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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강, 죽어가던 개천서 호남경제 젖줄로 거듭난다

[江 경제성장의 핏줄] 영산강을 가보니
발원지부터 댐으로 갇혀 수질오염 심각.. 치수대책 사업으로 생태환경 일부 개선
주민들 "지역발전윈한 개발사업 대환영".. 전남-광주시 예산 논란은 풀어야 할 과제


광주 외곽에서 처음 만난 영산강은 작고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좁은 곳은 강 폭이 4∼5m에 불과하고 수심도 채 1m가 되지 않는다. 강 폭보다 넓어진 양옆 둔치에는 눈발을 머금은 풀숲이 색을 잃고 출렁인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강변 둔치에는 각종 비닐하우스와 무허가 시설물들이 오물을 내쏟고 있었다. 그나마도 얼마 전 시내로 이어지는 일부 구간의 치수대책사업이 완료되면서 모두 철거되고 생태환경이 나아졌다.

준설은 피한 채 퇴적토로 쌓인 흙과 모래만 덜어냈다. 필요한 곳에는 인공습지(백수지)를 조성하고 걷어낼 수 있는 콘크리트 구조물도 제거했다. 어도, 하천보 등 생태 시설물들은 최대한 자연형에 가깝게 설치했다.

전체 영산강 구간의 20%에 걸친 대공사였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개천으로 변한 호남의 젖줄 영산강을 살리기에 역부족인 것 같다.

물이 마른 강. 켜켜이 쌓인 퇴적물로 곳곳에 시뻘건 흙을 드러내며 악취를 풍기는 강은 생명을 상징하는 강으로서의 존재이유를 되묻고 있었다.

◇ 퇴적물 쌓이고 물은 말라..4대강 중 수질 최악 = 전남 담양군 용면에서 시작한 영산강 물줄기는 발원지에서부터 댐에 갇혀 영산강에 합류하지 못한다.

담양ㆍ장성ㆍ광주ㆍ나주댐 등 영산강유역의 4개댐 모두 농업용수로만 사용하도록 설계돼 농번기를 제외하곤 단 한 방울의 물도 방류하지 않기 때문이다. 상류에서 갇힌 물이 하류에서는 하구둑으로 막혀버리니 물의 흐름이 좋을 리가 없다.

조재육 영산강포럼 대표는 "댐을 막은 이후로 하천유지에 필요한 물이 고갈됐고 이때문에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며 "강 상류에 저류지를 조성해 홍수때를 대비하고 갈수기에는 물이 흐르도록 해야한다"고 말한다.

유량이 적다보니 갈수기 물의 오염도는 심각한 지경이다. 환경부가 지난 2003년부터 2007년까지 5년간 수질오염도를 측정한 결과 4대강 중에서도 영산강 수질은 최악이었다.

영산강 중류지역인 나주의 BOD(생물학적 산소요구량) 수치는 5.2㎎/ℓ다. BOD 수치는 금강(부여)의 2배, 낙동강(구미)의 3배다.

10년 전에 비해 수질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3급수로 고도정수처리를 해야만 식수로 사용할 수 있다. 설상가상으로 도심을 지나 광주천과 합류하는 지점에서부터는 수질이 더 나빠진다.

하류의 오염은 더 심각하다. 상류에서 흘러운 오염물질이 바다로 흘러가지 못하니 자연정화기능이 발휘될 리 없다.

임종태 전남도청 환경정책과장은 "영산강 하류인 영산호에서는 에스(S)자로 휜 물고기가 잡힐 정도로 수질오염이 심각하다"며 "영산강 살리기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퇴적물이 쌓여 강 폭이 좁아지고 수심이 얕아지다보니 홍수피해도 만만치 않다. 최근 10년간 영산강 지역 홍수피해는 집계된 것만 4700억원에 달한다.

◇ 영산강 살리기로 옛 영화 되찾을까 = 함평에서 무안, 영산강 하구언으로 이어지는 수로를 통해 영산강을 거슬러 올랐던 돛배가 사라진 것은 1970년대 후반이다. 80년대 들어서 하구둑이 생기면서 돛배는 자취를 감췄다.

영산포에 자리잡은 불꺼진 등대만 이 곳에 고깃배가 드나들었다는 옛 기억을 회상할 수 있게 해줄 뿐이다.

영산강 살리기에는 이미 전남도와 광주시가 나섰지만 예산문제로 지난해까지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4대강 정비사업'을 본격화하면서 영산강 살리기 프로젝트에도 활기가 돌고 있다. 지방에서 벌어지는 대형 프로젝트의 경우 사업의 성패는 중앙정부의 지원여부에 달렸다.

전남도가 2015년까지로 잡은 3단계 사업 중 오는 2012년까지 완료하겠다고 밝힌 2단계까지의 사업이 4대강 정비사업과 일맥상통한다.

영산강 하구둑에서 광주 광신대교에 이르는 83.6㎞ 구간은 폭 60∼70m, 수심 6m 수준으로 준설된다. 저지대 침수 등을 막기 위해 상류지역에는 홍수조절지도 만들어진다.

이참에 영산강 하구언도 손볼 계획이다. 뱃길복원에 필요한 영산호 배수갑문도 폭을 240m에서 480m로 키우고 폭이 6m에 불과한 통선문도 60m까지 확장할 예정이다. 영산호와 영암호를 잇는 연락수로를 10배 가량 키워 수량조절과 수질개선에 나선다.

반대의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 지역 시민단체인 영산강운하백지화시민행동은 "4대강 살리기가 대운하 프로젝트로 변질돼서는 안된다"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하지만 영산강 살리기가 남도의 젖줄 영산강에 새생명을 불어넣고 일자리창출, 지역발전까지 동시에 꾀할 수 있는 '진짜 사업'이라면 마다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김민진 기자 asiakmj@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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