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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 경제학]고물상 하루 일당은?

30km의 거리, 하루 10시간 도보, 125kg의 짐, 일당 1만7500원. 폐지수집원의 하루를 말해주는 수치들이다. 마트· 식당 등을 공급처로 고물상을 거래처로 삼는 폐지수집원의 일과에도 나름의 경제 공식이 숨어있다.

◆ 거래와 흥정
12일 신설동 풍물시장에서 만난 한 폐지수집원은 리어카를 끌고 고물상으로 향하고 있었다.

각종 폐지류를 한 짐 가득 실은 리어카를 고물상 저울에 올리자 전광판에 무게가 나타난다. “17kg, 1020원!”하며 먼저 고물상 사장이 가격을 제시한다.

“에이, 그러지 말고 조금 더 쳐줘. 흰 종이도 많이 주워 왔는데...”칠순은 훨씬 더 돼 보이는 백발의 폐지수집원은 굴하지 않고 가격 흥정을 시도한다. 몇 차례 시도 끝에 최종가격은 1200원으로 낙찰된다. 이렇게 하루에 5 ~ 10번 고물상과 폐지수집원의 거래는 이뤄진다.

◆ 경쟁
오후 일과를 시작하는 한 할머니 폐지수집원을 따라가 봤다. 폐지를 내주기로 한 청계천 근처 빌딩의 모 사무실에 도착한 할머니. “왜 이렇게 늦게 오셨어? 다른 할아버지가 먼저 오셔서 그 분 드렸어. 조금 빨리 오시지”하는 관리인의 말에 “그래? 그럼 다른 곳으로 가야지 뭐. 수고해”하며 등을 돌린다.

허탕친 것에 대해 아쉬워할 만도 하지만 이런 ‘경쟁’에 익숙하다는 듯 “나 바쁘니까 젊은이들 이제 가게나. 수고하고”라고 마지막 말씀을 건네고 급히 떠난다.

신설동 풍물시장 근처 고물상에는 이렇게 ‘거래’와 ‘경쟁’에 익숙한 폐지수집원이 하루에 20명 정도 드나든다. 60세 이상 노인들이 대부분이다. 소득이 없거나 가족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폐지 값을 매기느라 분주하던 ㅇ 고물상 사장 전 모씨는 “경기가 좋을 때에 비해 폐품량이 반으로 줄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불황의 여파가 고물상에까지 전해진 것.

◆ 17500원
폐품을 수거하는 사람들이 일일평균 125kg 수준의 폐품을 수집하며 받는 일당이다. “개인, 성별에 따라 5천~3만원까지 다양하지만 1만5천원 받는 분들이 가장 많죠”라며 한 고물상주인이 말했다.

폐지 종류별 단가(140원/1kg)와 하루 평균 수집량(125kg/1인)을 고려해 일일평균수입량을 계산하면 1만7500원(단가× 수집량/1인)이란 수치가 나온다. 폐지의 종류별 단가는 kg당 ▲신문 100원 ▲박스 60원 ▲A4용지 200원 ▲장판 200원 등이다.

◆ 70시간
폐품을 수집하는 사람들의 주당 근로시간. 주말도 없이 매일 10시간씩 강행군이다. 빨간 모자, 빨간 조끼가 인상적이었던 한 할머니 폐지수집원은 “아침 6시에 나와서 오후 5시에나 들어가. 점심 먹을 시간만 빼놓고는 종일 걸어 다녀”라며 “그렇게 해도 요즘엔 박스 구하기 힘들어”라고 말한다.

주말에는 쉬냐는 질문에 “무슨 소리야. 그러면 주말에는 굶어?”라고 호통이다. 주당소정근로시간(40시간)을 50%이상 초과하며 발품을 팔지만 수집이 녹록치 않은 점이 더 걱정이다. 비· 눈 내리는 날이 유일한 휴일이다.

◆ 2.5t
신설동 ㅈ 고물상이 하루 평균 사들이는 폐지의 무게다. 20명씩 오는 폐지수집원들이 125kg정도 가져온다고 보고 계산한 수치다. 수집원을 통해 모인 2.5t의 폐지는 매일 압축장으로 옮겨진다. 압축장은 고물상들을 통해 모아진 각종 폐지들을 분류 · 압축해 재활용지로 가공하기 쉽도록 만드는 곳이다. 압축된 폐지들은 제지 가공공장을 거쳐 최종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전달된다.

◆ 50%
물량이 충분했던 시절 대비 근래의 매출 감소폭이다. “최근 고물상 사업에 진출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 경쟁이 치열해졌다”며 하소연을 하던 ㅈ고물상의 전 모 사장은 “경기가 안 좋아서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가져오시는 물량이 절반이나 줄었어요”라고 최근 힘들어진 업계 사정을 토로한다.

생계가 어려운 사람들의 돈벌이 수단이라고만 여겨졌던 고물상에도 나름의 경제원리가 숨어 있었다. 녹색연합이 지난 1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A4 한 박스를 재활용으로 대체 생산할 경우 소비자가격을 70% 줄이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 씨는 “지저분하게만 보지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주변의 인식 때문에 힘들어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라고 폐지수집원을 걱정했다. 또 “폐지 수집은 재활용품 생산과 소비를 가능케 하는 순기능을 한다”며 “엄연한 경제활동임을 알아 달라”고 당부했다.

임선태 기자 neojwalker@asiae.co.kr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이윤재 기자 gal-run@asiae.co.kr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양재필 기자 ryanfeel@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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