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5일 오전 9시(현지시간) 개막한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에서 업무보고를 통해 밝힌 올해 경제 목표의 골자는 소비진작을 통한 경제활성화다.
예정대로 내년까지 4조위안(약 900조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실시하고 이를 위해 재정적자 9500억위안을 감수하는 한편 5000억위안의 세금부담을 줄여 소비할 여력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8% 목표는 변함이 없고 소비자물가는 4%로 통제하겠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하지만 획기적인 내용을 기대했던 시장은 실망한 기색이 역력하다. 무엇보다 당초 기대됐던 추가 경기부양책이 언급되지 않아 많은이들을 의아케했다.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추가 부양책을 펴지 않고도 경제를 살리겠다는 의지가 피력한 것이겠지만 대부분 전문가들은 수출이 큰 타격을 입고 있고 투자와 소비가 기대만큼 살아나지 않고 있어 현재 나온 정책만으로는 경제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추가경기부양 없나= 원 총리 발표에 따르면 경기부양을 위해 2년간 4조위안을 투입하고 이 가운데 중앙정부가 1조1800억위안을 지출하기로 했다. 이는 이미 나온 내용으로 추가 경기부양책을 발표할 것이라는 일각의 기대를 저버린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반전카드로 활용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양회(兩會) 폐막 직전 추가 경기부양책을 발표해 극적 효과를 노릴 것이란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추가 경기부양 예상 규모는 2조~6조위안 가량이다.
원 총리는 지난 1월 유럽 순방때 가진 인터뷰에서 "양회 때 추가경기부양책을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점에서도 추가 경기부양 카드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재정지출 늘리고 세금은 줄여= 올해 재정수입은 줄고 지출은 늘어 재정적자는 9500억위안에 달할 전망이다. 중앙정부의 재정적자는 이 가운데 7500억위안으로 지난해보다 무려 5700억위안 늘어나게 된다. 지방채 2000억위안도 중앙정부가 대리 발행하게 된다.
원 총리는 재정적자 규모는 GDP의 3% 미만으로 지난 수년간 재정적자가 계속 줄었기 때문에 정부가 충분히 감당할만한 수준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내수 증가를 위해 빼든 카드 중 하나는 감세. 정부는 총 5000억위안의 감세를 추진해 기업 및 개인의 납세 부담을 줄여 내수를 창출하겠다는 방침이다.
◆실업대책에 420억위안 투입= 원 총리는 이날 최근 사회불안의 최대 요인으로 등장한 실업사태와 관련해 올해 도시에서 900만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고 도시 실업률을 4.6%로 억제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이를 위해 실업대책에 420억위안을 투입할 계획이다.
원 총리는 실업난을 타개하기 위해 대졸자와 농민공의 취업을 확대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지만 농민공 가운데 2000만명이 실직했고 올해 대졸자들이 650만명이 사회로 진출할 예정이어서 900만개 일자리 창출은 실업자 해소에 큰 기여를 하지 못할 것으로 우려된다. 일각에서는 최악의 경우 실업률이 12%까지 치솟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대학생들에게는 취업 외에도 창업을 적극 지원하기로 했으며 농민공의 경우 정부 주도 경기부양 프로젝트에 상당수 흡수하겠다는 방침이다.
원 총리는 이날 업무보고에서 기업들에게 가급적 경영관행을 유지하고 잡쉐어링을 극대화하라고 주문했다.
전문가들은 무조건 낙관적이라고 할 수는 없으며 효과는 지켜봐야한다는 입장이다.
◆통화 계속 늘린다= 통화정책을 살펴보면 광의통화(M2) 증가율은 17%, 신규대출 규모를 5조위안으로 책정했다. 지속적으로 돈을 풀어 시중에 자금을 충분히 공급, 경제주체의 돈부족 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달 협의통화(M1) 증가율의 경우 9% 이상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민은행도 M1 증가율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과 물가상승률 보다 3~4%포인트 높은 수준으로 맞출 것이라고 발표했다.
선인완궈(申銀萬國)연구소의 리후이융(李慧勇) 연구원은 "2월달 M1 증가율이 1월의 6.68%에서 9% 이상으로 더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으며 증권사들도 지난달 M1 증가율이 9.5% 이상이 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놨다.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목표치가 4%라고 밝힌 점에서도 지속적인 통화공급을 예상할 수 있다.
신규대출은 지난 1월 사상 최대치였던 1조6200억위안에 이어 2월에도 1조1000억위안(약 25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증권사들은 올해 중국의 신규대출이 5조5000억~6조위안 가량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에 풀린 유동성은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원 총리가 제시한 CPI 상승률 4%도 이를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는 모두 마이너스 상승한 것으로 추정되는 등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유동성 증가는 물가를 다시 끌어올릴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김동환 베이징특파원 don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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