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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신문 고경석 기자]MBC의 장수 예능 프로그램인 '일요일 일요일 밤에'(이하 '일밤')가 최악의 시청률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15일 시청률 조사회사 TNS미디어코리아 집계 결과 14일 오후 방송된 '일밤'은 1부가 3.7%, 2부가 4.5%를 기록하며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1부에서는 '소녀시대의 공포영화제작소', 2부에서는 '퀴즈프린스'와 '우리 결혼했어요'가 방송됐다.
'일밤'의 시청률은 AGB닐슨미디어리서치 집계에서 더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1부는 2.9%, 2부는 3.5%였다. 6월 들어 급락세를 보이고 있는 '일밤'은 이미 5%대 아래로 추락했다. 황금시간대에 흔히 말하는 '애국가 시청률'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14일 동시간대 방송된 KBS2 '해피선데이'는 18.6%(이하 TNS 기준), SBS '일요일이 좋다' 1, 2부는 각각 24.3%, 15.6%를 기록했다.
이 정도면 3사 경쟁구도라고 하기에도 어려운 처지다. KBS2 '해피선데이'와 SBS '일요일이 좋다'의 양강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주에는 SBS '일요일이 좋다-골드미스가 간다'가 출연자인 노홍철과 장윤정의 열애 이슈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는 등 '일밤'으로선 악재가 이어졌다.
'일밤'은 14일 '소녀시대의 공포영화제작소'와 '퀴즈프린스'를 마지막으로 내보내고 또 다시 대수술에 들어갔다.
4주 만에 막을 내린 '생태보고서 대망'에 이어 두 코너 역시 두 달을 버티지 못하고 끝을 맺게 됐다. 홀로 남은 '우리 결혼했어요' 또한 실제 연인인 황정음 김용준 커플도 '일밤'의 몰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하락세에 있던 '일밤'에 치명타를 준 것은 '대망'이었다. 탁재훈 신정환 김용만 김구라 등 예능 MC계의 2인자들로 화려하게 구도를 짠 '대망'은 그에 비해 훨씬 허술한 듯 보이는 KBS '해피선데이'의 '남자의 자격'(이경규 김국진 김태원 윤형빈 이윤석 등)에 참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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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눈여겨 볼 점은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방식이 MBC와 KBS, SBS가 판이하게 다르다는 점이다.
KBS2 '해피선데이'와 SBS '일요일이 좋다'는 가족 같은 공동체 개념에 역점을 두고 이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에 초점을 맞춘다. 비슷한 캐릭터나 비슷한 위치에 있는 출연자로 배치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인물들로 팀을 짜는 것이 핵심이다.
MBC가 팀을 짠 탁재훈 신정환 김용만 김구라는 모두 공격성이 강한 캐릭터들로 함께 모일 때 가족 같은 느낌이 나기 어려운 조합이다. '대망'이 '남자의 자격'을 이길 수 없던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대망'에게 바통을 이어받은 '퀴즈프린스'와 정체성이 모호한 '소녀시대의 공포영화제작소'나 이미 시청자들의 관심 밖으로 떠난 '우리 결혼했어요'의 조합은 '일밤'을 최저 시청률의 구렁텅이로 밀어넣었다. 그나마 반응이 괜찮았던 '세상을 바꾸는 퀴즈'는 독립해 나갔다.
출혈이 있더라도 '일밤'의 대수술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정상궤도에 오를 때까지는 새로 편성될 '오빠밴드'와 기존의 '우리 결혼했어요' 또한 폐지 위협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일밤’은 지난 1988년 11월 첫 방송 이후 20년이 넘도록 일요일 저녁의 대표적인 예능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아 왔다.
'일밤'의 장점은 무엇보다 '몰래카메라' '브레인 서바이버' '게릴라 콘서트' '러브하우스' '느낌표' 등이 보여준 독창적인 아이디어였다. '일밤' 제작진이 염두에 둬야 할 점은 이러한 독창성의 전통과 '해피선데이'와 '일요일이 좋다'가 보여주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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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석 기자 ka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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