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서인턴기자
인기 공연과 스포츠 경기 티켓을 대량으로 확보해 되판 온라인 암표상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이들은 매크로 프로그램과 이른바 '직접 예약 링크'까지 활용해 수년간 조직적으로 범행을 이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직링 프로그램과 매크로 프로그램 화면. 부산경찰청
부산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업무방해 및 정보통신망 침입 등 혐의로 A씨 등 5명을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고 2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30대 남성 A씨 등 3명은 2022년 7월부터 2025년 11월까지 약 3년4개월 동안 가족과 지인 명의 계정 4개를 이용해 프로야구 시즌권을 구매한 뒤 선예매 권한을 활용해 총 1만8300장의 티켓을 확보했다. 이들은 이를 7400여 차례에 걸쳐 온라인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되팔아 약 7억3000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시즌권 보유 시 다수의 티켓을 일반 예매보다 먼저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해 일부 티켓을 정가 대비 최고 50배 이상 높은 가격에 판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다른 암표상인 20대 남성 B씨는 예매 시작과 동시에 바로 접속할 수 있는 '직접 예약 링크(직링)' 프로그램을 사용해 2023년 10월부터 2025년 8월까지 약 2년간 3360장의 티켓을 확보한 뒤 재판매해 1억3000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직접 매크로 프로그램을 제작해 활용한 사례도 확인됐다. 20대 남성 C씨는 좌석 자동 선택, 반복 클릭, 취소표 감지, 결제까지 가능한 매크로 프로그램 3종을 만들어 2025년 5월부터 두 달간 티켓 55장을 확보해 되팔았고 이를 통해 약 800만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온라인 중고 거래 커뮤니티 모니터링 과정에서 다수의 티켓을 반복적으로 판매하는 계정을 포착해 수사에 착수했다. 압수수색 과정에서는 판매 내역과 수익금이 정리된 장부도 발견됐다.
경찰은 이들로부터 총 8억7000만원 상당의 불법 수익에 대해 추징 보전을 완료했다.
경찰 관계자는 "온라인 암표가 개인의 일탈이 아닌 기술을 악용한 구조적·반복적 범죄로 확인됐다"며 "예매·재판매·유통 단계에 대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