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부동산 시장의 침체는 더 이상 서브프라임(비우량주택담보대출)만의 문제가 아니다. 부실 모기지로 인한 주택 압류 위기가 프라임(우량)등급으로까지 전이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경제 전문지 비즈니스위크 최신호는 모기지 대출 부실이 유래 없이 심화돼 신용도가 높은 중상류층까지 주택 압류로 내몰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주택판매 증가 등 일부 지표상의 반전이 있었지만 회복을 기대하기엔 침체의 뿌리가 생각보다 깊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달 28일 미국 주택저당대출기관연합회(MBA) 발표에 따르면 서브프라임 대출이 급속하게 성장하게 된 이래 처음으로 신규 압류 주택에서 차지하는 프라임 고정금리 대출이 비중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 프라임 등급 모기지 대출 가운데 체납되거나 주택압류로 내몰린 부실 대출의 비중은 MBA가 조사를 시작한 1972년 이래 최고 수준인 13%로 집계됐다. 특히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네바다 주에서의 부실 모기지 문제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통계를 보아도 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서브프라임 모기지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90일 이상 대출금이 연체돼 주택을 압류당하거나 채무불이행으로 소유권이 금융회사로 넘어간 프라임 모기지는 지난해 11월부터 올 2월 사이 47만3000건 폭증해 전체 건수는 150만건으로 불어났다. 이는 같은 기간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165만건으로 1만4000건 늘어난 것과 비교해 심각한 수준이다.
신문은 스테파니·밥 워커 부부의 사례를 예로 들었다. 이들 부부는 지난 2006년 로스앤젤레스에서 침실 세 개 딸린 주택을 79만9000달러에 매입했다. 그러나 지난해 남편 밥이 직장에서 해고당하면서 연봉 24만 달러의 수익이 사라졌다.
스테파니와 밥은 파트타임 직업을 구했으나 신용카드와 모기지 대출을 갚는 것은 역부족. 이들 부부는 주택을 87만5000달러에 내놓았으나 이를 사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없었다. 몇 달 동안 은행으로부터 압류 경고를 받으며 가격을 낮춘 끝에 70만 달러에 주택을 매각, 모기지 채권의 압력으로부터는 벗어났으나 여전히 카드 빛 등에는 시달리고 있다.
워커 부부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실업은 채무 연체의 주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4월 8.9%를 기록한 미국 실업률은 연말께 두자릿대로 치솟으며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주택건설업협회(NAHB)의 데이비드 크로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011년이 되야 위기의 정점에 다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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