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제일기자
3·1절을 앞두고 독립운동가 유관순 열사를 희화화한 생성형 인공지능(AI)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게시돼 논란이 일고 있다. 시민들과 유족 측은 "선을 넘은 조롱"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으며, 역사 왜곡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26일 연합뉴스는 한 틱톡 사용자가 지난 22일부터 하루 간격으로 유관순 열사를 소재로 한 연이어 게시한 3편의 AI 영상에 대해 소개했다. 해당 영상들의 누적 조회 수는 20만 회를 넘어섰다.
이 영상은 생성형 AI 기술로 제작됐다. 제작에 활용한 모델은 오픈AI의 영상 생성 AI '소라(Sora)'로 알려졌다. 콘텐츠에는 열사가 방귀 뀌는 장면, 일장기를 향해 애정을 표현하는 설정, 상반신은 열사·하반신은 로켓 형태로 묘사된 장면 등이 담겼다. 특히 마지막 영상에서는 '유관순 방귀 로켓'이라는 자막과 함께 우주로 솟구치는 장면이 연출됐다. 해당 영상은 열사가 3·1운동 이후 서대문형무소 수감됐을 당시 촬영된 수의(囚衣) 차림 사진을 기반으로 AI가 복원한 이미지를 활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제의 고문으로 부어 있던 얼굴이 AI 기술로 재현된 뒤 희화화에 사용한 것이다.
유관순 열사는 1919년 3·1운동에 참여했다가 체포돼 혹독한 고문을 당한 끝에 17세의 나이로 옥사했다. 순국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인물을 조롱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비판 여론이 거세다. 영상을 접한 시민들은 "유머로 받아들일 수 있는 선을 넘었다"는 반응이다. 한 시민은 "향후 열사가 일장기에 경례하는 모습 등이 만들어질 경우, 이를 실제 역사로 오인하는 사람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관순 열사의 조카손녀이자 유관순열사기념사업회 천안지회장을 맡은 유혜경 씨도 "가슴을 칼이나 송곳으로 찌르는 듯 아프다"며 "후손들은 선열의 업적이 가려질까 조심하며 살아왔는데 국가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국내에서 AI 기술은 독립운동가의 생전 모습을 복원해 역사적 인물에 대한 관심과 보훈 의식을 높이는 데 활용돼 왔다. 하지만 이번 사례처럼 위인을 희화화하거나 깎아내리는 용도로 쓰일 경우, 기술의 사회적 책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에서도 유사한 논란은 이미 공론화됐다. 오픈AI는 지난해 10월, 영상 생성 AI에서 마틴 루서 킹 주니어 목사 이미지를 활용한 영상 제작을 차단했다. 일부 사용자가 고인을 모독하는 콘텐츠를 생성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킹 목사가 1963년 "I Have a Dream" 연설 도중 인종차별적 언행을 하는 것처럼 조작된 허위 영상이 확산하며 문제가 됐다. 역사학계는 이 같은 '조롱성 복원 영상'뿐 아니라, AI가 지닌 구조적 한계도 지적한다. 질의응답 방식의 AI 서비스 특성상 잘못된 정보가 전달되더라도 이용자가 이를 즉각적으로 걸러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편, 실제로 1932년 상하이 훙커우 공원 의거와 관련해 윤봉길 의사가 던진 폭탄의 형태를 두고 AI가 처음에는 '도시락 모양'이라고 답했다가, 재확인 요청에 '물통 모양'이라고 정정하는 사례도 있었다. 작은 오류라도 반복될 경우 역사 인식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AI 기술이 공익적 방향으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위인·역사 인물 이미지 사용에 대한 가이드라인과 기술적 차단 장치가 필요하다"며 "특히 3·1절과 같은 국가적 기념일을 앞두고 역사적 의미를 훼손하는 콘텐츠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