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랑샤 "지속가능한 경기회복 위해 '글로벌 불균형' 해소돼야"
국제통화기금(IMF)이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평균 1%포인트 상향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올리비에 블랑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4일 오전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세계은행(WB) 개발경제컨퍼런스(ABCDE)'에 참석, '경제위기 속의 신흥시장국가'를 주제로 한 기조연설을 통해 "신흥시장국가들의 경제상황이 3~6개월 전보다 훨씬 나아졌고, 우리가 앞서 예상한 것보다 빠르게 더 좋은 상태로 가고 있다"면서 "아시아의 경우 아직 최신 자료가 취합되진 않았지만 기존 수치보다는 상당 부분 상향 조정이 예상된다. 약 1%P씩은 오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IMF는 지난 4월 발표한 '세계경제전망'에서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을 -4.0%, 내년 1.5%로 예상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블랑샤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하반기 세계 금융위기로 아시아권이 미국, 유럽 등에서 차입했던 자본의 유출이 확대되고, 또 선진국에 대한 수출 또한 급감해 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는데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봤던 것"이라면서 "그러나 최근 아시아 국가들의 상황을 보면 '굉장히 나아졌다'고 보긴 어렵지만, 발트해 연안국 등 유럽의 신흥경제국들에 비해선 훨씬 더 좋은 상황이다"고 전했다.
아직 아시아권의 경제상황이 ‘위기 이전’ 수준으로까지 회복되진 않았지만 해외 자본 유입이 다시 확대되는 등 긍정적 신호가 나타나고 있고, 수출 또한 점차 회복세를 보이며 다른 나라들과는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그는 "이 같은 현상이 아시아권에선 '희소식'이 될 수 있으나, 전 세계적으로 볼 땐 꼭 그렇지만은 않다"면서 "지속가능한 경기회복과 경제성장을 이루려면 '글로벌 불균형' 문제가 해소돼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블량샤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아시아 신흥경제국가들의 수출 회복 현상은 전자제품을 중심으로 미국의 수입이 늘고 있기 때문이고, 이는 재고를 '다시 쌓는(restocking)' 과정으로 볼 수 있어 아직은 안심할 단계가 아니다"며 "현 시점이 지나면 다시 조정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한국처럼 개방형 경제이면서 자본시장이 많이 열려 있었던 아시아의 신흥경제국가들이 이번 경제위기에서 큰 충격을 받은 것과 달리, 중국과 인도는 상대적으로 폐쇄형 경제였기 때문에 지난 반년간 국내총생산(GDP)에서 '플러스(+)' 성장세를 보일 수 있었다”고 지적하면서 “아시아 국가들의 대미(對美) 수출이 다시 감소하면 중국이 그 역할을 맡아야 하는데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미국의 수출이 늘고 아시아의 수출은 줄어들어야 경기회복세가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와 관련, 블랑샤 이코노미스트는 IMF가 아시아국가들의 경제성장률 전망을 1%씩 상향 조정하더라도 중국과 인도는 제외될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한편 블랑샤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위기 대응과 향후 전망에 대해선 “확장적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도입해 효과를 보고 있고, 특히 한국 통화(원화)의 평가절하가 도움이 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미국이나 유럽의 경기회복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한국 등 아시아국가들의 완전한 회복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한국이 그동안 외환보유고를 늘려온 건 현명한 선택이었다”면서 “앞으론 수출뿐만 아니라 서비스업 분야의 생산성을 높임으로써 내수시장 키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 경기회복기에 대비한 ‘출구전략(Exit Strategies)’ 논의에 대해선 “아직 거기에 대해선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그러나 ‘출구전략’은 각국 정부가 모두 직면해 있는 문제다. 정부가 줄어든 민간 수요를 메우기 위해 재정지출을 늘리는 경기부양책을 쓰는 건 올해는 물론 내년에도 필요하지만, 앞으로 점차 개선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장용석 기자 ys417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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