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 대한 막대한 구제금융 자금 지원에도 불구하고 당초 정부의 구제책으로는 부실이 감당할 수 없이 확산되자 미 정부가 2차 금융위기 구제책 검토에 나서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정부가 1차로 지원한 구제 자금이 자산의 가치 하락으로 이어지며 사실상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씨티그룹은 작년 4분기 82억달러의 순손실을 내 5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A)도 18억달러 손실로 17년만에 첫 분기 적자를 냈다.
◆ 2단계 구제책 논의..정부 구제은행 설립
이 때문에 2단계 구제책으로 미 은행들의 부실자산을 사들이는 정부 은행을 설립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들이 금융위기에 대한 접근 방법을 바꾸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9월과 10월,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 정부들은 금융위기를 맞아 자국의 금융산업에 대한 구제금융을 실시했다. 당시 정부 당국은 이를 통해 자국의 금융시스템의 붕괴 위기를 피했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17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그 결과 시장은 더 많은 리스크를 지게 됐다는 점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난주 씨티그룹이 발표한 지난해 4분기 86억달러에 가까운 손실 기록은 이같은 미국 정부의 구제금융 정책이 실패했고 경제위기가 더 심화되었다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와 함께 미 정부는 BOA에 1180억달러의 부실자산에 대한 보증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 은행 융자 중단..시중에 돈이 돌지 않아
결국 납세자들은 어쩔 수 없이 정부의 정책에 대한 신뢰를 강요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실질적인 문제는 정부 당국이 수백, 수천억달러의 구제금융 자금 투입에도 불구하고 정작 돈이 돌지않고, 신용이 시장에 공급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돈구경을 하지 못하는 기업들과 개인들은 신용 부족을 호소하고 있고 경기는 침체를 거듭하고 경제는 몰락을 항해 가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이같은 혼란의 원인은 정부 당국의 정책 시그널이 금융업계에 효과적으로 잘 전달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구제금융을 공급하면서 융자를 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은행들은 선뜻 융자를 하기 보다는 차일피일 미루며 버틸 수 밖에 없었다.
최악의 금융시장의 혼란기에 살아남기에 급급할 수 밖에 없는 은행들은 자산건전성 비율이 확보되기까지는 부실을 키울 가능성이 있는 상태에서 자금을 선뜻 내놓지 않으려 하는 것은 당연하다.
◆ 정부 보증으로 위험자산 줄이는 방식 도입
이같은 상황을 인식한 미국 등 각국 정부들은 뒤늦게 새로운 정책적 도구를 도입키로 했다.
대부분의 은행들은 당연히 살아남기 위해 현금을 쌓아두고 자기 자본을 늘리려고 한다.
그동안 미국 재무부 정책은 대부분의 은행들이 자산을 매각할 때 큰 손실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므로 정부가 대신 이들 부실자산을 사주고 그 대가로 현금을 지급해 자기 자본을 늘려준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미 정부가 BOA에 지원한 것은 대부분 자산 부분의 부실에 대해 정부가 지급보증을 제공하는 방법이다.
즉 현금을 크게 투입하지 않고 보증을 공급해 전체 자산에 포함된 위험자산을 줄여줌으로써 자산의 건전성을 높이겠다는 방법이다.
◆ 시장 유동성 공급..효과는 여전히 미지수
또 영국 정부도 모기지관련 증권과 기업들의 회사채에 대해 정부보증을 해주기로 했다. 다만 이는 새로운 융자에만 해당되고 과거부터 이어져온 융자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점이 한계다.
다른 정부들에서도 이와 유사한 조치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물론 어떤 방법이든 결국 부실자산을 재무제표에서 줄여주는 것에 초점을 맞춰 자본비율을 건전화시켜 대출을 일으키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같은 조치가 과연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는 현재로서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이것 이외에 대안이라면 정부가 부실자산을 떠안고 모든 은행들을 국유화시키는 것밖에 없다. 이같은 사례는 지난주 아일랜드 정부가 일부 은행에 대해 국유화를 실시한 것으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금융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또다른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과거 몇주간의 상황을 보면 여전히 낙관하기 힘든 상황이며 과연 이같은 정책적 발상 전환을 통해 시장에 자금이 흘러들어갈 수 있을 지 또한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노종빈 기자 unt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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