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로비 대상으로 알려진 한상률 전 국세청장에 대해 이메일을 통한 서면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이인규 검사장)는 17일 현재 미국에 체류 중인 한 전 청장과 이메일 조사를 하기 위해 협의 중에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해 하반기 국세청이 태광실업과 정산개발 등을 세무조사 할 때 박 전 회장과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 등이 한 전 청장에게 로비를 벌인 정황을 포착해 수사를 이어왔다.
검찰은 지금까지 한 전 청장과 전화 연락을 지속하면서 귀국을 종용해 왔으나 난색을 보임에 따라, 질문서를 이메일로 보내 서면조사 하는 것으로 방침을 전환했다.
한 전 청장은 자신이 관련 의혹의 중심에 선 것에 대해 심적 부담감을 느끼고 있으며, 귀국 시 '그림 로비' 의혹 등에 대해 추가 조사를 받게 될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통화내역과 관련자 진술 등 지금까지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박 전 회장과 천 회장 등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무마해 달라는 청탁을 받았는지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아울러 검찰은 이르면 이날 오후 세무조사 무마 '대책회의'를 연 것으로 알려진 이종찬 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소환해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수석은 지난해 하반기 천 회장, 박 전 회장의 사돈인 김정복 전 중부지방 국세청장 등과 함께 태광실업 등의 세무조사 무마를 위해 대책회의를 수차례 열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한 전 청장과 이 전 수석에 대한 조사를 완료한 뒤 이번 주 후반께 천 회장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및 조세포탈 등 혐의로 소환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검찰은 박 전 회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에게 송금한 40만달러와 관련, 미국 아파트 계약서와 중개업자의 통장사본을 금명 간 확보해 사실 관계를 확인한 뒤 권양숙 여사를 재소환할 예정이다.
김진우 기자 bongo7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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