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르바이트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려워요" 전화 인터뷰에서 일본 유학 2년 차인 P씨가 한숨을 쏟아낸다.
"기말시험 준비 하느라 잠깐 알바를 쉬었는데 다시 알바를 구하려니 쉽지 않네요. 생활비도 다 떨어져 가는데.."
사연을 들어보니, 기업들의 구조조정으로 하루 아침에 일자리를 잃은 비정규직들과 임금 삭감으로 생활비가 쪼들리는 직장인들이 투잡에 나서면서 편의점이며 음식점 아르바이트 등 외국인 유학생들의 밥줄을 장악하고 있다는 것. 그만큼 일본의 실업난은 위험 수위에 달해있다.
세계 금융 위기가 몰고 온 일본의 '3월 위기설'은 대량 실업사태를 통해 가장 먼저 그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일본 총무성 통계국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실업률은 4.4%, 실업자수는 전년 동월에 비해 39만명(16.9%) 증가한 270만명이었다.
이들 실업자의 구직 사유는 다양했다. 270만명 가운데 '근무처 사정' 때문에 전 회사를 그만두고 새 일자리를 찾고 있다는 사람은 전년 동기보다 25만명 늘어난 77만명에 달했다.
여기에는 지난해 파산기업 수가 1만2681개로 사상 최다였다는 점이 주목된다. 또 한가지 특이한 점은 현재 직장이 있지만 새로운 수입원이 필요하다는 사람도 33만명으로 전년보다 4만명이나 늘어났다는 점이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작년 10월부터 오는 3월까지 6개월 동안에만 정규직 6000명, 비정규직 12만5000명 등 총 13만100명 가량이 실업자 신세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세계적 불황에 따른 실적 악화로 도요타자동차(6000명) 닛산(2만명)
파나소닉(1만5000명) 소니(1만6000명) 등 일본의 대표적 기업들이 비용절감책의 일환으로 대규모 감원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들 기업은 또 5~10%의 임금 삭감도 거침없이 단행하고 있다.
일본 민간경제연구소들은 기업들의 대대적인 감산에 따른 감원과 기업파산이 늘면서 구직자 수가 늘고 있는 데다 기업의 수익성 악화로 신규채용도 미뤄지면서 고용환경이 한층 더 악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총무성이 오는 27일 발표하는 1월 실업률이 4.6%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전망한 올해 실업률 4.7%에 급속도로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RBS는 최근 자료에서 "실업률 상승은 이제부터 본격화할 것이며 올 연말에 사상 최악인 5.5%를 돌파한 후 2010년초에는 6% 수준까지 급상승할 것"이라고 비관적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본의 기업들은 매년 봄이면 다음해 3월 졸업예정자들을 대상으로 신규채용을 실시하는데 내년 졸업예정자들에게 취업문은 낙타의 바늘구멍보다 더 좁을 것으로 예상된다. 불황의 직격탄으로 기업들 사이에서 신규채용 인원을 줄이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닛산은 내년에 수십명만 뽑기로 했고 혼다도 올해보다 40% 적은 890명으로 좁히겠다고 선언했다. 파이오니아는 아예 신규채용을 하지 않기로 했다.
이처럼 기업들이 눈앞의 비용절감을 위해 신규채용을 포기하는데 대해 우려의 소리도 적지 않다. 일본 경제주간지 닛케이비즈니스는 "이런 때일수록 기업의 내실을 위해 신규채용을 늘려야 한다"며 "3년 후 찾아올 심각한 인력난을 대비"하라고 조언한다.
전후 베이비붐 세대(1947~49년 출생자)가 대거 퇴직한 2007년에는 정년을 연장해 해결했지만 재취업한 이들이 제2의 정년을 맞는 2011년의 사태에 대해선 아무런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눈앞의 불을 끄기 위해 기업의 앞날을 책임질 젊은 인력들까지 내치고 신규채용도 축소, 기존 인력들로만 기업을 꾸려간다면 기업의 장밋빛 미래는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닛케이비즈니스의 조언이다.
배수경 기자 sue68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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