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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 "한국 경기전망, 아직 비관에 가깝다"

"회복까지 예상보다 오래 걸릴 것.. '출구전략' 논할 시기 아냐"

장하준 영국 캠브리지대 교수는 22일 최근 제기되고 있는 이른바 ‘경기바닥론’ 등에 대해 “아주 비관적인 건 아니나 비관에 가까운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은행(WB) 경제개발컨퍼런스(ABCDE)’에 참석 중인 장 교수는 이날 오후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가진 언론 간담회를 통해 “한국 경제의 주요국 가운데 무역 의존도가 제일 높은데다 국가 경제수준에 비해 자본시장이 많이 개방돼 있어 외부로부터의 충격이 크다”면서 “그 때문에 (경기가) 내려갈 때도, 또 회복될 때도 남들보다 빠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세계경제 전체가 회복돼야 한국도 수출이 회복되면서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면서 “일부에선 (위기가) 거의 다 끝난 것처럼 얘기하지만 그보다는 (시간이) 오래 걸리면서 천천히 회복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과거 일본의 경우 잘못된 정책 판단으로 인해 ‘잃어버린 10년’을 겪었지만 결국엔 수출로 경기 회복을 이룰 수 있었다”는 게 장 교수의 설명.

그러나 “지금은 전 세계가 동반 침체를 겪고 있어 수출 수요를 만들기 어려워 현 상태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어 그는 경기회복기를 대비한 ‘출구전략(Exit Strategies)’ 논의와 관련해서도 “아직 경기하강이 끝난 게 아니므로 그 문제를 논할 시기는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장 교수는 “영국, 미국 등의 경우 계속 실업률이 오르고 있고,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카드 연체율도 계속 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경기선행지표도 하락세가 다소 진정됐을 분 뿐 다시 상승하고 있다고 말하기 이르다”면서 “특히 유럽발(發) 금융불안 가능성 등 여러 문제가 남아있는 만큼 ‘(위기가) 다 끝났으니까 재정적자를 줄이고 남은 쓰레기들을 청소하자’고 하는 얘기는 시기상조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장 교수는 “그렇다고 해서 ‘출구전략’이 중요하지 않다는 건 아니다”며 심화되는 재정적자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연구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금융위기 재발을 막기 위해 관련 규제를 강화하는 논의 또한 필요하다”고 거듭 밝혔으며, 특히 우리나라에 대해선 “파생상품 분야 외엔 금융 관련 규제가 그리 강한 편이 아니다. 사모펀드 규제 완화는 안 되며 금산분리 문제도 신중히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장 교수는 현 정부의 감세정책 기조와 관련해선 “일시적으로 경기부양을 위해 감세가 필요한 때가 있지만, 장기적으론 국민소득 대비 사회복지 지출 규모 등을 고려할 때 세금을 올려야 한다는 생각이다”고 말했다.

경기부양책 시행에 따른 대규모 재정적자에 대해선 “경기하강의 골이 깊지 않도록 하기 위한 재정적자는 원칙적으로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같은 돈을 쓰더라도 어떻게 하면 보다 더 생산적으로 쓸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장 교수는 “한국은 현재의 산업발전 단계를 볼 때 연구·개발(R&D) 분야에 대한 지원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장 교수는 한·미 및 한·유럽연합(EU)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문제와 관련해선 “수준이 비슷한 나라끼리 자유무역을 하면 서로 자극이 될 수 있지만 수준 차이가 나는 나라들 사이에선 좋지 않다”며 부정적 입장을 견지했다.

장용석 기자 ys417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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