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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M&A의 힘..A부터 Z까지 철저한 인수준비

중장비 톱 '밥캣' 대어 낚았다
'M&A의 숨은 힘' 버림 통합의 미학 - <4> 글로벌 도약 최대 승부수
브랜드 경영진 그대로···시너지 창출은 지금부터



2007년 7월 30일, 두산그룹은 전 세계가 깜짝 놀랄 만한 소식을 발표했다.

미국 건설중장비 업체 잉거솔랜드의 세계1위 소형 건설 중장비 제조사인 밥캣(Bobcat)을 비롯해 부착장비(Attachment), 편의용 장비(Utility) 등 3개 사업 부문을 인수한 것이다.

잉거솔랜드가 3개 사업부문 매가 계획을 발표한지 불과 2개월여 만에 49억달러, 당시 환율 기준으로 무려 4조5000억원에 해당하는 빅딜을 성사시켰다. 이는 국내기업 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ㆍ합병(M&A)이자 아시아 지역 기업의 미국 기업 인수 금액으로도 가장 큰 규모였다.

이들 기업은 각가의 부문에서 글로벌 톱에 오른 기업인데, 지구 반대편 한국의 중견 그룹에 넘어갔다는 사실 자체가 충분한 이슈거리였다.

◆두산은 어떤 기업인가요?= 계열사를 매각하고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 대우종합기계(현 두산인프라코어) 등 국대 거대기업을 차례로 인수한 두산그룹은 시야를 해외로 돌려 글로벌 M&A를 추진키로 했다.

밥캣도 이미 2005년부터 두산그룹의 인수후보에 올라있던 기업으로, 박용만 회장과 M&A 전담팀인 기업금융프로젝트(CFP, Corporate Financing Project)팀원들은 가상 시나리오 작업을 통해 인수 방안을 사전에 마련하고 기회만을 엿보고 있었다. 중간에 미국 AES, 영국 미쓰이밥콕, 중국 연대유화기계 등을 연이어 인수하며 해외기업을 인수하는 노하우도 익혔다.

그런데 해외기업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두산그룹은 고민에 빠졌다. 두산의 낮은 기업 인지도가 해외기업 인수에 장애요소로 발생한 것이다.

두산 관계자는 "2000년대 초반만해도 핵심 인재들은 두산 입사에 무관심했을 만큼 우리는 그저 신흥 경제국의 평범한 기업에 불과했다"면서 "다국적 기업과 대화를 통해 우리가 갖고 있는 유ㆍ무형 자산의 적정 가치를 설명하는 데에만 3년여의 시간을 보내야했다"고 설명했다.

밥캣 인수 과정에서도 이 부분이 가장 어려운 점 중 하나였다고 한다. 2년여를 준비해온 만큼 잉거솔랜드가 매각계획을 발표하자 두산그룹은 주저 없이 인수전에 뛰어들었고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인수전에 뛰어든 다른 기업들이 모두 건설 산업에서 인지도가 높은 업체였던 반면 밥캣 관리자들은 두산이라는 이름조차 들어본 적이 없었고, 한국을 방문하거나 한국인을 만나본 일조차 없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박 회장도 "우리는 이미 상당 부분 실사 작업을 진행한 상황이었지만 밥캣의 인력과 교류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인적 자원 부분만은 확신할 수 없었다"면서 "인수전에 뛰어든 후 수없이 뉴욕을 오가며 밥캣 관리자들을 직접 만나 신뢰를 주고자 노력했다"고 밝혔다.

두산그룹 내부 직원들도 '과연 우리가 해낼 수 있을까'라는 우려의 시각이 존재했건 게 사실이었다. 직원들이 경험한 글로벌 경험은 '수출'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브랜드ㆍ경영진 '그대로 둔다'= 두산그룹이 밥캣을 인수하면서 현지 인력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밥캣' 브랜드를 어떻게 할 것이냐는 것이었다고 한다. 박 회장은 밥캣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보고 큰 비용을 치룬 것인 만큼 고객이 밥캣 브랜드를 외면하지 않는 한 두산이 먼저 없애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한 미국 본사에 파견하는 두산 직원은 12명에 불과했다. 경영진을 교체하지 않았으며, 인력 조정도 아주 최소화 했다. 점령군이라는 피해의식을 갖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한국'이라는 국가 이미지 홍보도 하지 않았다. 네슬레가 스위스 기업인지를 소비자들이 잘 모르는 것 처럼 두산도 한국기업이 아닌 글로벌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심기 위한 전략이었다.

◆시너지는 지금부터= 인수 후 미국발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담보대출) 사태라는 예기치 못한 악재가 터지면서 인수 자금 조달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컸지만 두산은 11월 9일 한국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우리은행, 신한은행, 기업은행 등 국내 10곳, 해외 2곳 등 총 12개 금융기관이 참여한 가운데 인수금융 서명식을 개최함으로써 금융 조달 작업을 완료하고, 같은 달 30일 마침내 3개 사업부문에 대한 M&A를 모두 마무리 했다.

최근 글로벌 경기 불황으로 밥캣 인수가 그룹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건설중장비 업계 전반으로 보면 두산인프라코어만큼 위기를 잘 헤쳐 나가는 기업이 없다는 게 두산측의 주장이다.

두산 관계자는 "밥캣이 미국기업으로만 남아있었다면 이번 글로벌 경제 위기에서 살아남을 수 없었을 것이다. 두산과 한 가족이 돼 미국ㆍ유럽 시장이 위축돼도 아시아 시장이라는 새로운 기회에 도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면서 "반도체ㆍLCDㆍ휴대폰 등 3대 포트폴리오로 불황 때에도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삼성전자처럼, 두산과 밥캣은 이미 시너지를 내고 있고 경기가 회복되면 더욱 큰 성과를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명석 기자 oricms@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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