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L";$title="[아시아블로그] CEO의 별명";$txt="";$size="250,121,0";$no="2009021010464261998_1.jpg";@include $libDir . "/image_check.php";?>중견기업 A사의 한 임원은 현 직급으로만 8년 가량 근무중이다.그는 유관분야의 공기업 임원으로 재직했다가 오너에 발탁돼 스카웃됐다.
이후 본사와 공장, 영업현장을 두루 거치면서 성과도 냈고 누구보다 강한 애사심을 갖고 있다. 그런데 현 직급에 머무르게 된 이유는 공채가 아니라서다.
몇몇 가신(혹은 간신)들이 오너에게 끊임없이 그를 견제하는 내용을 전달하기 때문이란다. 사내에서 그의 능력과 성과를 인정하고 존경하는 후배들이 적지 않지만 '자칫 찍힐까'두려워 가까이 하지 못한다. 이들 가신들은 최근에는 해외 사업장에서 본사 경영진으로 이동한 또 다른 임원을 견제하는데 성공했다.
회사의 얼굴이 돼 이미지 개선과 브랜드 인지도 제고에 노력하던 그는 "주인은 따로 있는데 너무 나선다"는 가신들의 귀엣말을 들은 오너의 주의를 받고 자숙하고 있다.
또 다른 중견기업 B사의 한 간부는 대학 선배로부터 마음상한 말을 들었다.
경력직 공채로 입사한 그는 사내의 보수적, 폐쇄적 문화를 두고 선배와 얘기를 나누던 중 회사 직원들과의 교류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런데 돌아온 답은 "네가 학교 후배라도 여기서 너와 다른 피가 다르다"는 말을 들었다. 학연에 기대려했던 것도 아니었는데 공채 비공채의 선을 가르는 선배의 말에 이직을 고민 중이다.
그런데 이들 회사 모두 알짜로 소문한 탄탄한 기업들이다. 지금까지는 오너의 강한 리더십과 보수적 폐쇄적 순혈주의가 오히려 빚없는 한우물기업으로서 금융위기를 돌파하는 원동력이 됐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저마다 기존 사업의 성장정체를 고민하고 새로운 캐시카우를 창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는 대부분의 중견, 중소기업들이 안고 있는 과제이기도 하다. 가족주의, 순혈주의, 가신주의를 넘지 못해 창업 2,3대로 넘어 위기에 봉착하고 무너진 기업들이 많다.
새롭게 조명받고 있는 삼국지의 주인공 조조는 천하의 패권을 잡을 목적으로 뜻을 같이 한다면 출신ㆍ과거를 묻지 않고 재주를 우선해 등용했다. '삼국지경영학'의 저자인 최우석 전 삼성경제연구소 부회장은 "명분주의 인재관 때문에 나라나 기업이 유능한 인재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사마천의 사기(史記) 자객열전 예양(豫讓)편에는 "士爲知己者死" (선비는 자기를 알아 주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라는 말이 있다. 사람을 뽑는 일보다 중요한 일은 그 사람을 믿고 맏기는 것이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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