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대비 원화강세·유가상승·엔화약세로 '캄캄'
고환율 덕에 즐거운 비명을 내질렀던 우리나라가 환율 덫에 빠졌다. 3월 위기설 등으로 1600원대에 육박했던 원ㆍ달러 환율은 최근 1200원대로 급격히 추락했다. 유가는 슬그머니 6개월래 최고치로 치솟았고, 엔화 약세마저 진행되며 일본기업과의 글로벌 수출 경쟁에서도 불리해지는 상황.
이가운데 당분간 원화 강세(환율 하락)이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어서 수출기업들은 초비상이 걸렸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13일 "1분기 환율 상승이 수출기업들에게 도움을 줬지만 최근 환율이 안정되면서 기업들의 채산성이 상당 폭 악화될 수 있다"며 공개적인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정부 수출전략 수정 나서
지식경제부는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팔레스 호텔에서 코트라ㆍ무역협회ㆍ중소기업진흥공단 등 수출관계기관과 자동차ㆍ철강ㆍ조선 등 주요 업종별단체와 함께 '수출관계기관 회의'를 연다. 최근 원화강세가 가파르게 나타나는데다 유가도 오름세여서 업계의견을 듣고 수출대책을 수정할 방침이다.
지경부 고위 관계자는 "업종별로 견딜 수 있는 환율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는 게 핵심포인트"라며 "업종별로 손익분기점 환율이 다르지만 전체 평균 환율 아래로 떨어지지 않게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업종별 마지노선 환율을 파악, 필요하다면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거쳐 환율 방어에 나설 수도 있다고 밝혔다. 앞서 윤증현 장관도 "시장 기능을 존중하지만 쏠림 현상이 있거나 속도가 너무 가파르면 그에 맞는 대응을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정부는 또 급격한 환율 변동으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환변동보험 등에 대한 지원을 크게 강화할 계획이다.
$pos="C";$title="";$txt="<올초 이후 원달러 환율과 국제유가 추이>
*5월은 12일까지 평균 (단위:원, 달러/Bbl)";$size="430,395,0";$no="2009051311183592538_1.jpg";@include $libDir . "/image_check.php";?>
◆환율 3분기까지 하락 가능성
1300원대에서 다소 안정을 보이는 듯하던 원ㆍ달러환율이 이날 연중 최저로 추락한 데는 국내 달러화 유입, 국내외 신용경색리스크 완화 등이 영향을 미쳤다. 특히 고환율 덕에 기록했던 대규모 무역흑자가 이제는 원화강세의 주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같은 원화강세 기조가 3분기까지 이어지며 1100원대까지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100억달러에 육박하는 무역흑자와 외국인의 채권, 주식 매수 등이 원화강세를 이끌고 있다"며 "최근 안전자산에서 위험자산으로의 글로벌 자금이동이 이어질 수 있어 달러화 약세 속 원화강세 압력이 지속될 수 있다"고 밝혔다.
13일 장중 반년만에 배럴당 60달러를 기록한 국제유가도 하반기로 갈수록 상승추세를 보일 전망이다. 국제무역연구원은 올 하반기 유가가 60~70달러선으로 오르며 원유와 원자재 수입금액 증가로 무역흑자폭이 대폭 줄어들거나 적자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는 하반기 평균 환율 1100~1200원, 유가 60달러 수준일 때 연간 무역흑자를 200억달러로 전망하고 있다.
환율 하락과 유가 상승은 수출업체들에게는 치명타다. 반도체, 자동차 등 1분기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던 대부분의 주요 수출기업들이 직격탄을 맞는다. LG경제연구원은 지난 10일 "우리기업들의 성장성은 환율 효과를 뺀 달러화 기준으로 미국ㆍ일본ㆍ유럽 기업에 비해 낮았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업종별 환율의 마지노선은 대략 1100~1200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무역투자실장은 "앞으로 환율 더 떨어질 것으로 보여 고환율 효과가 유지되는 지금부터 수출 늘리면서 내부 구조조정을 본격 진행해야 한다"며 "경기부양책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주식, 부동산으로만 돈이 몰리며 물가 상승, 실업률 악화 등이 심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재은 기자 aladin@asiae.co.kr
이현정 기자 hjlee30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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