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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뱅커 김승유, 교육자 김승유

시계아이콘02분 13초 소요

[권대우의 경제레터] 뱅커 김승유, 교육자 김승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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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20대 취직하면 가문의 영광’
‘30대가 직장에서 목숨 붙어 있으면 잔치할 일’
‘40대나 50대가 되어서도 아직 은퇴하지 않았다면 세계 8대 불가사의’
‘한국에서 여전히 사업하고 있으면 21세기판 한강의 기적’
한 인터넷 카페에 이런 유머가 있더군요. 머리좋은 신세대가 만들어낸 것 같았습니다. 요즘 우리의 상황을 기막히게 잘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그럼 60대가 되어서 사회에 기여할 아이템을 찾아 열정을 쏟아붓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과연 어떻게 표현되어야 할까요? 4가지를 모두 이룬 사람일 것입니다.


며칠 전 하나금융지주 김승유 회장을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만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그와의 대화는 항상 소박한 데서 출발합니다. 질문을 던졌습니다.

“오늘 아침 몇 시에 일어났습니까?”


“좀 늦게 일어났지. 6시께. 오늘은 좀 늦었어. 밤 늦게까지 인터넷에 매달려 있느라고.”

“그 연세에 늦은 시간까지 인터넷요? 박연차 리스트가 그렇게 궁금합니까?”


“그런데 관심없어. 내가 요즘 집중하는 게 있는데 꼭 찾아볼게 있어서... ”


“네? 비서나 참모들을 시키시지. 뭐가 그렇게 궁금해서....”


“하나고등학교 있잖아. 생각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려. 신명나서 밤에 잠을 잘 수 있어야지. 내가 이러니까 집사람도, 애들도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볼 때가 많지. 지금 추진중인 하나고등학교를 한국의 이튼스쿨이 되도록 만들어야 하는데 그게 그냥 되는 게 아니잖아.”


알고 보니 그는 내년부터 자립형 사립고로 출범하는 하나고등학교에 열정을 쏟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국내외 잘된다는 학교는 거의 다 둘러봤고 기회만 있으면 인터넷에 푹 빠져 한국을 이끌어갈 수 있는 인재배출의 요람을 만들기 위한 자료를 찾고 있었습니다.


“요즘 고등학생들은 한 달에 사교육비로 100만원 이상 써. 그 정도를 지출할 가정은 많지 않지. 예전에는 못살아도 열심히 공부만 하면 어떻게든 학교를 들어가고 장학금도 받았어. 하지만 요즘 사정은 그렇지 않아. 머리만 좋다고 생각대로 성장하기 어려워.”


그가 하나고등학교를 만드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가정이 넉넉하지 못하고 불우하지만 머리가 뛰어나고 꿈이 있는 우수한 인재들에게 기회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이런 학생들이 돈 걱정하지 않고 불우하지만 꿈이 있으면 그 꿈을 키울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입니다. 머리가 명석하고 꿈이 있는 학생들이 경제적인 이유로 차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만든 입학자격이 가급적이면 군인, 탈북자,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을 뽑는 것입니다. (물론 하나은행 직원들이 열심히 일해줘서 만든 곳이기 때문에 200명의 학생 중 40명은 하나금융직원 자녀들 중에서 뽑지만)


그는 요즘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는 말을 서슴지 않습니다. 부친의 뜻을 계승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의 부친은 6·25전쟁 즈음 서울에서 자신의 집 2층을 기숙사로 사용할 정도로 장학사업에 관심을 가졌었다고 합니다.


그런 선친을 떠올리면서 김 회장도 언젠가는 장학사업을 해야겠다는 꿈을 키워왔는데 그 결과가 하나고등학교인 셈입니다.


그의 꿈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뿌리 깊은 우리 사회의 반기업정서를 어떻게 해소시키느냐는 것입니다. 고등학교 다닐 때부터 친기업정서를 심어줌으로써 그 매듭을 풀어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결심한 것이 유한킴벌리, 포스코 등 존경받는 기업들이 필요한 자금의 일부라도 지원하는 체제를 만드는 것입니다. 친기업정서를 확산시켜야 제대로 된 자본주의가 뿌리를 내리고 경제강국의 꿈도 앞당겨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학생들이 항상 이처럼 든든하게 공부할 수 있도록 밀어주는 후원자를 머릿속에 남겨두도록 후원자 명단을 학교 앞에 새겨놓겠다고 합니다.


김승유 회장. 그는 “하나금융은 내 인생의 모든 것”이라는 생각으로 하나금융그룹을 초일류 금융기관의 대열에 합류시켰습니다. ‘미스터 하나은행’ ‘카리스마 김’이라는 닉네임이 말해주듯 그의 인생은 뱅커의 길에 묻어버렸고 하나금융이 모두였습니다.
그런 그가 “난 이제 하나금융지주 회장 오래 안 한다. 하나고등학교의 재단이사장으로 그들이 한국사회의 지도자, 사업가로 커가는 모습을 볼 것이다. 그러나 학교운영은 전문가들에게 모두 맡기고 난 운동장의 잡초만 뽑을 것”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아름답게 내려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네 인생길 가는 길만 있지 되돌아오는 길은 없는 것입니다. 갓 태어난 때의 인간은 손을 불끈 쥐고 있지만 죽을 때에는 펴고 있습니다. 태어나는 인간은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움켜잡으려 하기 때문이고 죽을 때는 모든 것을 버리고 아무것도 지니지 않은 채 떠난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삶을 사랑하며 아끼며’에 나오는 이 글이 오늘 아침 유별나게 마음에 와 닿는 이유는 김 회장의 이런 모습 때문일까요?


하나고등학교를 통해 세계 9대 불가사의, 21세기판 한강의 기적을 보고 싶은 아침입니다. 신세대 유머가 생겨나게 한 우리 사회의 매듭들이 김승유 회장을 통해 교육현장에서 풀어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권대우 아시아경제신문·이코노믹리뷰 회장 president@asiaeconomy.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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