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과 심려를 끼쳐 드린 데 대해 진심으로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촛불재판' 개입 논란으로 이용훈 대법원장으로부터 '엄중경고' 조치를 받은 신영철 대법관이 13일 오후 법원 내부 전산망에 글을 올려 이 같이 밝혔다.
신 대법관은 그러나 자신의 거취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아 신 대법관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 일선 법원 판사들의 요구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대법원 진상조사단(단장 김용담 법원행정처장)의 윤리위 회부 결과 발표 후 묵묵히 자리를 지켜오던 신 대법관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신 대법관은 "진즉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만, 자칫 진행중이던 조사나 심의, 대법원장의 결단에 도리어 부담이 될까봐 여태껏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며 운을 뗀 뒤 "이점 부디 너그러이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을 꺼냈다.
신 대법관은 이어 "잘 아시는 바와 같이 저는 오늘 대법원장으로부터 엄중한 경고를 받았다"며 "대법원장의 지적과 경고를 전적으로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신 대법관은 "당시 여러 사정에 비춰 최선의 사법행정을 한다는 생각과 법관들이 이해주리라는 믿음에 재판에 의견을 피력했다"며 "재판독립이라는 민감한 문제에 신중히 판단하지 못해 후회스럽다"고 말했다.
또 "법관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재판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 손상을 초래,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단독 판사들을 포함한 전국의 법원 가족에게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신 대법관은 자신의 거취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아 전국 각급 법원 일선 판사들의 반발은 수그러들지 않을 태세다.
전국 단위 최대 규모인 서울중앙지법의 단독판사 116명은 14일 오후 6시30분 단독판사회의(의장 이성복 판사)를 열고 이번 사태를 논의할 예정이다.
김진우 기자 bongo7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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