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금융당국이 자국 은행권에 대해 비상지휘권을 행사할 전망이다. 경제 기능의 핵심을 담당하는 UBS, 크레디트스위스(CS) 등 초대형 은행들이 심각한 리스크를 안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스위스 중앙은행인 스위스내셔널뱅크(SNB)는 18일(현지시간) '2009년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스위스 대형 은행들이 금융 위기에 심각하게 노출되어 있다고 경고하고 개선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SNB는 보고서에서 경기 침체가 예상보다 더 길고 심각하게 진행될 경우 스위스 금융부문 전반이 위협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SNB는 특별히 UBS와 크레디트 스위스 등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대형 은행들이 자기자본 비율 강화와 리스크 포지션 감축, 비용 절감 등을 통해 회복력을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SNB의 필립 힐데브란트 부총재는 "지난 2년간의 경험을 통해 더 이상은 금기시 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며 대형 은행에 대한 비상지휘권을 행사할 입장을 표명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SNB는 유로화 대비 스위스 프랑의 가치를 떨어뜨리기 위한 개입을 포함해 수출주도형 경제 구조에 따른 피해를 막기 위한 방안도 함께 시행키로 했다. 더불어 SNB와 스위스 금융시장 감독 당국은 유럽과 미국 정책당국이 고민해온 '대마불사(too big to fail)' 문제에 공격적으로 접근해 나아갈 뜻도 나타냈다.
UBS, 크레디트 스위스 등 스위스 2대 은행은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와 관련해 거액의 피해를 입고 정부로부터 구제금융을 지원받았다. 크레디트 스위스의 경우 이후에도 손실이 계속됐지만 다른 출구를 통해 재무기반을 재구축해오고 있다.
하지만 스위스 금융당국은 UBS, 크레디트 스위스가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나 막대하기 때문에 이들의 '대마불사' 문제를 놓고 다른 유럽권 국가 이상으로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자문기관인 유럽그림자금융감독위원회(ESFRC) 회장이자 네덜란드 틸부르크 대학의 해랄트 베닝크 금융학과 교수는 "대형은행들의 영향력 때문에 당국의 개입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냈다.
크레디트 스위스의 알렉스 비스카로 대변인은 "정책 당국과의 대화를 통해 생산적인 결과를 이끌어낼 것"이라며 "시스템적인 문제는 국제적 차원의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수경 기자 sue68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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