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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흩어져야 사는(?)" 영화 속 '콩가루' 집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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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신문 박소연 기자]영화 속에는 유독 훅 불면 날아가버릴 것 같은 '콩가루' 집안이 자주 등장한다. 서로 다른 듯 닮은 이들은 각자 자신의 생각과 욕구를 다른 가족들이 이해해주지 못한다며 마음의 문을 닫은지 오래다. 투닥투닥 매일 싸우는 가족이라면 오히려 애정도가 높은 수준. 밥먹을 때 모여앉아도 멀뚱멀뚱 서로에게 무관심, 자기만의 세상속에서 살아간다. 가까운 사람과의 갈등이 더욱 풀기 어려운 법, '그냥 그런가보다'하고 무심하지만 가족의 힘은 역시 위기의 순간에는 똘똘 뭉친다는 것.

■리틀미스선샤인(Little Miss Sunshine, 2006)

[마니아]"흩어져야 사는(?)" 영화 속 '콩가루' 집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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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패배자들만 모아 놓은 것 같은 가족이 여기 있다. 대학 강사인 아빠 리차드(그렉 키니어)는 '절대무패 9단계 이론'이라는 되도 안한 이론을 세우고는 팔아먹으려고 엄청나게 노력하지만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는다.

이런 남편을 경멸하는 엄마 쉐릴(토니 콜레트)은 2주째 닭날개 튀김을 저녁으로 내놓고 있다. 헤로인 복용으로 최근에 양로원에서 쫓겨난 할아버지(앨런 아킨)는 15살 손자에게 섹스가 무조건 중요하다고 가르친다.


전투 조종사가 될 때까지 가족과 말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아들 드웨인(폴 다노)은 9개월째 자신의 의사를 노트에 적어 전달하고 있고, 이 집안에 얹혀살게 된 외삼촌 프랭크(스티브 카렐)는 엄청난 석학이지만 동성 애인한테 차인 후에 자살을 기도해 병원에 입원했다가 방금 퇴원한 상태.

마지막으로 비교적 정상적인 7살짜리 막내딸 올리브(애비게일 브레슬린)는 또래 아이보다 통통한(?) 몸매지만 유난히 미인대회에 집착하며 분주하다.


이런 가족이 식탁에 모여 앉으면? 할아버지는 조종사가 될 때까지 말을 하지 않겠다는 손자에게 "섹스가 모든 것을 해결해 준다"며 '섹스만병통치론'을 주장하고, 아빠는 '절대무패 9단계 이론'에 여전히 몰입, 엄마는 '닭날개' 식단 일변도를 달리고, 게이삼촌은 멍하니 벽만 본다.

[마니아]"흩어져야 사는(?)" 영화 속 '콩가루' 집안


그래도 이 가족에게 '희망'은 있었으니. 겁나게 평범한 외모로 '미인대회'에 꽂혀버린 막내 올리브에게 캘리포니아 주에서 열리는 쟁쟁한 어린이 미인 대회인 '미스 리틀 선샤인' 출전 기회가 찾아온 것.


아무리 콩가루 집안이라지만 가족들은 막내의 소원을 위해 낡은 고물 버스를 타고 1박2일 동안의 무모한 여행 길에 오르게 된다.


좁은 버스 안에서 가족의 비밀과 갈등은 점점 더 커져만 가고 결국 폭발 지경에 이르게 되는데. 색맹이라 전투기 조종사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여행 중에 우연히 알게된 아들이 오랜침묵을 욕으로 벗어던진 것이 하나의 수확이랄까.


온갖 고초끝에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한 가족. 할아버지와 올리브가 열심히 준비한 미스 리틀 선샤인 대회의 마지막 무대는 가족 모두를 그들이 절대 상상할 수 없었던 방식으로 변화시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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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출전자들은 어른을 축소한 것 같은 완벽한 화장과 말투, 바비 인형같은 모습을 선보이지만 할아버지로부터 모든 것을 전수받은 올리브는 장기자랑 시간에 '저질댄스'를 추며 학부모 관객들을 경악시키고.


완벽하게 꾸며진 다른 출전자들 사이에서 너무나도 '원초적'인 막내의 모습에 가족들은 혹시라도 막내가 상처를 받을까 전전긍긍 막내를 응원하게 된다.

[마니아]"흩어져야 사는(?)" 영화 속 '콩가루' 집안


■로얄 테넌바움(The Royal Tenenbaums,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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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또 대책없는 엽기적인 가족이 하나 더 있다. 로얄 테넌바움과 그의 아내 에슬린 테넌바움에게는 세 명의 어린 자녀가 있다. 태어날 때부터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이들 세 명의 자녀는 부모가 별거하는 바람에 그 충격으로 모두 뿔뿔이 흩어져서 산다.


첫 아들 채스(벤 스틸러)는 10대 초의 나이에 이미 부동산 투자 전문가가 될 정도로 천재적이다. 하지만 부인에게 일어난 비극적인 사고로 '안전 강박증'에 걸려 늘 항상 체육복을 입고(두 아들에게도 똑같은 체육복 상시 착용시킨다) 매일 비상훈련을 한다. 매일 밤마다 두 아들을 데리고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 정말 사이코가 따로없다.


입양된 딸인 마고(기네스 팰트로)는 천재적인 극작가지만 늘 항상 스모키 화장에 어린 시절에 입었던 원피스와 머리핀을 지금도 그 모양 그대로 걸치는 '엽기적인 그녀'다. 만사에 무심한 듯 시크한 그녀 하루종일 화장실에서 담배만 피워댄다. 막내 리치(루크 윌슨)는 누나의 결혼에 충격을 받아 이미 테니스 선수생활을 그만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테니스용 머리띠를 두르고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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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같이 천재였던 이들 세 남매들의 어린 시절은 20여 년에 걸친 부모의 무관심과 독설로 산산조각이 난다. '테넌바움'가의 이야기는 산산조각 난 가족들이 20여 년의 세월이 지난 어느 겨울 날, 불치의 병에 걸렸다고 알려온 아버지 때문에 한 집에서 다시 만나면서부터 시작된다. 로얄은 한 때 잘나가는 변호사였지만 가족들을 등한시하고 일생을 호텔을 전전하며 살다가 파산지경에 이르자,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고 거짓말을 하고 가족들을 불러 모은 것.


아버지로서도, 남편으로서도 충실하지 못했던 로얄이지만 아빠를 닮아 안전 강박증에 걸릴 것 같은 손자들을 위해 무단횡단과 편의점 물건 슬쩍하기 등을 가르치며 그만의 '내멋대로식' 교육법에 돌입한다. 자식과 아버지의 화해는 거창한 것이 필요없었다. 단지 "널 버려둬서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가 필요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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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지 아니한가(Shim's Family,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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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보기에 절대 평범하지 않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우리가족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엽기가족이 한국영화 속에도 있다.


가장의 권위를 인정받지 못하는 무뚝뚝하고 보수적인 아빠(천호진) 밥솥이 폭발해도 허리띠로 묶어가며 악착같이 살아왔지만 폐경기에 이르자 삶에 회의를 느끼기 시작한 엄마(문희경), 원조교제를 하는 소녀를 짝사랑하게 된 아들(유아인), 세상만사가 궁금해 미치는 딸(황보라), 언니집에 기생하고 있는 무협작가 이모(김혜수)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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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집에 모여 살지만 공통점이라곤 눈곱만치도 찾아 볼 수 없는 심씨네 가족, 서로 무슨 짓을 하던지 무관심하고도 무책임한 이 가족에게 어느 날 일생 최대의 위기가 찾아온다. 교사인 아버지가 길에 쓰러져 있는 여고생을 도와주다가 원조교제로 오해를 받아 추문에 휩싸인 것. 세상으로부터 억울한 오해를 받게 된 가족들은 의도하지 않게 서로 뭉치게 된다.


이런 콩가루 가족들을 보며 키득거리다가도 어느 순간 그 속에서 뭉클함을 발견하게 된다. 가족간에 무심하고 함부로 하는 것은 예의를 위장한 가식이 없기 때문이지 싶다. 서로 상처받고 마음의 문을 닫았어도 그 문을 열 수 있는 열쇠는 '집 키'처럼 각자가 항상 소지하고 나돌아다니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앗 요즘에는 비밀번호인가?

[마니아]"흩어져야 사는(?)" 영화 속 '콩가루' 집안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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