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호흡기를 뗀 후 하루 하고도 한나절이 넘게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김 모 할머니(77)가 갑작스레 사망할 것인지 아닌지는 앞으로 2∼4주 정도가 고비가 될 것이라고 세브란스병원측이 밝혔다.
이 기간 내 합병증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상당기간 안정 상태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것이 의식이 돌아오는 '회복'의 가능성을 뜻하는 것은 아니며 식물인간으로 생명을 연장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병원측은 설명했다.
박창일 연세의료원장과 박무석 주치의는 24일 오후 기자회견을 갖고 호흡기를 뗀 후 하루 반이 지난 시점에서 김 할머니의 병세를 설명했다.
이미 알려진 대로 김 할머니는 자가호흡, 혈압, 맥박수 등에서 거의 안정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고 병원측은 밝혔다.
호흡기를 제거하고도 자가호흡을 하는 이유에 대해선 "대뇌인지기능이 대부분 손상됐지만 뇌관 기능 중 호흡기능이 일부 살아 남았기 때문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인공호흡기가 기도 속 가래를 제거해주는 역할을 해왔는데, 이제는 가래가 기도로 넘어가 폐렴 등 합병증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폐렴 혹은 다른 합병증인 심근경색 등이 발생할 경우 김 할머니의 생명은 위독상태가 된다.
병원측은 또 "인공호흡기에 의존하던 식물인간이 호흡기를 떼면 보통 3시간 내 사망하는데 김 할머니는 예외적인 경우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여러 보고에 따르면 장기간 심지어 10년 이상 식물인간 상태를 유지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창일 원장은 "앞으로 2∼4주가 고비가 될 것이며, 이 때까지 폐렴 등이 발생하지 않으면 상당기간 안정화된 상태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며 "하지만 이것이 의식회복을 의미하진 않고 식물인간 상태로 생명을 유지하게 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법원이 김 할머니를 '사망임박단계' 환자로 판단해 호흡기 제거를 판결한 것은 잘못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박 원장은 "환자가 장기간 살아있다는 것은 대법원의 판단이 틀렸다는 결정적 증거라고 얘기할 수 있다"며 사망임박단계가 아니라고 본 병원측의 판단이 옳았음을 거듭 주장했다.
박 원장은 "식물인간을 3단계로 구분하는데 김 할머니는 2단계인 '자기호흡없이 호흡기에 의존하는 상태'로 보고 있다"며 "자기호흡을 앞으로 한 두 달 더 유지한다면 김 할머니를 3단계로 변경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김 할머니를 1단계인 '사망임박단계'로 보고 호흡기 제거와 동시에 사망할 것으로 추정해, 호흡기를 떼어 달라는 환자측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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