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눈치에 멈춘 공항 선진화
유료 패스트트랙, 국민 정서 이유로 방치
이학재 사장 사직으로 리더십 공백까지
전문가 "공항이 정치권·시민 사회 설득해야"
유료 패스트트랙(출국 우대출구)은 공항 혼잡도를 낮추고,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글로벌 공항에서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여객 실적 기준 세계 30대 공항 중 인천국제공항만 유일하게 '유료 패스트트랙'을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이 이른바 '국민 정서'를 이유로 제동을 걸면서 공항 선진화와 혼잡도 개선 시스템이 뒷걸음질 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인천공항은 지속해서 유료 패스트트랙 도입을 추진해 왔으나, 국토교통부와 정치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한국공항공사 역시 도입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지만, 지난해 이후부터 정부와의 협상은 사실상 진행이 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패스트트랙은 별도의 게이트를 통해 보안 검색과 출입국 심사를 먼저 진행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현재 인천공항에선 교통약자, 다자녀 가구 등에만 패스트트랙을 제공하고 있다. 이 같은 시스템을 누구나 비용을 지불하고 누릴 수 있게 해 혼잡도를 분산시키자는 것이 인천공항의 목표다.
이학재 전 인천공항 사장은 지난해 말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인천공항은 세계 최고의 공항이고 서비스 부문은 특히 최고라 할 수 있지만 유일하게 유료 패스트트랙을 시행하지 않아 질이 낮다"며 "정부와 정치권에 계속 얘기하고 있는 데도 잘 안 된다. 이 부분을 임기 내 꼭 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이 전 사장이 이날 퇴임식을 갖고 공식적으로 사장직에서 물러나면서 패스트트랙 등 선진화가 시급한 인천공항에 리더십 공백까지 생긴 상황이다.
정치권이 난색을 보이는 표면적인 이유는 '위화감 조성'이다. 특히 최근 공항 내 연예인 과잉 경호 등 특혜 논란이 잇따라 불거지며 여론이 악화한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돈을 내면 빨리 나갈 수 있다는 개념이 공공재 성향을 띄는 공항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정책 동력을 잃은 셈이다.
정부와 정치권의 눈치 보기로 인천공항의 선진화가 뒤처지고 있는 가운데 완전 자동화 출입국 시스템을 빠르게 도입해 여객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공항도 있다. 싱가포르의 창이공항은 FAST(Fast and Seamless Travel) 시스템을 통해 체크인과 수하물 접수부터 출입국 심사와 비행기 탑승까지 모두 자동화했다. 싱가포르 국민이나 거주자는 여권을 꺼낼 필요도 없이 안면 정보와 홍채 정보를 통해 빠르게 수속할 수 있다. 외국인도 처음 입국 시 한 번만 정보를 등록하면 출국과 재방문 시 여권을 꺼낼 필요가 없다.
전문가들은 패스트트랙을 단순한 특혜가 아닌 '수요 관리'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규왕 한서대 항공운항과 교수는 "유료 패스트트랙은 특혜가 아니라 혼잡을 관리하기 위한 수요 분산 목적으로 사용돼야 한다"며 "패스트트랙으로 일정 비율의 승객이 분산되면 혼잡 시간대의 전체적인 대기시간을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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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무분별한 유료화보다는 사회적 합의가 우선이라는 조언이다. 김 교수는 "전면 유료화가 아니라 교통약자 보호와 공공성을 전제로 한 제한적·조건부 도입이 바람직하다"며 "수익이 목적이 아닌 혼잡 완화가 목적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천공항 고위 관계자 출신 인사는 "패스트트랙 도입으로 발생하는 수익을 출입국 심사 시스템 고도화에 재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는 등 공사 측에서도 유연하고 전략적으로 접근해 정치권과 시민사회를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최영찬 기자 elach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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