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중수부, 박 회장 가족.지인 계좌추적
검찰과 박연차(63·구속) 태광실업 회장, 정대근(64·구속) 전 농협회장이 휴켐스 헐값 인수를 둘러싼 로비의혹을 두고 법정에서 맞붙었다.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민병훈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박 회장 변호인은 "20억원을 건넨 것은 맞지만 휴켐스 인수와는 관련이 없었고, 평소 농협을 위해 일한 정 회장을 돕자는 뜻이었다"며 뇌물공여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박 회장 측은 "정 회장 측에 편의와 도움을 명시적으로 요청하지 않았으며 휴켐스 인수 과정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 태광실업과 농협 직원들이 일부 미리 협의를 했지만 이 또한 태광실업이 낙찰받을 경우 원활한 인수를 진행하기 위해서였다"라고 주장하며 입찰방해 혐의도 부인했다.
서울의 한 호텔에서 박 회장에게서 100만원권 수표 2천장, 즉 20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정 전 회장의 변호인은 "돈을 받았지만 수사가 시작되기 전에 돌려줬고 휴켐스 매각과는 관계없는 돈이었으며 매각에 구체적으로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입찰방해 혐의로 정 전 회장과 함께 구속기소된 오세환 농협중앙회 전 상무 측은 "비록 입찰정보를 제공하긴 했으나 농협의 이익을 위해 최대한 높은 값을 받으려 노력했고 그 결과 태광실업 측으로부터 항의와 욕설까지 들어야 했다"며 혐의를 인정하고 선처를 호소했다.
검찰은 "정 전 회장이 박 회장으로부터 받은 돈을 측근 차명계좌로 관리하다 현대차 사건으로 구속된 2006년 8월 반환했고 1심에서 무죄 석방되자 다시 20억을 받았다. 그 후 5억여원은 주식 투자 등으로 소진하고 나머지 돈도 박 회장에 대한 국세청 세무조사가 시작되자 돌려줬다"고 반박했다.
이날 정 전 회장은 재판부에 "억울한 일이 없도록 잘 보살펴달라"고 고개를 숙였고 박 회장은 재판부가 발언 기회를 줬지만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한편 대검 중수부는 박 회장이 여ㆍ야 정치인과 고위 관료 등에게 거액의 금품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가족과 주변 인물의 계좌를 계속 추적하고 있으며 세종증권 미공개 정보 이용 의혹이나 휴켐스 매매 배임 의혹 등 여죄 수사를 이달 안에 정리할 계획이다.
김진우 기자 bongo7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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