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 돈이 없다!!!
세계적 금융 위기로 주가는 내리막세로 치닫고 있는데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부실대출 탓에 일본의 은행들이 가계와 기업들에 빌려줄 여유자금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일본 '3월 위기설'의 비극은 대량 실업과 대량 파산에 이어 중소은행은 물론 대형은행에까지 이어지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작년 12월말 현재 일본의 3대 금융그룹의 자기자본비율은 미쓰비시UFJ의 경우 10.72%, 미즈호는 11.28%, 미쓰이스미토모는 10.32%로 3사 모두 국제적으로 건전하다고 인정되는 자기자본비율 10%를 웃돌았다.
작년 9월 리먼 브러더스 파산 이후 불어 닥친 금융위기로 기반이 흔들릴까 우려해 집중적으로 증자에 나선 덕분이다. 당시 미쓰비시UFJ는 7900억엔, 미쓰이스미토모는 7000억엔, 미즈호는 3000억엔을 각각 모았다.
하지만 최근 주가가 상정 외로 떨어지면서 대형 금융그룹들 사이에선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작년 연말 8800포인트선에서 움직이던 닛케이225 지수가 7000포인트선마저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4일 도쿄 증시에서 닛케이225 지수는 7268.56으로 1982년 이후 26년만에 최저치까지 주저앉았다.
미쓰비시UFJ 관계자는 "주가가 7000포인트까지 떨어져도 자기자본비율은 10%대를 지켜낼 수 있다"면서도 "주식에서의 손실은 1300억엔이었는데 7000포인트 부근까지 내려간 이상 한층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주가하락으로 자기자본비율 10% 사수가 요원해지고 있는 것이다. 다른 대형 은행들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이들 대형은행들은 투자자들의 의혹을 신경 쓸 틈도 없이 앞다퉈 제2의 대규모 증자에 나서고 있다.
일본 최대금융그룹인 미쓰비시UFJ가 첫 테이프를 끊었다. 미쓰비시UFJ는 우선주발행을 위한 특수목적자회사(SPC) 설립을 발표했다. 올해 안에 자기자본을 늘리는데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회사는 정확한 증자액수는 밝히지 않았지만 "최대 3000억엔 규모가 될 것"이라는 것이 시장의 관측이다.
여기에 미쓰비시도쿄UFJ도 가세했다. 당초 2000억엔에 그칠 것이라던 증자 규모는 4500억엔으로 2배 이상 불어나 시장관계자들을 놀래켰다. 미즈호는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미화 8억5000만달러의 우선주를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은행은 "일본에서 투자자를 모으는 데는 한계가 있어 미국 유럽 등지로 시야를 넓혔다"고 밝혔다.
그나마 이들 대형은행은 우선주라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여건은 나은 편이다. 지방은행들의 사정은 심각하다. 대도시에 비해 열악한 지역경제 탓에 부실대출이 급증, 실적 악화로 신음하는 은행이 속출하고 있는 것.
닛코씨티그룹의 사이토 가나(齊藤佳奈) 지방은행 담당 애널리스트는"토픽스가 800포인트선에서 움직일 경우 2008년도 4·4분기(1~3월) 지방은행 전체 손실은 1조3390억엔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24일 도쿄 증시에서 토픽스는 730.28로 1982년래 최저를 기록, 이들의 상정치를 이미 훨씬 내려섰다.
일본 정부는 금융기능강화법을 활용해 이들 지방은행의 자본 확충을 돕기로 했지만 '뒷북'이라는 비난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들 지방은행들은 나름의 자구책으로 합종연횡을 시도하고 있다. 가가와(香川)현에 본거지를 둔 가가와은행과 도쿠시마은행이 오는 2010년 4월 합병할 계획이며 기후(岐阜)현의 주로쿠은행과 기후은행도 자본제휴를 발표했다.
가가와은행 관계자는 "합병할 경우 구조조정이 불가피해 고객들을 불안하게 할 것이 뻔하지만 이를 감수하고도 극약처방을 내리기까지는 많은 고민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일본의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정부 보호의 틀에서 소외된 지방은행의 경영 악화는 일본의 금융대란을 예고하는 불씨로 남을 전망이다.
배수경 기자 sue68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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