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권대우의 경제레터] 情 떨어진 정치

시계아이콘01분 48초 소요

위수 가에서 낚싯대를 드리우고 뜻을 펼칠 때를 기다렸던 강태공. 그를 만난 주나라 문왕은 “情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라고 첫 질문을 던졌다고 합니다. 강태공은 물과 나무와 사람의 3가지 경우를 들어 거침없이 대답했죠.


“샘이 깊으면 물이 잘 흐르고, 물이 잘 흐르면 물고기가 즐겨 살게 되는 이치가 곧 情입니다. 또한 뿌리가 깊으면 나무가 잘 자라고, 나무가 잘 자라면 열매를 맺는 것 역시 情입니다. 뛰어난 사람들이 같은 마음을 품으면 친밀하게 되고, 그럴 경우 큰일도 능히 해낼 수 있으니 이를 情이라 하겠습니다.”

이어서 그는 “말이라는 것은 진실을 표현하는 수단이며 일의 지극한 상태를 뜻합니다”며 문왕이 진지하게 늙은이의 말에 계속 귀를 기울이도록 미리 배수진을 쳤습니다.


요즘 식으로 보자면 80고령에 접어든 재야인사를 대통령이 직접 낚시터까지 찾아가서 국가경영에 관한 첫 질문으로 ‘情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물어 본 셈이죠. 그런데 하필이면 강태공은 어떤 속셈으로 물과 나무와 사람의 경우를 예로 들어 情을 설명했을까요?

인간관계에 정이 없는 사람들에게 흔히 ‘팍팍하다’는 말을 합니다. 이 팍팍한 자연 상태는 가뭄으로 인해 물기가 바싹 말라 흙먼지가 날리는 경우에 쓰는 표현이죠. 눈물이 없는 인간성도 팍팍하긴 마찬가집니다. 情을 설명하기 위해 물을 끌어들인 까닭을 조금 알 수 있습니다.


다음은 나무입니다. 나무야 말로 물 없이는 자랄 수 없고 뿌리가 하는 일이 물을 퍼 올리는 작업이며, 열매는 그 결과에 불과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일찍이 고대 철학자 탈레스도 “만물의 근원은 물이다”라고 확신을 갖고 설파했습니다.


강태공이 세 번째 예로 든, ‘뛰어난 사람들이 같은 마음을 품으면 친밀하게 되고 큰일을 해낼 수 있다’는 말. 아마도 군신 간에 반목하지 않고 언로가 트이면 능히 왕도정치가 가능하다는 얘기인 듯합니다. 요즘 들어서 심각한 ‘소통부재의 문제’가 강태공 시대에도 여전하여 그런 식으로 에둘러서 표현한 것이겠지요.


대운하를 파서 강줄기를 이어보려다가 여의치 못하자 이른바 ‘4대강 살리기’에 정권의 운명을 건 ‘이명박정부’의 철학이 저 멀리 강태공의 원대하고 깊은 뜻에 닿아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한때 전두환 정부는 금강산댐에 대처하는 ‘평화의 댐’ 조성문제로 위기를 조성한다는 오해를 받기도 했고 노태우 정부 시절에는 하는 일마다 되는 일이 없다고 국민들이 ‘물태우’라는 말로 비아냥거리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물은 시대를 따라 그 의미가 추락한 적도 있습니다만 치수(治水)는 언제나 중요한 국가대사였습니다.


그러나 이 정부는 시작부터 청계천으로 재미를 봐서 강에 너무 집착하다보니 머리 수로는 막강한 여당이면서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표류를 거듭하며 2년차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초미의 사안인 비정규직문제가 제자리걸음이고, 미디어법도 올가미에 걸린 듯이 행보가 자유롭지 못합니다. 교육개혁도 말 뿐이며, 내년이면 전당대회에다 단체장선거까지 걸려서 줄줄이 숨가쁜 일정으로 여당의 운신 폭이 좁기만 합니다.


특히 개성공단에서 시작된 북한과의 협상과정을 보면 무기력한 정치의 종합 편을 연출 하는 것 같습니다. 대의를 위해 꼭 해야 할 일이라면 욕을 먹더라도 나서는 관료가 있어야 하는데 이상하게도 매사 꼬여 가는 상황에 스스로 책임지는 사람은 보기 드뭅니다.


‘기꺼이’가 아니라 여론에 밀려 ‘마지못해’ 내놓은 듯한 대통령 재산기부의 모양새도 그렇습니다. 대통령 사위를 그 재단의 이사로 앉혀야 안심이 될 정도라니... 그런 식이면 안 된다고 간언하지 못하는 측근들이나, 이사를 맡지 않겠다고 거절하지 못하는 사위나 다들 소통부재를 부채질하는 인물들입니다.


강태공 시대보다도 못한 ‘情 떨어진 정치’를 보며 토마스 만(Thomas Mann)의 “정치를 경멸하는 국민은 경멸당할 만한 정치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한 말이 떠오릅니다.

시사평론가 김대우(pdikd@hanmail.net)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newsva.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6.01.0914:18
    "손해 보고도 집못팔까" 걱정 덜어준다…지방 미분양 '환매보증' 첫도입
    "손해 보고도 집못팔까" 걱정 덜어준다…지방 미분양 '환매보증' 첫도입

    정부가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해 수분양자에게 일정 가격으로 되팔 권리를 보장하는 '주택환매 보증제(가칭)'를 처음 도입한다. 준공 후 미분양 1가구1주택 특례 가액기준을 6억원에서 7억원으로 상향하고, 인구감소지역 세제 특례와 기업구조조정 부동산투자회사(CR리츠) 지원도 연장한다. 공급 측면에서는 3기 신도시 1만8000가구를 포함해 올해 5만가구 착공에 나선다. 9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에서

  • 26.01.0914:05
    디지털자산 제도화 본격화…스테이블코인·현물 ETF까지 제도권 편입
    디지털자산 제도화 본격화…스테이블코인·현물 ETF까지 제도권 편입

    정부가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마련을 포함한 디지털자산 제도화에 속도를 낸다. 디지털자산 기본법(가상자산 2단계 법안) 입법을 통해 발행·유통·거래 전반을 포괄하는 규제 틀을 마련한다. 또한 디지털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기관은 9일 오후 '2026 경제성장전략'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마련 등 디지털자산을 제도화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법안은

  • 26.01.0914:00
    국장 장기투자 촉진 ISA 신설…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
    국장 장기투자 촉진 ISA 신설…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

    정부가 국내 장기 주식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세제 혜택을 대폭 확대한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출시한다. 투자 시 납입부터 배당까지 '더블 혜택'을 주는 국민성장펀드·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펀드도 출시한다. 국내외 산업과 자산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수익을 창출하는 '한국형 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하기로 했다.9일 재정경제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했다. 정부는 60

  • 26.01.0914:00
    "국장 장기투자 촉진" 세제혜택 늘린 '생산적금융 ISA' 신설
    "국장 장기투자 촉진" 세제혜택 늘린 '생산적금융 ISA' 신설

    생산적 금융을 강조해온 이재명 정부가 국장 장기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투자계좌(ISA)'를 신설한다. 일정소득 이하의 청년을 대상으로 한 '청년형 ISA'는 물론, 비과세 200만원이 적용되는 기존 ISA 대비 세제혜택을 대폭 확대한 '국민성장ISA'도 선보일 예정이다. 재정경제부,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부처는 9일 오후 이러한 내용을 포함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공개했다. 생산적 금융 기치 하에 첨단

  • 26.01.0914:00
    7월부터 24시간 외환시장 개방…MSCI선진지수 편입 박차
    7월부터 24시간 외환시장 개방…MSCI선진지수 편입 박차

    정부가 오는 7월부터 외환시장을 24시간 개방해 원화 국제화에 나선다. 역외 원화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련 규제를 정비함으로써 한국 증시의 숙원이자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 기관은 9일 오후 '2026년 경제성장 전략'을 공개하면서 이러한 내용의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한 외환·자본시장 종합

  • 26.01.1609:11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월 15일)※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전화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윤희석 : 감사합니다. 소종섭 :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제명 처분을 할 것이라고 예상을 했나요? 윤희석 : 어느 정도는 예상했었죠

  • 26.01.1416:21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출연 :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1월 14일) ※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함께 여러 가지 이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잘 지내셨죠? 이준석 : 예, 그렇습니다. 소종

  • 26.01.1008:01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808:49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710:25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1월 5일) 소종섭 : 어서 오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장성철 :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소종섭 : 이 얘기부터 해보죠.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와 관련해서 폭언했다, 보좌진에게 갑질했다, 남편이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등 의혹이 쏟아집니다. 그런데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