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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전대통령 서거]외신들 중점 보도 (종합)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에 많은 국민들이 충격에 빠진 가운데 주요 외신들도 이를 주요 뉴스로 긴급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이 국내 언론을 인용해 이날 오전 사망 사실을 속보로 타전한 데 이어 로이터통신과 뉴욕타임스(NY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해외 언론들이 일제히 이 소식을 주요 뉴스로 다뤘다. 외신들은 이날 새벽 노 전 대통령이 등산에 나섰다가 부엉이바위에서 투신,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끝내 사망하기에 이른 과정을 비교적 상세하게 전했다.

뿐만 아니라 최근 뇌물 혐의에 대한 검찰 조사 사실을 집중 보도하고, 2002년 대통령 당선 이후 정책적 노선과 국민들의 평가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다뤘다.

◆ 자살 과정 상세 보도 = 외신들은 이날 노 전 대통령의 행적을 시간대별로 자세히 소개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노 전 대통령이 이날 새벽 집 근처로 등산을 나선 후 30m 높이의 부엉이바위에서 뛰어내렸다고 보도했다. 이후 부산대학병원으로 후송됐으나 결국 숨졌다고 전했다. 병원 관계자를 인용, 블룸버그통신은 두개골 부상이 직접적인 사망 원인이라고 전하고, 권양숙 여사가 노 전 대통령의 시신을 확인한 후 실신한 사실도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한국의 전직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보도하고, 절벽에서 투신하는 과정에 두개골에 치명적인 부상을 입었다고 전했다. NYT는 노 전 대통령이 한국 정치권의 훌륭한 지도자라고 소개하고, 최근 뇌물 혐의로 조사를 받던 중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또 이명박 대통령이 소식을 전해들은 후 ‘믿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노 전 대통령의 사망 소식을 온라인판 톱기사로 전하면서 명백한 자살이라고 보도했다. 또 국내 언론을 인용, 최근 너무 힘들었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고 전했다.

◆ ‘비운의 전직 대통령’ 평가 = 자살 소식을 비중 있게 다룬 외신들의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외신들은 최근 검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 깨끗한 정치인이라는 노 전 대통령의 이미지에 흠집이 생겼다고 전했다. 또 집권 당시 펼쳤던 정책들이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NYT는 2003~2008년 임기 동안 노 전 대통령이 청렴한 정치인이라는 데 스스로 커다란 자부심을 가졌지만 뇌물 혐의에 대한 검찰 조사로 인해 그에 대한 신뢰가 깨졌다고 평가했다. NYT는 검찰 조사를 받기 전 기자들에게 “부끄러워서 여러분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다”라고 말한 사실을 전하고, 조사가 진행되는 과정에 국민들에게 “죄송하다”며 사죄했다고 보도했다.

NYT는 노 전 대통령의 이 같은 태도는 뇌물 혐의를 포함해 윤리적으로 책임을 져야 할 문제가 벌어질 때마다 한국의 정치인들이 취하는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또 최근 몇 주 사이 노 전 대통령의 친인척과 측근들이 뇌물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거나 구속되었고, 형인 노건평 씨가 구속된 사실을 강조했다.

과거 인권 변호사였던 노 전 대통령이 2002년 젊은 유권자들로부터 뜨거운 지지를 받으며 대통령에 당선됐고, 취임 당시 미국에 머리를 조아리지 않는 한국 최초의 대통령이 될 것을 공언했으나 그의 정책적 노선이 국민들에게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했다고 NYT는 평가했다.

블룸버그통신 역시 노 전 대통령이 한 때 한국 정치 역사상 가장 깨끗한 정권으로 칭송을 받았지만 지난달 뇌물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는 세 번째 대통령으로 남게 됐다고 보도했다. 경남의 한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독학으로 사법고시에 합격한 그가 인권 변호사의 길을 걸으며 군사독재에 항거하는 시위를 주도하기도 했으나 대통령 취임 후 지지도가 크게 떨어졌고, 이른바 언론과의 전쟁을 벌이면서 비난을 사기도 했다고 이 통신은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2002년 ‘예상 밖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노 전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책 노선을 상당 부분 답습했으나 임기 말로 가면서 국민들의 지지를 점차 상실했다고 보도했다.

WSJ은 경제적인 측면에서 노 전 대통령이 고속 성장보다 부의 분배와 형평성에 중점을 두는 정책을 폈고, 이 때문에 한국이 잠재적인 성장률에 미치지 못했다고 판단하는 이들로부터 높은 비판을 받았다고 전했다. 또 한국 정계의 좌파 진영과 2002년 선거를 승리로 이끌었던 지지자들의 영웅인 노 전 대통령의 자살이 한국의 정치권 분열에 불을 당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숙혜 기자 snow@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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