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공개한 금통위원 6개월 금리전망, '동결 우세'
국민연금 역할 통한 환율 기대쏠림 완화, "수급 요인 개선"
부동산 안정, 공급·세제·수도권 집중 해결해야
한국은행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0%로 올려잡았다. 기준금리는 금융통화위원 전원 일치로 동결(연 2.50%)했다. 이번 금통위부터 도입된 'K-점도표(dot plot)' 방식 금리 전망을 통해선 상당 기간 금리 동결 기조가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시장 일각에서 이어지던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안도로 바뀌었다.
매파 우려 1월 대비 완화적 시그널…K점도표 "6개월 후 동결" 전망 우세
한은은 이번 금통위부터 금통위원들의 조건부 기준금리 전망인 '포워드 가이던스'에 6개월 시계의 K점도표를 도입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를 포함한 7명의 금통위원이 6개월 후 금리 전망에 대해 베이스라인과 상·하방 리스크를 고려해 각 금리 수준에 점 3개를 찍는 방식이다. 3개 모두 동일한 금리 수준에 제시할 수도, 서로 다르게 찍을 수도 있다. 총 21개 점의 분포를 통해 향후 금리에 대한 금통위원의 견해를 가늠할 수 있다.
K점도표 방식의 금통위원 금리 전망에 따르면 총 21개의 점 가운데 16개가 6개월 후에도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전체의 76% 수준이다. 6개월 뒤 기준금리 인하(2.25%)를 예상한 점은 4개다. 점 1개는 2.75%를 예상해 현재보다 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이 총재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이에 대해 "2.25%로 금리를 (현 수준보다) 낮게 제시한 경우(점 4개)는 성장률이 K자형 회복세라 부문 간 회복 속도 차이가 커서 아직도 성장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었다"며 "6개월 후에는 환율과 주택시장의 금융 안정 상황이 지금보다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 역시 반영한 것으로 짐작한다"고 설명했다. 2.75%에 찍힌 점(1개)은 유가와 환율 변동에 따른 물가 상승 우려로 짐작했다. 기존 3개월 포워드 가이던스에서는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논의가 없었다고 밝혔다.
시장에선 성장률을 2.0%로 상향 조정했으나 예상 범위라는 점, 내년은 0.1%포인트 내려 잡았다는 점 등에서 점도표상 인상 가능성이 크지는 않다고 봤다. 이 같은 경제전망에서 인상에 점 1개가 찍힌 것은 '가장 매파(통화긴축 선호)적인 금통위원에 의한 매파적 시나리오'여서 실제 인상 가능성은 희박하단 얘기다. 오히려 인하에 4개가 찍힌 건, 적어도 2명은 인하 가능성도 일부 있다고 본 것이므로, 금리 인상 가능성과 관련해선 우려보다는 안도하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상당 기간 금리 동결 기조가 이어질 수 있다는 신호는 여러 곳에서 나왔다. 이 총재는 금리의 상하방 조정 요인이 줄어든 것 아니냐는 질문에 점도표 분포를 언급하면서 "현시점에서 적어도 6개월 사이에는 올리거나 내릴 가능성이 (배제는 못 하지만) 적은 것 아니냐는 해석은 (점도표상) 금통위원들의 의견을 잘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시장 금리 레벨이 과도하다는 지적 역시 총재 발언으로 공식화했다. 이 총재는 "최근 약 1개월 동안 3년 만기 국채금리와 기준금리 간 격차가 60bp 이상으로 커졌는데, 그 격차는 금통위원들이 동결기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에 비해 거의 인상기 근처로 가는 가까운 수준"이라며 "한은 내부에서는 그 스프레드가 과도한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 금리가) 이렇게 높아진 데는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한 우려, 최근 증시 활황으로 채권시장에서 주식시장으로 가는 머니무브, 추가경정예산안(추경)에 관한 논의 등이 주는 우려 등이 복합 작용했을 텐데, 저희(금통위원) 바람은 적어도 금리 정책에 관한 불확실성은 이번에 발표한 6개월 포워드 가이던스를 보고 판단해 시장에서 좀 조정이 있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반도체가 이끈 성장률 상향…비IT와 격차 확대
이날 한은이 발표한 2월 경제전망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은 지난해 11월 전망 수준보다 0.1%포인트 높은 2.0%를 나타냈다. 미국 관세 영향과 건설투자의 더딘 회복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경기 개선세 확대, 예상보다 양호한 세계 경제 흐름 등에 힘입은 결과다.
올해 분기별 성장률 전망(전 분기 대비)은 1분기 0.9%, 2분기 0.4%, 3분기 0.4%, 4분기 0.4%로 제시됐다. 올해 1분기 중에는 소비가 회복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수출도 반도체를 중심으로 강한 증가세가 나타나는 데다, 전분기 역성장(-0.3%)의 기저효과가 투자 부문을 중심으로 나타나면서 성장률이 당초 예상(0.3%)을 상당폭 상회해 1%에 근접(0.9%)할 것이란 전망이다. 2분기 이후에도 소득 여건 개선 등으로 소비 회복세가 완만하게 확대되고 글로벌 인공지능(AI) 투자 호조, 예상보다 양호한 세계 경제 흐름 등으로 수출 증가세가 이어짐에 따라 양호한 성장 흐름이 나타날 전망이다.
한은은 다만 건설 등 비IT부문의 미약한 회복이 성장을 일부 제약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총재는 "성장 전망 상향 조정에도 비IT 부문 성장률은 지난해 11월 전망과 동일한 1.4%를 유지하는 점을 고려할 때, IT와 비IT 부문 간 격차는 오히려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환율 기대쏠림 완화, "수급 요인 개선"…외국인 국내주식투자 비중, 추가로 늘릴 수도
내국인의 해외투자 수급 요인은 많이 개선됐다는 평가다. 국민연금이 해외투자 규모 축소 및 환 헤지 계획을 밝히며 큰 역할을 했고, 이에 따라 기대가 변화하면서 수출 업체 환전 등이 늘며 환율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지난해 통계를 보면, 내국인 해외 투자가 이전에 비해 3배 정도 크게 늘었다"며 "특히 10~11월에 크게 늘었고, 개인 투자자의 해외 투자가 빠른 속도로 늘었다"고 짚었다. 지난해 상장지수펀드(ETF) 투자까지 포함하면 개인의 해외 투자 규모는 국민연금을 넘어섰다. 그는 "개인의 해외투자 규모가 늘면서 수급 요인과 함께 '1500원대로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가 환율을 이끌어간 면이 있었다"며 "이로 인해 펀더멘털 얘기보다 '수급 요인이 외환시장에 압력을 줬다'는 얘기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민연금이 몇 주 전 올해 해외 투자를 200억달러 이상 낮추겠다, 환 헤지도 하고 유연하게 해외 투자를 하겠다는 발표를 한 것이 크게 기여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수급 쏠림 기대가 완화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레벨이 낮아지니까 그간 경상수지 흑자 등으로 기업이 (또 개인이) 갖고 있던 달러를, 팔지를 않고 대차만 하고 있던 물량을 최근 몇 주 팔기 시작하고, 이게 수급 요인으로 환율을 낮추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어제, 오늘만 해도 원화는 달러화, 엔화와 디커플링 되는 모습"이라고 짚었다.
다만 개인의 해외투자 규모는 여전히 상당한 수준이다. 이 총재는 "1월부터 2월 중순까지 ETF를 포함한 개인의 해외투자는 지난해 10, 11월 굉장히 컸던 수준과 거의 같은 비율로 나갔다"며 "이런 해외 투자 자금이 외환시장의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으나, 다만 최근 기대 쏠림 완화에 지난 몇 주는 개인 투자자 나가는 것도 좀 줄어드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최근 국내 증시에서 대규모 차익 실현에 나서고 있는 외국인 움직임에 대해서는 투자 비중을 늘려 추가로 들어올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언급했다. 이 총재는 "외국인의 주식 투자 작년 초에 많았는데, 주가가 올라가기 시작한 작년 말과 올해 1, 2월 이익을 실현하는 움직임이 있었다"며 "이는 외국인이 한국에 대한 투자 비중을 아직 늘린 것이 아니라 갖고 있던 것의 가치가 올라가 일부 이익 실현을 한 것이므로, 나중에 우리 시장이 더 탄탄해지면 투자 비중을 늘리며 추가로 들어올 가능성도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짚었다.
외국인이 국내 주가 상승으로 평가이익이 늘자 위험 관리 차원에서 헤지를 진행한 점 역시 눈에 띄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환율이 빨리 안 내려온 이유 중 하나가 외국인이 주식 투자 액수가 커지자 이익 고정을 위해 일부를 헤지하면서 달러 수요가 늘어 환율이 오히려 위로 올라간 그런 영향이 있었다"며 "일각에선 헤지를 마치 손해 보는 것처럼 얘기하는데, 이걸 비용으로 생각하지 말고 어느 정도 이익을 얻었으면 헤지를 해 이익을 실현하는 것도 상당히 중요하다고 본다. 이런 면에서는 외국인 투자자한테 배울 것도 있다"고 덧붙였다.
부동산 안정, 공급·세제·수도권 집중 해결해야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선 공급과 세제, 수도권 집중 등이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최근 데이터를 보면 정부 정책 이후 서울 주택 가격 오름세가 진정되고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런 변화가 주택시장의 장기적 안정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수요를 컨트롤하는 거시 건전성 정책과 함께 공급, 세제(관련 대책이 필요하고), 궁극적으로는 모든 사람이 서울로만 계속 오게 되면 아무리 집을 많이 지어도 해결이 안 되기 때문에 수도권 집중 현상을 완화해야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따라서 정책이 일관적으로 오랜 기간 집행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부동산 세제 개선은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부동산 대출을 통한 가계 대출이 너무 늘어나 우리 금융안정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왔기 때문에 가계 대출과 부동산 담보 대출을 줄여야 한다"며 "세제 측면에서도 부동산 가격을 잡으려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세제 형평성을 위해서 부동산에 대한 세제가 다른 데보다 낮아서는 이런 자금 쏠림이라든지 비생산적인 부분으로 자금을 해결할 수 없다. 이런 전체적인 노력이 계속 지속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경상흑자 전망 대폭 상향 '1700억달러'
한편 이날 경제전망에선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지난 전망경로를 크게 상회하는 1700억달러로 예상됐다. 직전 전망치인 1300억달러를 큰 폭으로 웃도는 수치다. 사상 최대 흑자를 기록한 지난해 성적(1231억달러) 역시 훌쩍 웃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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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수지가 반도체 가격의 큰 폭 상승 등으로 흑자 규모를 크게 늘릴 전망이다. 한은은 2월 경제전망에서 올해 상품수지 흑자 규모를 1896억달러로 예상했다. 직전 전망(1386억달러)을 대폭 상회하는 수준이다. 다만 서비스수지는 경기회복에 따른 산업서비스 특허사용료 등 수요 증가, 디지털서비스 플랫폼 구독료 지출 증가 등으로 적자 폭이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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