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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유로 만든 요트, 들어봤니?"


“섬유는 절대 사양산업이 아닙니다. 섬유산업은 초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여기에 디자인까지 가미되면 좋은 수익사업이 될 것입니다”

섬유가 변신하고 있다. 섬유는 이제 의복 뿐만 아니라 요트, 자전거프레임, 풍력발전기 블레이드(날개) 등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할 곳까지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 특히 자동차, 조선 등 수송 수단 제조 산업과 해양 수산용품 산업의 기반이 집중돼 있는 부산시에서는 산업용 섬유를 집중 육성해 ‘산업용 섬유의 메카’로 자리 잡고 있다.

◆‘섬유=초고부가가치 산업’
부산시 사하구에 위치한 동양제강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154kg짜리 추를 너끈히 버티는 실이 보인다. 머리카락 두께인 이 실은 성인 남자가 매달려도 끄떡없다. 실 한 가닥을 쥐고 끊어보려 애쓰다 오히려 손을 베기 십상이다.

이 실은 동양제강과 한양대학교 임승순 교수 연구팀이 국내에서 최초로 국산화에 성공한 초고분자량 폴리에틸렌(UHMWPE·Ultra High Molecular Weight Polyethylene) 섬유다. 현재 일산 35kg 규모의 파일럿라인에서 생산을 하고 있으며 2015년 세계 시장 점유율 20%를 목표로 올해 말 상업화 라인이 설치할 예정이다.

UHMWPE섬유는 대한유화에서 가져온 3500원어치 원료를 가공하면 7만원짜리 상품이 만들어지는 초고부가가치 제품이다. 방탄복, 방탄헬멧 등 군수물품부터 자전거 프레임, 패러글라이딩 소재 등 쓰임도 다양하다.

차상영 동양제강 사장은 “UHMWPE섬유 개발을 X프로젝트라 이름 붙이고 비밀리에 연구를 진행해 생산하기까지 5년 걸렸다”면서 “반드시 성공 할테니 지켜봐 달라”고 자신했다.

동양제강에서 차로 30분가량 떨어져있는 녹산산업단지에 있는 광동FRP에서는 유리섬유로 요트를 만드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아프리카 수출용이다. 단속정의 경우 무게를 줄여 속도를 내기 위해 비싸지만 유리보다 가벼운 탄소섬유를 사용한다.

이 회사는 또 유리섬유를 이용해 풍력발전기 블레이드도 생산한다. 섬유로 만든 블레이드는 금속으로 만든 것보다 가볍고 유연해 풍력발전기용으로 적합하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정 경우 광동FRP 기술부차장은 “2MW 풍력발전기에 섬유 15t이 필요하다”면서 “삼성, 현대가 하반기 시제품 생산을 앞두고 있어 수요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아직 갈 길이 멀다”
하지만 아직 섬유업계가 완전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갈길이 멀다.

부산지역 섬유업계는 섬유산업이 발전하기 위해 무엇보다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섬유=사양산업’이라는 인식 탓에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대출받기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 정부에서는 산업용 섬유를 섬유로 인정하지 않아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고 있다.

산업용 소재를 평가할 시험인증기관도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부산에 있는 1700여개 섬유업체가 시험인증을 받기 위해 서울 혹은 마산까지 가는 수 밖에 없다. 부산경남 산업용섬유 사업단(BITA)의 박정우 공학박사는 “산업용 섬유의 경우 인증이 있어야 영업이 가능하다”면서 “다국적 기업은 인증받기 쉬워 우리 업체보다 경쟁력면에서 우위에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특수소재 개발도 시급하다. 일례로 일본의 경우 탄소섬유 생산업체들이 다수 존재해 이를 이용해 제품을 만들 수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단 한 곳도 없어 탄소섬유로 제품을 개발하고 있어도 여의치 않다.

정 경우 광동FRP 기술부차장은 “대기업에서 풍력발전기를 만들 대 원자재는 모두 수입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면서 “대기업이 치고 나가는데 중소기업이 받쳐주지 못하고 있다”면서 섬유산업 지원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손현진 기자 everwhite@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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