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경제 빠른 회복 어려워.. 인적 투자 등 성장잠재력 키울 필요"
앤 크루거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22일 세계경제 상황이 단기간 내에 빠른 속도로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개발도상국들은 보호무역주의 철폐 등 자유무역 기조 확산을 통해 '글로벌 불균형'을 해소하는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크루거 교수는 이날 오전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세계은행(WB) 개발경제컨퍼런스(ABCDE)'에 참석, '경제위기 속의 경제발전 전망'을 주제로 한 기조연설을 통해 "위기 이후 선진국을 포함한 세계경제는 절대로 지난 20년 동안과 같은 빠른 성장을 보이기 힘들 것"이라면서 "이런 상황에선 글로벌 불균형이 적은 국가가 유리하고, 각국 간 경제통합이 더 많은 혜택을 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크루거 교수는 "관세 및 기타 수입장벽을 높이는 보호무역주의 조치를 방지하고 개방형의 다자간 교역체제를 갖추는 게 장기적으로 유리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면서 "개발도상국의 정상들은 앞으로 이 부분에 대해 계속 초점을 맞춰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장ㆍ단기로 볼 때 실질금리가 올라가 자본에 대한 비용 또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인구 고령화를 겪고 있는 선진국보다는 비숙련 노동력이 풍부한 개도국에 훨씬 유리한 여건이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개도국에선 이들 비숙련 노동력을 효율적으로 사용해 노동생산성을 높이는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선진국 시장의 투자 수익률이 지속적으로 둔화되면 결국 풍부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성장 잠재력을 갖춘 개도국으로 투자 수요가 몰릴 것인 만큼, 개도국들은 미리미리 인적 자원에 대한 투자를 통해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아울러 "기업친화적인 환경과 개방형 체제, 보건ㆍ의료ㆍ교육 등에 대한 사회 인프라 구축 또한 선진국으로부터의 투자 확대를 이끌어내는 주요 요인이 될 것"이라며 이를 위한 법적·제도적 정비의 필요성를 주문했다.
이와 함께 크루거 교수는 "개도국은 개방형의 다자간 교역체제를 지지하는 측면에서 국제무대에서의 영향력을 발휘해야 한다"면서 "지난 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의 상황을 보더라도 다자간 교역체제를 확립하고 무역 관련 제재 사항을 계속 줄여나간 몇몇 나라들이 최근 경제상황을 잘 활용했다. 한국 정부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을 통해 자유무역을 주요 이슈로 제기하는 것도 그런 의미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체로 한 개도국이 다른 개도국에서 취하는 보호무역주의는 본국에만 부정적 결과를 가져오는 게 아니라 상대국으로부터의 보복적 조치를 불러 장기적으로 안 좋은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면서 "무역장벽을 한번 높이면 나중에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다시 내리기 어려워진다.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위해선 반드시 개방을 추구해야 하고, 이는 경험적 결과로 입증된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장용석 기자 ys417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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