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신문 고경석 기자]해외 팝스타들에 대한 재미있는 통계 하나. 2년 전 영국의 세 학자가 1956년에서 1999년까지 북미와 유럽의 성공한 대중음악인 1064명을 상대로 이들의 평균 연령이 일반인들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연구했다.
◆ 요절한 록 스타, 4명 중 1명은 마약중독
조사의 포함된 1064명 중 2005년 사이에 사망한 100명의 평균 나이는 북미의 경우 42세였고, 유럽은 35세였다. 그들 대부분은 유명해진 지 몇 년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났다. 사인은 자살에서 타살, 사고, 질병 등 다양했지만 가장 주요한 이유는 오랫동안 계속된 마약중독이나 알코올중독이었다. 4명 중 한 명 꼴이었다.
평균 수명이 35~42세라는 건 해당 시기에 사망한 스타들의 평균 연령이 그렇다는 이야기다. 한 가지 다행인 건 스타덤에 오른 지 25년이 지나면 유럽인의 경우 일반인들과 평균 수명이 거의 같아지고, 미국인의 경우 암이나 심장마비 등의 사인으로 인해 그보다 약간 짧다는 점이다.
해당 주제에 대한 논문을 쓴 학자들은 "음악인들 자신은 물론 팬들, 대중들에게 미칠 영향을 고려해 대중음악계가 약물남용에 대해 좀더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 대마초에 관한 논란
유럽이나 미국에서 마약은 일부 연예인이나 뒷골목 사람들의 전유물은 아니다. 중독성이 가장 덜하고 신체에 유해성이 가장 적은 마약이라는 마리화나(대마초)의 경우 유럽이나 미국에선 담배만큼은 아니지만 일반인들도 흔하게 피운다. 대마초가 불법인 미국에서도 1~2개비 정도 소지는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는다. 또한 대마를 불법으로 규제하는 대다수의 나라에서는 과거 흡연자가 아닌 소지자와 판매자, 즉 현행범만 처벌한다.
대마초 합법화에 대한 논란은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대마초가 담배나 술보다 덜 해롭다는 주장도 있지만 반대로 더 위험하다고 반박하는 학자들도 많다.
신해철의 대마초 합법화 주장처럼 영화 '트랜스포머'의 메간 폭스가 마리화나 합법화를 지지한 것은 그만큼 미국 연예계나 일반인들 사이에서 마리화나에 대한 관용도가 높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마리화나가 결코 무해한 마약은 아니며 요절한 스타들의 직접적인 사인으로 거론되는 경우도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 마약과 팝 스타의 끈끈한 관계
대마초에 관한 논란과 달리 중독성이 강한 약물에 관해서라면 이야기는 전혀 달라진다. 앞서 언급된 유럽과 미국의 요절한 록 스타들의 경우에서 인생을 파탄으로 이르게 하는 것은 대부분 코카인이나 헤로인 같은 강한 마약이다. 정상의 자리에 올랐던 수많은 팝스타들이 한때 마약에 빠져있었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폴 매카트니, 밥 딜런, 믹 재거, 에릭 클랩튼 등 이제 노인이 된 전설적인 뮤지션들도 젊을 때는 잠시 마약에 심취했었다.
장르를 굳이 록으로 한정시키지 않아도 많은 음악인들이 마약의 유혹에 빠진다. 투팍이나 50센트처럼 무명시절 마약거래상이었던 경우도 있고, 에미넴과 휘트니 휴스턴처럼 성공 후 복잡한 개인사로 인해 마약에 빠지는 예도 있다.
영국 학자들의 조사에서 록 스타들의 평균 연령을 깎아먹은 이들은 우연히도 세 차례의 우드스탁 공연(1969, 1994, 1999)이 열린 즈음에 부고를 알렸다.짐 모리슨(1971)에서 브라이언 존스(1969), 재니스 조플린, 지미 헨드릭스(이상 1970) 그리고 커트 코베인(1994) 등 전설의 록 스타들은 모두 27세의 젊은 나이에 정상의 자리에서 숨을 거둬 '27클럽'으로 불린다. 닉 드레이크(1974), 팀 버클리(1975), 레인 스테일리(2002), 엘리엇 스미스(2003) 등도 35세 이전에 세상을 떠났다.
사인은 각기 다르지만 이들은 모두 죽기 전 약물중독에 빠져 있었다. 록스타와 약물중독, 요절의 역사는 흔히 로맨티시즘의 신화학으로 연결되지만 그것은 철저히 현실이 아닌 판타지의 영역에 국한된 이야기이다.
최근 국내 연예계가 마약 관련 수사로 어수선하다. 주지훈이나 오광록에 대해 실망감을 드러내는 목소리도 높다. 미국이나 유럽이라면 현행범이 아니니 이렇게까지 시끄럽진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그들이 마약중독자라는 증거도 없다. 그러나 법은 종종 도덕이나 윤리와 동일시된다. 이들에게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로 엄한 처벌이나 여론의 비난을 가하는 정당한 이유를 찾는다면 그건 공인으로서 갖는 사회적 책임감 때문일 것이다.
고경석 기자 ka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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