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오션'으로 꼽히는 퇴직연금 시장을 놓고 국내 증권사들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가운데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대규모ㆍ장기적ㆍ보수적인 투자 성향을 갖춘 퇴직연금 시장의 특성상 돈을 맡겨 운용하기에 안전하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대형사로 자금이 몰리기 때문이다. 특히 대형사 중에서도 미래에셋증권이 퇴직연금 분야 1위를 고수하는 반면 삼성증권은 4위로 내려앉은 상태다.
30일 증권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날 기준 금융위원회에 등록된 퇴직연금 사업자는 은행ㆍ증권ㆍ생명보험ㆍ손해보험 등 총 52개사로 이중 증권사 17곳이 참여하고 있다. 적립금 규모를 살펴보면 미래에셋증권을 선두로 한국투자증권 대우증권 삼성증권 우리투자증권 등 대형 5개 증권사가 중소형사를 제치고 월등히 앞서고 있다.
지난 4월 말 기준 미래에셋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2101억7800만원이다. 이어 한국투자(1543억9700만원) 대우(1301억3100만원) 삼성(1161억1300만원) 우리투자(1110억5900만원)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반면 신영(51억6900만원)은 50억원을 넘었고, NH투자(9500만원)는 1억원도 모집하지 못해 대조를 이뤘다.
한 증권사의 증권 담당 애널리스트는 "퇴직연금은 시장 자체가 장기적인 대규모 투자의 성격을 띠고 있어 20여년 후를 내다볼 경우 돈을 맡기기에 가장 안정적인 재무 구조를 지닌 대형 증권사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브랜드 프리미엄이 크게 작용한다는 얘기다. 각 연구기관에 따르면 퇴직연금 시장은 적립금 기준으로 향후 7~8년 내 최소한 20배 이상 성장할 수 있는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빅5' 간 순위 다툼도 치열하다. 시장 주도자가 뚜렷하지 않은 상태인 데다 거액의 고객을 확보할 경우 월별 실적이 큰 변동성을 보이면서 순위가 뒤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퇴직연금 부문 선두권을 유지하던 삼성증권이 지난 4월 4위권으로 밀려난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는 분석이다. 삼성증권은 5위 우리투자와도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퇴직연금 시장을 독식하고 있는 삼성생명에 밀려 그룹 내 계열사 유치에 실패했기 때문이란 분석도 제기됐다. 업계 소식통은 "삼성증권의 경우 그룹 내 퇴직연금 분야 경쟁으로 인해 삼성생명에 밀려 계열사 자금 유치에 실패한 것은 물론 향후에도 제살깎아먹기식 경쟁에 따른 피해를 입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높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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