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盧 전 대통령 조문
"치욕 생각하면 나라도 그랬을 것"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 김대중 전 대통령이 현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김 전 대통령은 28일 오전 11시께 노 전 대통령 분향소가 마련된 서울역 광장을 찾아 조문을 마친 뒤 "우리 민주주의가 후퇴했다. 지금 경찰이 시청앞 분향소 설치를 막고 있고 내일(29일) 영결식 때 추모사 하려고 했는데 그것도 정부가 반대 해 못 한다"며 정부를 향한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숨기지 않았다.
그는 "국민 여러분이 장례가 원만히, 엄숙하게 치러지도록 협조해 주셔서 감사드린다. 전례가 없이 조문 군중이 모여든 사실에 감동을 받았고 놀라지 않을 수 없다"며 이같이 밝힌 뒤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서민경제가 악화됐으며 남북관계는 초긴장 상태"라고 지적하고 "국민은 속수무책이고 누구에게 의지해야 할 지를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나아가 "노 전 대통령 뜻을 받들어 민주주의 회복 위해 노력하고 서민들을 위해서도 노력할 것"이라며 "생전에 노 전 대통령과 같이 일하고 걱정한 저로서는 (제가)상주 중의 한 명이라고 생각한다"고 각별한 애도의 뜻을 표했다.
한편 부인 이희호 여사, 박지원 민주당 의원 등과 함께 분향소에 도착한 김 전 대통령은 분향에 앞서 노 전 대통령 영정을 안타까운 눈빛으로 한동안 물끄러미 바라봤다.
분향을 마친 뒤에는 휠체어를 타고 한명숙 전 총리, 정세균 민주당 대표 등 상주단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고 이후 분향소 옆에 마련된 테이블에 이들과 함께 앉아 노 전 대통령 서거 및 국민장 진행 상황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김 전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의)부인과 형님, 아들, 딸, 일가친척 등이 모두 검찰 수사를 받았다"며 "그가 느꼈을 치욕과 좌절감, 슬픔을 생각하면 나라도 그런 결단을 했을 것"이라고 안타까운 심정을 나타냈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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