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가정상이 두차례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3개 주변국 순방에 오르며 지역맹주로서 텃밭 다지기에 나선다.
10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은 오는 14~20일 일주일 일정으로 러시아와 슬로바키아, 크로아티아를 국빈 자격으로 방문한다.
후 주석은 순방을 겸해 러시아를 방문, 예카테린부르크에서 열리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연례 정상회의와 브릭스 4개국 정상회담에 참석할 예정이다.
SCO는 2001년 상하이에서 만들어진 지역기구로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해 카자흐스탄ㆍ키르기즈스탄ㆍ타지키스탄ㆍ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4개국이 회원국가다. 몽고ㆍ인도ㆍ파키스탄ㆍ이란 등 4개국은 참관 자격으로 참가한다.
9번째를 맞는 SCO는 이번 회의를 통해 ▲글로벌 금융위기 대처 ▲회원국간 상호 경제협력 확대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9일 외교부의 리후이(李輝) 부부장은 "10개국 정상들이 처음으로 소그룹 모임을 갖고 각국 현황에 맞는 '맞춤형' 협력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16일 첫 회의를 여는 브릭스 정상회담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대처에 필요한 4개국 공조방안이 집중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9일 외교부의 허야페이(何亞非) 부부장은 "이번 회담에서 ▲전략적 공감대 형성 ▲상호신뢰 강화에 대한 토대를 마련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위상을 넘보는 중국 입장에서는 회의 참가국들과 함께 현 글로벌 금융체제 개혁에 대한 목소리를 높임으로써 서방국에 대한 견제 수위를 높일 속셈이다.
브릭스 국가들은 국제사회에서 자신들의 현 상황에 걸맞는 지위 확보를 요구하고 있다.
중국은 달러 중심의 현 기축통화 체제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며 이에 대한 개혁도 촉구하고 있지만 위안화 대체론에 대해서는 애써 부인하고 있다.
허 부부장은 중국이 한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들과 6500억위안 규모의 통화스왑 계약을 맺은 것에 대해서도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상호협력일 뿐 위안화를 키우기 위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허 부부장은 "이번 회의에서 달러 매각에 대한 논의는 없을 것이며 (달러 매각은)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를 대체할 통화수단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허 부부장은 "기축통화 변경론은 일부 전문가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논의하는 수준"이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지난 3월 저우샤오촨(周小川) 중국 인민은행 총재는 달러화를 대신해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을 기축통화로 만들자고 제안해 국제적인 논란을 일으켰다.
한편 후진타오 주석은 러시아 방문 중 메드베데프 대통령ㆍ블라디미르 푸틴 총리 등과 잇따라 회동을 갖고 ▲유엔 개혁 ▲북핵 문제 등도 심도있게 논의할 것이라고 중국측은 밝혔다.
브릭스 4개국은 전세계 인구의 42%를 차지하며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14.6%에 달한다. 지난해 이들의 무역규모는 전세계에서 12.8%를 차지했다.
김동환 베이징특파원 don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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