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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히말라야 바람이 머무는 곳

시계아이콘01분 34초 소요

일에 찌든 43살의 ‘최’(최민식)는 어느 날 해고 되었고 우연히 동생 공장에서 네팔 청년 도르지의 장례식을 목격합니다. 그의 유골을 고향에 전달해달라는 부탁을 받은 ‘최’는 히말라야 산꼭대기 외딴 마을에 도착합니다. 그의 가족을 만난 ‘최’는 차마 그가 죽었다는 말을 하지 못하고 친구로서 들렀다는 거짓말과 함께 돈만 건넵니다.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그 곳에 머물게 된 ‘최’. 자식들과 미국에 있는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가 돌아오는 책망에 마음이 상합니다. 그리고 길 위에서 흰 말과 마주친 ‘최’는 자신도 모르게 어떤 힘에 이끌려 말을 따라갔다가 집에 돌아와 심한 몸살을 앓습니다.


그곳에 익숙해져 ‘최’조차도 잊고 있었던 유골을 우연히 도르지의 아버지가 발견합니다. 이제 도르지가 왔으니 당신은 떠나라는 노인의 말에 허탈해진 마음으로 마을을 나선 ‘최’는 다시 짐을 지고 가쁜 호흡을 내쉬며 산을 오르기 시작합니다. 거대한 히말라야 설산에는 한 사람 ‘최’만이 존재합니다. 웅장한 히말라야 설산에서 나약한 존재로 서 있던 ‘최’는 무엇을 발견하고 느꼈을까요. (전수일 감독·최민식 주연, 히말라야 바람이 머무는 곳)

지금 이 사회는 해고 통지서가 줄을 잇고 있습니다.
맞벌이를 하며 주말 부부로 살다가 같은 날 해고된 부부가 있습니다. 떨어져 사는 게 힘들어 정규직이 되면 근무지를 같은 지역으로 옮길 생각이었는데 이젠 집에서 얼굴을 맞대고 살 처지가 된 것입니다.


암 투병 중인 아내를 두고 직장을 떠난 근로자도 있습니다. 공기업의 비정규직 근로자였던 이 사람은 눈을 뜨자마자 전날 밤 회사에서 보낸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확인하고 가슴이 내려앉았다고 합니다. 아빠가 직장을 잃었다는 말을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에게는 차마 할 수 없다고 눈물짓습니다.

이처럼 요즘 신문지상에는 불안한 중년 남성들의 사연이 가득합니다. 이들이 더 측은하게 생각되는 건 10년 전 ‘젊은 피’가 흐를 때로 한 차례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입니다. 10년 전 혹독한 시련을 당한 후 몸과 마음을 겨우 추스렸는데 또 다시 역경의 세월이 다가온 것입니다. 생각해보십시오. 인생 드라마 대부분을 비극으로 써내려갔으니 얼마나 답답하고 억울하겠습니까. 의료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상당수 중년 남성들이 ‘집단 탈진 증후군’에 빠져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세상이 이렇다보니 중년 남성들을 대상으로 한 웃지못할 우스갯소리도 들립니다. 남자들은 나이가 들면 집사(갈 곳이 없어 집을 사랑하는 사람), 장로(일이 없어 장기간 노는 사람), 목사(목적 없이 사는 사람)가 된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야 합니다. 살아온 만큼 더 살아야 하는 인생길이니 절대로 포기해선 안 됩니다.


다시 영화 ‘히말라야 바람이 머무는 곳’으로 돌아가 ‘최’를 만나봅시다. 황량한 현실을 떠나려 히말라야에 갔지만 그곳 역시 황량했습니다. 그는 눈으로 뒤덮인 히말라야로 가서 자신의 생(生)을 마주하는 연습을 한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힘들 땐 생(生)을 피하지 말고 정면으로 마주하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인생의 무게를 단지 무겁다고만 생각하지 말고 그것을 철저히 느끼는 것도 괜찮을 듯합니다. 그러면서 지나온 인생을 되돌아보며 미래의 지혜를 얻는 것이지요.


처절한 절망이 있으면 그 옆에 에너지도 함께 있기 때문입니다.

이코노믹리뷰 강혁 편집국장 kh@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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