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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컨퍼런스 "출구전략은 시기상조" 잇달아

사공일·장하준 "경기하강 여전.. 日 '잃어버린 10년' 유념해야"

최근 세계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유동성 회수를 포함한 ‘출구전략(Exit Strategies)’ 논의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22일 서울에서 열린 ‘세계은행(WB) 개발경제컨퍼런스(ABCDE)’ 참석자들 사이에선 “출구전략 논의는 시기상조다”는 지적이 잇달아 제기됐다.

‘출구전략’이란 최근 경제위기 극복 과정에서 각국 정부가 추진한 재정확대 정책을 위기 이전 상황으로 되돌리는 것으로, “경기회복 시기에 출구전략을 제대로 쓰지 못할 경우 유동성 과잉에 따른 인플레이션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최근 미국, 유럽은 물론 중국, 일본 등 아시아권 국가에서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서둘러 정책기조를 바꿔 유동성 회수에 나설 경우 오히려 과거 일본의 ‘잃어버린 10년’과 같은 장기불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현재의 확장적 정책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이와 관련, 사공일 주요 20개국(G20) 조정위원장 겸 한국무역협회장은 이날 ‘세계 금융위기: 원인과 정책대응’을 주제로 한 컨퍼런스 첫 번째 기조연설을 통해 “최근 세계 주요 금융'경제 정책 입안자들의 합심된 조치로 인해 세계경제가 회복기에 직면한 것처럼 보이지만 (경기) 회복의 불안함을 고려할 때 출구전략을 논의하는 건 성급하다”고 밝혔다.

특히 사공 위원장은 오는 9월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릴 예정인 ‘G20 정상회의’와 관련, “만일 G20 정상들이 출구전략을 논의한다면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주게 돼 결과적으로 경기회복에 찬물을 끼얹는 셈이 될 것이다”고 우려하며 “G20 정상들은 1930년대 미국과 80년대 일본의 성급한 '출구전략'이 가져온 결과를 유념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공 위원장의 이 같은 언급은 아직은 세계경제의 본격적인 회복을 논하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거시정책 기조의 변화엔 보다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사공 위원장은 또 “전 세계적인 경기부양책의 철회가 늦어질 경우 스태그플레이션(경기 불황 속 물가상승)에 진입할 우려가 있긴 하지만, 너무 조기에 시행된 출구전략에 따른 경기침체 위험에 비해선 그 가능성이 높지 않다”며 “지금은 보다 공격적인 통화 및 재정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공 위원장은 이후 열린 언론 간담회를 통해서도 “우리나라는 대외 의존도가 높아서 외부 경기가 좋아지지 않으면 경기침체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장하준 영국 캠브리지대 교수도 이날 오후 언론 간담회를 통해 “아직 경기하강이 끝난 게 아니므로 출구전략을 논할 시기가 아니다”며 “세계경제 전체가 회복돼야 한국도 수출이 회복되면서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 일부에선 (위기가) 거의 다 끝난 것처럼 얘기하지만 그보다는 (시간이) 오래 걸리면서 천천히 회복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그렇다고 해서 ‘출구전략’이 중요하지 않다는 건 아니다”며 심화되는 재정적자 문제를 경기회복기에 대비해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연구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장 교수는 “영국, 미국 등의 경우 계속 실업률이 오르고 있고,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카드 연체율도 계속 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경기선행지표도 하락세가 다소 진정됐을 분 뿐 다시 상승하고 있다고 말하기 이르다”면서 “특히 유럽발(發) 금융불안 가능성 등 여러 문제가 남아있는 만큼 ‘(위기가) 다 끝났으니까 재정적자를 줄이고 남은 쓰레기들을 청소하자’고 하는 얘기는 시기상조다”고 거듭 강조했다.

장용석 기자 ys4174@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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