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미국 경제학자 리처드 이스털린은 소득이 높아져도 꼭 행복으로 연결되진 않는다는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이스털린의 논문에 의하면 1950년부터 1970년까지 일본의 국민소득은 일곱배 증가했지만 삶의 만족도는 국민소득이 최하위권인 방글라데시와 비슷할 정도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결국 국민복지를 위해 소득을 높이겠다는 경제정책이 꼭 맞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인데 이것이 ‘이스털린의 역설’ 입니다.
고려대 김태일 교수팀이 한국은행과 통계청이 발표하는 9개 자료를 토대로 ‘경제행복지수’를 산출했는데 2009년 1·4분기 경제행복지수는 70점으로 이명박정부 집권 이후 계속 하락하고 있습니다. 특히 전분기(2008년 4·4분기)보다 경제성장률은 높아졌으나 경제행복지수는 가장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최근 우리나라 상황도 ‘이스털린의 역설’이 적용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스털린의 역설’이 말하는 건 행복감은 ‘빵(경제)’이 가져다주는 게 아니라 주관적이고 상대적이란 얘기겠지요. 부탄이라는 나라를 예로 들어볼까요. 부탄은 국민소득이 2000년대 초반 수백달러에서 수천달러로 급성장했습니다. 그런데 국가별 행복지수는 2006년 8위에서 올해는 17위로 떨어졌습니다. 고립생활을 할 때는 농사만 짓고 살아도 행복했는데 세상 돌아가는 것을 알고부터는 상대적 박탈감과 욕심이 생겨 행복도가 떨어지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참고로 우리나라 행복지수는 68위로 아시아 최고인 베트남(5위)보다 훨씬 낮았고 미국의 행복 지수는 최하위권인 114위입니다.
영국의 심리학자 캐럴 로스웰과 인생 상담사 피트 코언은 영국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해 아래와 같은 행복공식을 만들어냈습니다.
행복= P+(5×E)+(3×H)
P(personal, 인격)는 인생관, 적응력, 유연성 등 개인적 특성, E(existence, 존재)는 건강, 돈, 인간관계 등 생존조건, H(higher order, 고차원 상태)는 자존심, 기대, 야망, 유머 등을 말합니다. 공식으로만 볼 때 행복해지기 위해 상대적으로 중요한 건 건강, 돈, 인간관계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행복해지기 위해서 이들이 제안한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가족과 친구 그리고 자신에게 시간을 쏟아라 ▲친밀한 소수가 겉도는 다수보다 낫다 ▲흥미와 취미를 추구하라 ▲과거나 미래에 살지 말라 ▲운동하고 휴식하라 ▲성취 가능한 목표를 가져라
그렇습니다. 행복하지 않다고 남 탓을 해서는 안 되겠지요. 어려워진 경제가 행복을 빼앗아갔다고 말하는 건 책임회피 내지는 자기합리화인 것 같습니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건 근거 없는 헛된 생각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나이가 들면 행복감도 떨어진다고 생각하지만 연구 결과는 정반대입니다.
미국 미시간대학교 의과대학 히더 레이시 박사 연구팀이 조사한 결과 오히려 나이가 많은 사람들의 행복지수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우선 21살에서 40살까지의 젊은 세대와 60살에서 86살까지의 노년세대로 대상자를 나눴습니다.
양쪽 그룹에 행복감을 1에서 10까지 표현하도록 질문해 보니 젊은세대의 행복지수는 10점 만점에 6.65, 노년세대는 7.32로 나타났습니다. 상대방 세대에 대한 생각도 노년층이 더 긍정적이었습니다.
노년층은 젊은층이 느끼는 행복감이 7점은 넘을 것이라고 대답한데 비해 젊은층은 노년층 행복감이 6점 정도에 불과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행복은 누가 가져다주는 게 아닙니다. 지금부터라도 행복을 만드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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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리뷰 강혁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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