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유성 산업은행장이 '버티는' 대기업들에게 비핵심 계열사를 팔아 구조조정에 나설 것을 강조했다.
민 행장은 13일 서울 여의도 본점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경제지표들이 호전되다 보니 조금만 버티만 된다고 생각하는 대기업들이 솔직히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경제위기를 극복해도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은 탄탄한 구조조정을 한 해외기업에 비해 취약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민 행장은 "일부 대기업들은 마취 주사는 맞았는데도 수술대까지는 안가도 되는 상황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단순히 위기를 넘기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그룹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재무구조를 확실히 하고 가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예를들어 10개의 계열사를 가진 대기업그룹의 재무구조 개선이 필요한데, 3곳이 비핵심 계열사라면 완전 계열분리한 이후 구조조정 PEF에 넘기는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대기업에 당근책도 제시했다. 그는 "구조조정 PEF는 상반기내에 최대 1조원 규모로 조성하고, 외국계 PEF와 연기금 등의 참여도 이뤄질 것"이라며 "산업은행이 주채권은행이 아닌 곳이라도 국내기업이면 누구에게나 문호가 열려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대기업들의 저가매각 우려를 덜어주기 위해 시가에 경영권프리미엄 20~30%를 얹어서 매입한 뒤, 3~5년뒤에 재매각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초과수익을 나눠주고, 우선매수권도 부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기업 입장에서는 결국 산업은행에 계열사를 파는 것이 아니라 3~5년간 맡기는 셈"이라며 "매각한 계열사는 판 가격에 약간의 비용만 얹어서 되살 수 있고, 안사고 싶은 곳은 프로핏쉐어링(profit sharing)를 받고 다른 좋은 매물을 인수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압박도 가했다. 민 행장은 "대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경우 은행들이 취할 수 있는 방법이 많다"며 "대기업들과 강도높은 구조조정 방안을 얘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개별 대기업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동부그룹과 진행중인 동부메탈 인수 협상과 관련해서는 "PEF를 통해 진행 중이며, 우선매수권과 프로핏쉐어링 원칙을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호그룹의 대우건설 풋옵션 문제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대안들을 얘기하고 있고, 같이 합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금호그룹이 커다란 어려움 없이 잘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GM대우 문제는 "한국의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 강화방안까지 생각해서 판단해야한다"며 "GM본사가 GM대우의 장기적 성장과 안정 가져올 수 있는 보장을 어떻게 해줄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민 행장은 "민영화 과정에서 수신기반 확보를 위해 국내외 은행 인수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산은이 자체적으로 지점 늘려서 수신분야에서 추가 경쟁을 일으키는 건 국민이 용납 못하기 때문에 은행산업 재편과 효과를 같이 낼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며 "해외에서 현지 통화로 펀딩이 용이하도록 아시아권 M&A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은행 인수는 정부와 긴밀히 논의해야할 사항"이라며 "다만 인수를 한다면 정부 소유의 산은지주회사 지분 매각이 완료되기 전에 추진하는 것이 매각가치 극대화를 위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박수익 기자 sipar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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