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당 4만~5만원 급여 높아 대기자 급증
검사·의사 등 각종 인맥 동원 소문무성
$pos="L";$title="(표)20090616";$txt="";$size="273,319,0";$no="200906161058365471227A_5.jpg";@include $libDir . "/image_check.php";?>"이사님, 23번 번호표 드릴테니 기다리세요."
대기업에 근무하는 임원 A씨는 방학을 맞는 대학생 친척 조카에게 아르바이트 직원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계열사 백화점 인사 담당자에게 전화를 넣었다가 이 같은 내용의 답변을 들었다.
회사 임원은 물론 검사, 변호사, 의사, 장군 등 각종 인맥을 배경으로 한 소위 '빽 있는' 구직자들의 대기표였던 것이다. 당연히 이들 리스트는 일반 구직자와 별도 관리되고 있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이 대기하고 있을 줄은 A씨도 몰랐던 것이다.
A씨는 "인사담당자 말이 예전에는 정규직 직원 모집 때 전화를 걸던 인사들이 자식, 친척의 아르바이트 자리를 얻기 위해 민원 청탁을 많이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한다"면서 "워낙 자리가 없다 보니 웬만한 배경으로는 아르바이트 자리 얻기도 힘들 지경"이라고 말했다.
백화점 아르바이트는 매장에 상품을 실어 나르거나 고객이 구입한 상품을 배달하는, 소위 말해 몸으로 때우는 일이다. 일당 4만~5만원선으로 급여 수준이 높기 때문에 인기있는 아르바이트 직종중 하나다.
에버랜드, 서울랜드 등 놀이공원 아르바이트는 인기가 워낙 높아 알바자리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웬만한 빽 가지고는 통하지도 않는다고 정평이 나있다. 특히 한국마사회 경마장에서 토~일요일 이틀간 일하는 아르바이트직은 성과급은 물론 장기 근무시 퇴직금까지 나오기 때문에 직장에 취업한 후에도 일을 계속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급료가 싼 외식업 서빙 요원은 물론 주유소 아르바이트 조차 누군가가 챙겨주지 않으면 입사가 어려울 지경에 까지 이르렀다.
부탁할만한 친척이나 이웃들이 있다면 다행이다. 그나마 몸이 받쳐 주는 대학생들은 건설직 잡역부 등 노가다 직종을 찾아 일자리를 구하러 다니는데 여기도 소위 눈도장을 찍는 것이 중요한 의식이 됐다.
서울 대학로 근처에 위치한 한 인력 중개소에는 새벽 4시부터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한 때는 대학생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30~40대 아저씨들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4시 30분 중개소로 향하는 버스에서 만난 대학교 휴학생 B씨는 굳은 표정이었다.
"오늘 출근이 늦어 일자리 구하기가 힘들 것"이라고 말하는 그는 "이곳에서도 중개소 사장님의 눈에 들어야 일자리를 주는데 잘 보이기 위해 사람들의 출근시간이 갈수로 빨라지다 보니 잠이 많은 젊은 친구들이 일을 포기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포털사이트 알바몬에 따르면 올해 1∼5월 아르바이트를 구하기 위해 신규 등록한 이력서 제출 건수는 24만636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7만1531건보다 43.6% 증가했다. 이러한 구직자의 80%는 20대였다. 반면, 구인공고는 지난해 1∼5월 1184만9888건에서 올해 994만9576건으로 16% 감소했다.
6월말부터 전국의 대학이 여름 방학에 들어가면 줄어든 아르바이트 일자리를 잡기 위한 대학생들의 구직 전쟁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B씨는 "부모님께 매번 비싼 대학 등록금을 얻어타기 죄송해 용돈이라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에 나섰지만 불황의 그늘이 너무 깊은 것 같다"면서 "아르바이트 조차 이렇게 경쟁이 심하니 대학 졸업 후 취업은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채명석 기자 oricm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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