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말미 국내 골프계 최고의 화두는 12일 막을 내린 KB국민은행 스타투어 4차전의 '총상금 변동 해프닝'이었다.
국민은행측이 대회를 며칠 앞두고 총상금 1억원을 증액해 대회를 여자프로골프 58년 역사상 초유의 5억원짜리 '빅매치'로 치르겠다고 발표한 것. 하지만 국민은행측은 실컷 자랑만 늘어놓다가 개막 이틀 전에 갑자기 총상금을 4억원으로 환원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여자프로골프협회(KLPGA)측은 부랴부랴 보도자료를 돌리고 홈페이지를 수정하는 등 엄청난 혼란이 야기됐다.
물론 국민은행측의 주먹구구식 대회 진행에 대한 언론의 집중적인 포화도 쏟아졌다. 사태가 확산되자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대회 하루전 프로암 대회에서 "당초 약속한대로 5억원으로 대회를 치를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국민은행에서 올해 창설한 스타투어는 사실 국내여자골프의 르네상스 시대를 연 원동력으로 골프계로서는 의미가 큰 대회이다.
우선 연간 4개 대회를 치르는 독자적인 미니투어 형태를 갖췄다는 점에서 골프마케팅의 새로운 시도로 높이 평가됐다. 여기에 2, 3차 대회를 각각 부산과 함평에서 치르면서 지방 골프문화의 활성화에도 큰 기여를 할 것이라는 기대치까지 부여됐다.
이 투어는 그러나 대회가 진행될수록 참신한 아이디어는커녕 구태의연한 진행으로 스포츠 마케팅 측면에서는 낙제점을 받았다.
대다수 대회가 차별화를 위해 챔피언 반지나 색다른 우승 재킷, 지역 주민과의 연계, 빅스타 초청 등 다양한 시도를 연출한데 반해 이 투어만큼은 효과적인 마케팅에는 관심 조차 없는 듯 '그들만의 대회'로 치러졌다.
이번 사태 역시 '예고된 해프닝'이었다. 국민은행측은 '대행사인 (주)다우가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않고 성급하게 일을 처리한 결과'라며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하지만 국민은행측의 이같은 태도는 자사의 대회에 대해 최고 상금 대회 창설이라는 보도가 연이어지고 있는 마당에 아무도 이 사실을 몰랐다는 것은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국민은행 조직의 어설픈 치부를 그대로 드러냈을 뿐이다.
막판 강 행장의 지시에 의해 총상금이 다시 증액된 점 또한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준비된 마케팅으로 차곡차곡 대회의 효과를 높이려는 것이 아니라 '최고 상금대회'에 급급해 억지로 욕심을 부리다 사태가 불거지자 최고위층의 즉흥적인 결정에 의해 일을 무마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해프닝을 보면서 국내 최대 규모의 은행이 이런 작은 행사(골프계로서는 큰 이벤트이지만) 하나에도 쩔쩔매면서 어떻게 수백조의 국민 자금을 운용하고 있는지 사뭇 궁금하다.
골프계로서는 어쨌거나 수십억원의 막대한 돈을 '아무 생각없이 쓰는' 국민은행이 무척 고맙기는 하다.
골프전문기자 golfkim@ak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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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준 golfkim@newsv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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