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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休 테크'

시계아이콘02분 27초 소요

휴가를 포기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한국교통연구원이 전국 4000가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여름휴가를 가겠다는 응답자는 22.2%로 지난해 보다 6%포인트 줄었습니다.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는 응답자가 16%, 휴가를 가지 않겠다는 국민은 60%를 넘었습니다. 휴가를 포기한 이유로는 ‘휴가 비용이 부담돼서’가 32%로 가장 많았고 ‘생업상의 이유’가 22%로 뒤를 이었습니다. 여름휴가 계획에도 침체된 경제가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조사한 직장인 여름휴가 계획은 그나마 나았습니다. 평균 휴가 일수는 4.6일, 휴가비는 43만5000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휴가 일수는 조금 늘었지만 휴가비는 5% 정도 준 것으로 나타났고 휴가비를 지급할 계획이라는 기업은 고정상여를 포함해 63.6%이었습니다.

또 여름휴가의 의미를 살펴볼 수 있는 재미있는 조사도 있습니다. 한 시장조사 전문기관이 파악한 ‘여름휴가 여행을 꼭 가야하는 이유’에 대한 설문입니다. 응답자들은 27.7%가 ‘평소 거의 여행을 할 수 없어서’를, 22.1%가 ‘새로운 자극이 필요해서’, 18.4%가 ‘평소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적어서’를 꼽았으며 ‘일상이 너무 지루해서’, ‘여행을 안다녀오면 후회할 것 같아’의 순으로 휴가 여행의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쉽게 공감되는 이유들입니다.


휴가는 여행을 떠나는 것만을 뜻하진 않습니다. 어떤 이들은 봉사활동을 하며 뜻깊은 구슬땀을 흘리기도 하고 책과 함께 자신을 충전하기도 합니다. 또 근시 치료 등 병원을 찾는 ‘휴가 수술족’도 늘고 있답니다. <이코노믹 리뷰>가 최근호에서 소개한 ‘CEO 8인의 특별한 여름이야기’는 개인 나름대로의 휴식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최연매 김정문알로에 대표는 매년 여름휴가철이 되면 제주도의 알로에농장을 찾는다고 합니다. 그곳은 돌아가신 창업주이자 남편의 모습을 그리게 하는 동시에 알로에에 대한 지식을 쌓고 새로운 사업을 구상케 해 준다고 합니다. 알로에 식물원으로 꾸며져 있는 제주농장을 관광문화를 체험하게 하는 팜리조트로 확장하게 한 구상도 이곳에서 나온 것이라 하니 새로운 사업의 소재를 얻는 중요한 장소이기도 합니다.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은 12년 동안 여름휴가를 해비타트의 ‘사랑의 집짓기’ 현장에서 보냈답니다. 남을 위해 집을 짓는 일에 많은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참여하다보면 봉사의 참맛도 느끼고 땀의 가치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답니다. 특히 집이 완성됐을 때 맛보는 보람은 몸과 정신 모두 성취감으로 충전된다고 하니 값진 휴가가 아닐까 합니다.


그 외에도 정유신 한국 스탠다드차타드증권 대표는 휴가기간을 이용해 단식을 하며 영양의 균형도 잡고 그 기간 명상을 통해 일상 속에서 누적된 감정의 찌꺼기를 배출하는 자신에 대한 ‘구조조정’을 하며 김기명 인디에프 대표는 책 몇 권을 골라 느긋하게 독서의 시간을 갖고 지혜와 미래 비전을 얻는다고 합니다.


그럼 대기업 총수나 CEO들은 여름휴가를 어떻게 보내는지, 한 조사에 따르면 하반기 경영을 구상하는 ‘미래 전략형’이 가장 많답니다.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은 올 특별한 해외 출장 없이 국내에서 조용히 사업구상 시간을 가질 예정이며 지주회사 전환 후 회장직을 맡아 첫 여름을 맞는 박용현 두산그룹 회장도 하반기 그룹 경영계획을 구상하고 점검하는 등 미래 구상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것이라고 합니다.


또 일부 CEO들은 중동 등 해외 현장을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하고 신입사원들의 수련대회에 참석, 그들과 게임과 토론 등을 통해 소속감을 높이는 소위 ‘스킨십 휴가’를 보내는가 하면 그동안 소홀했던 가족들과 오붓한 시간을 보내는 ‘가족 일체형’도 있습니다. 그러나 휴가를 엄두도 내지 못하는 경영인과 직장인이 많은 것도 현실입니다.


빌 게이츠에겐 독특한 휴가 프로그램인 ‘생각주간’이 있답니다. 빌 게이츠는 1년에 두 차례 호숫가 근처 조용한 별장에서 1주일씩 칩거하며 미래를 구상하는 은둔식 휴가를 갖습니다. 이 ‘생각주간’에 별장을 찾는 이는 하루 두 차례씩 간단한 음식을 넣어주는 관리인이 유일하며 빌 게이츠는 2~3년의 가까운 미래보다는 10년 뒤를 내다보는 장기적인 비전을 구상합니다. 온라인 비디오게임 시장에 진출한 것같은 회사 경영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신규 사업의 아이디어도 ‘생각 기간’에 만들어졌으며 지난해 은퇴를 선언한 것도 여기서 생각한 것이었습니다. 빌 게이츠는 그 곳에서 먹고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전 세계 직원들이 작성한 보고서를 읽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관련자들에게 필요한 사항을 이메일로 보냅니다.


휴가는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값진 시간도, 그저 흘러가는 시간도 될 수 있습니다. 한 리더십 전문가는 여름휴가를 지인들과 지혜를 나누는 시간으로, 또는 사회생활에서 잊을 수 없는 도움을 줬던 분을 만나거나 가족들만의 시간을 가지든 상황에 맞춰 미리 계획을 세워 ‘휴가테크’를 하라고 권고합니다.


또 요즈음 같이 여건이 어렵고 주변이 복잡할 때는 자신을 비우는 것도 좋은 휴가보내기 방법입니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명상에 잠기는 것은 자신을 돌아볼 수 있고 새로운 세계를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일부라도 비워놓아야 새로운 것이 들어올 수 있듯이 자신의 무게를 조금 덜어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강현직 논설실장 jigkh@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강현직 논설실장 jigk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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