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12일 아소 다로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갖고 경제위기 극복 문제를 집중 논의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실물경기 침체로 빠르게 전이되면서 양국의 협력 강화가 절실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특히 아소 총리의 방한에 일본을 대표하는 재계 인사들이 대거 동행한 것도 이같은 대목을 반영한 부분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세계 경제위기를 맞이해서 양국 협력이 더욱 중요해졌다"며 "앞으로 역내 협력은 물론 국제관계에서 양국이 긴밀히 협력하고 양국이 세계경제 회복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아소 총리 역시 "올해는 금융, 경제, 북한 등 여러 가지 의미가 매우 중요한 해"라면서 "양국이 긴밀하게 상의해 가면 반드시 좋은 결과를 맺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적극적인 공조 의사를 나타냈다.
양국 정상은 이와 관련, 부품소재산업 분야에서의 협력 강화와 중소기업간 교류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특히 부품소재산업의 협력은 대일무역 역조 개선을 위해 매우 중대한 사안이다. 한국은 부품소재산업 분야에서 일본기업의 진출 확대를 위해 지난해 11월 일본기업 투자유치 로드쇼를 개최한 것은 물론 12월에는 구미를 최종 입지로 확정하고 포항, 부산진해자유무역지대, 익산 등을 조건부 입지로 결정한 바 있다.
양국은 또한 중소기업협력 방안과 관련, 지난해 4월 한일정상회담 합의에 따라 6월과 11월 각각 동경과 서울에서 중소기업 정책대화를 개최한 데 이어 2009년 여름 동경에서 한일 중소기업 CEO포럼을 개최할 예정이다.
한일 정상은 또한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협력 의지도 재확인했다. 특히 오는 4월 런던에서 열리는 제2차 G20 금융정상회의에서의 공조는 물론 한국의 금융안정포럼(FSF) 가입에 대한 일본의 적극적 지원을 이끌어낸 것도 중요한 성과다.
아울러 동아시아의 위기대응 강화를 위해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 다자화 공동기금 조성 및 규모 확대에 뜻을 함께 한 것도 눈여겨볼만한 대목이다. 이와 관련, ASEAN 국가들과 한중일 3국은 지난해 5월 800억 달러 규모의 기금 조성에 합의한 바 있다.
다만 이번 회담에서는 독도영유권 문제와 과거사 등 양국간 민감한 문제들이 공식 의제에서 배제돼 매듭을 짓지 못한 대목은 아쉬움을 남겼다. 한일 정상은 이와 관련, 과거보다는 미래를 향해 나가자면서 "가깝고도 가까운 나라가 돼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됐지만 휘발성이 큰 과거사 문제가 또다시 불거진다면 양국간 협력의 걸림돌도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성곤 기자 skz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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