사의 금융자회사 소유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지주회사가 금융계열사와 제조업 계열사를 동시에 보유할 수 있다. 단 금융과 제조업 계열사가 상호출자를 할수는 없다. 이 법안은 현 정부의 금산분리 완화 법안의 '완결판' 역할을 하는데다, 금융지주회사법 처럼 사전 대주주적격성 심사 조항이 없어 국회 통과 과정에서 역시 진통이 예상된다.



박수익 기자 sipark@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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