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행정부가 70여년만에 금융시스템 개혁에 '메스'를 들었지만 시장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17일(현지시간) 공식 발표된 초안은 당초 논의가 이뤄졌던 방안에서 크게 후퇴해 이미 '용두사미'라는 지적이 나오기 시작한 데다 각 감독기관 간 이해 다툼이 번지면서 그나마도 '시늉'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용두사미’논란 = 개혁안 도출 과정에서 감독기구 간의 이해관계가 녹아들어가면서 타협과 양보가 이루어진 결과, 개혁안은 당초 예상에서 크게 후퇴했다. 이는 지난 금융권이 지난 6개월 간 치열하게 펼친 로비의 결과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이번 개혁안이 다소 ‘보수적’이라는 평가와 함께 특히 민주당 내에서는 보다 강력한 규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루이스 슬러터 민주당 의원은 “개혁안이 또 다른 금융위기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인들에게 금융 개혁 의지가 있음을 강력하게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악관은 그 동안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와 증권거래위원회(SEC)의 통합안을 추진했으나 의회의 대립을 우려해 초안에서 빠졌고,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등의 권한에도 별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파생상품 업계도 일부 자신들의 의견을 관철시켰다. 뉴욕타임스(NYT)는 개혁안 추진 초반에만 해도 백악관은 금융위기의 원흉을 파생 금융상품으로 보고 이에 대한 강력한 규제 행사할 것처럼 보였지만 막상 공개된 개혁안은 세부사항을 입법자들에게 미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행정부 비대화 논란=기관 간 갈등을 피할 요량으로 금융기관들을 구조조정하기보다는 현존 기관에 권한을 집중시키면서 일부 기관이 리스크를 과도하게 떠안는 현상도 초래됐다. 특히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권한이 대폭 강화돼 이번 개혁안을 두고 금융권의 뿌리가 월가에서 워싱턴으로 이동했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의 마크 워너 의원은 “코끼리가 춤추면 풀밭을 망친다”며 “더 큰 코끼리가 나타나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연준의 비대화를 경계했다.
연준이 시장의 신뢰를 상실했기 때문에 무리라는 의견도 있다. 연준이 베어스턴스와 AIG에 대한 대규모 구제금융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입법자들의 분노를 불러일으킨 경험이 있기 때문. 공화당의 리차드 셜비의원은 “연준은 완전히 실패한 규제 기관”이라며 연준에 대한 권한 강화를 우려했다.
◆긴 진통 예고=금융권과 규제기관의 첨예한 이해관계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만큼 이번 규제개혁안이 의회에서 통과할 수 있을지 여부는 불투명한 것으로 보인다. 부시 행정부도 연준의 권한을 강화하는 금융 개혁안을 추진한 적이 있지만 이를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또 공화당 측은 이미 자체 개선안을 마련해 놓고 있어 이를 조율하는 일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익스체인지의 에탄 시에갈 대표는 “올해 안에 개혁안이 국회를 통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드 그레그 공화당 상원의원도 “초안 발표는 미국 금융 시스템 개혁의 첫 발걸음일 뿐”이라며 “의회에서 해야 할 일은 쌓여있다”고 말했다.
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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