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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강영우, 호킹 그리고 이상묵

시계아이콘02분 29초 소요

성공하는 사람에겐 무엇인가 다른 것이 있다고 합니다. 야망과 집념, 도전, 인내 그리고 성취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여기지만 이를 이루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목표를 이루는 길은 무척이나 힘든 여정입니다. 정상적인 사람들도 힘든데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목표를 달성하기란 더욱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장애의 고통과 사회의 편견, 차별을 극복하고 존경받는 인사에 이름을 올린 사람들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맹인 박사인 강영우씨, 그는 중학교 1학년 때 축구공에 맞아 실명을 하게 됩니다. 사고 충격으로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납니다. 생계가 막막해지자 누나가 학교를 그만 두고 공장에 취업했으나 과로로 쓰러져 누나마저 죽게 됩니다. 어린 동생과 함께 보듬으며 맹인재활센터에 들어가 18살이 돼서야 중등과정 맹인학교에 들어갑니다. 동기들보다 5년 늦게 학업을 시작한 그는 고등부를 마치고 연세대 교육학과에 입학합니다.

갑자기 닥친 장애로 한 때 실의의 시간을 보냈지만 그가 그대로 좌절했다면 오늘의 영광은 없었을 것입니다. 그는 맹인 최초 전액 장학생 자격으로 미국으로 유학 가 3년6개월 만에 교육철학박사가 되었고 일리노이대학 교수로 임용됩니다. 그 후 부시 전 대통령 시절 미국의 장애위원회 정책차관보를 맡아 지난 1월까지 세계의 장애인정책을 움직입니다. 그는 “천대와 멸시 속에서도, 편견과 시선 속에서도 나는 포기하지 않고 하나의 꿈을 간직했다. 정상인이든 장애인이든 누구나 성공의 잠재력을 갖고 있다. 다만 그것을 찾아내고 개발하지 않을 뿐”이라고 말합니다.


어둠을 넘어 세상의 빛이 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온 몸의 근육이 마비되는 루게릭병으로 2년밖에 살 수 없다는 의사의 선고를 받고도 40여년을 넘게 살며 블랙홀의 복사이론을 확립하고 이 시대 최고의 우주 물리학자로 인정받은 인물도 있습니다. 어렵게 케임브리지 대학원에 진학했으나 어느 날 갑자기 무서운 병마가 찾아옵니다. 겨우 21살, 억울하고 세상이 원망스러워 몇 날 며칠 골방에서 지냈지만 그는 고통을 감내하기로 마음먹습니다. 갈수록 병세가 악화 돼 휠체어가 아니면 움직일 수 없고 그가 하는 말을 다른 사람들이 알아듣지 못하게 되었지만 외곬에 가까운 고집과 인내로 현실을 이겨냅니다. 올해 67세인 스티븐 호킹 박사, 최근 건강이 악화돼 주위 사람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한국판 호킹 박사’가 있습니다. 3년 전 7월 제자들과 함께 지질조사에 나섰던 서울대 이상묵 교수는 차가 전복되는 바람에 전신이 마비되는 사고를 당합니다. 움직이지도, 감각을 느끼지도 못하지만 그는 “모든 걸 잃은 줄 알았더니 최소한의 부분은 남겨놨더라. 다쳤지만 나에게 진짜 하고 싶은 이 직업을 주었고 그것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머리를 남겨 준 하늘에 감사한다”며 암울한 상황에서 희망을 찾아냅니다. 사고 2년여 만인 지난해 12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지구물리학회 총회에 참석해 자연과학자로서의 복귀를 알립니다.


어제 장애인의 날을 맞아 올해의 장애인상을 받은 이상재 나사렛대 교수 역시 미국의 3대 음악대학인 피바디음대에서 클라리넷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실력파로 “하루하루를 투쟁하듯 살아왔다”고 회고 합니다. 7살 때 교통사고로 시력을 잃고 방황을 겪었으나 음악에서 길을 찾고 인고의 시간을 악보와 싸워왔습니다. 선생님이 악보를 불러 주면 점자로 찍어 모두 외웠고 어머니는 대학 교재를 일일이 읽어 녹음해 그의 공부를 도왔습니다. 참으로 긴 시간이었으나 내가 눈을 뜨겠다거나 비장애인처럼 살겠다는 생각보다는 자신 스스로 장애를 극복해 사회에 쓰임이 되겠다는 꿈으로 살아 왔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장애인들의 영웅담은 이 뿐이 아닙니다. 이들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하고 감동을 줍니다. 우리들이 너무 안이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닌지 자신을 뒤돌아보고 반성하는 계기를 주기도 합니다. 또 우리가 이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주기도 합니다. 최근 이들을 돕기 위한 보조공학기기가 개발되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1980년대 들어 등장한 장애인 보조공학기술은 시각장애인에게는 음성전환 소프트웨어와 점자정보단말기, 지체장애인들에게는 높낮이 조절 테이블, 청각장애인에게는 불빛?진동 신호장치 등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신체적 능력차이를 줄이기 위한 기기들을 개발·보급하고 있지만 아직은 지원이 미약합니다. 장애는 단지 신체가 불편한 것뿐이라고 말합니다. 이들에게 많은 보조기기가 제공된다면 보다 많은 장애 극복 드라마가 쓰여 질 것입니다.


미국의 한 보조공학센터 한국인 연구원은 “우리 모두는 언제든지 사고를 만나거나 나이가 들어 신체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하는 불편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전처럼 사회의 일원으로 독자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길 바라는 것이 공통된 생각입니다. 편리함과 아름다움을 갖춘 보조기기를 개발하고 장애인들이 불편 없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우리들의 몫”이라며 이젠 장애인도 비장애인 못지않은 생활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장애인들 중에는 후천적으로 신체가 불편해진 사람들이 많습니다. 강영우 박사나 스티븐 호킹 박사 등 결코 장애는 남의 일이 아닌 것입니다. <꼿꼿하게 걷는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그는 춤추는 사람처럼 보였다/ 한걸음 옮길 때마다/ 그는 앉았다 일어서듯 다리를 구부렸고/ 그 때마다 윗몸은 반쯤 쓰러졌다 일어났다> 얼마 전 신체의 아픔을 노래한 시 만을 모은 시집 ‘나에게 문병 가다’에 수록된 한 편의 시입니다. 이들에 대한 관심은 넘쳐도 모자랄 뿐입니다.






강현직 논설실장 jigk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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