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영기자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을 둘러싼 중·일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다음 달 중국발 일본행 항공편 2000편 이상이 잇따라 취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정부의 사실상 경제 보복 기조에 맞춰 항공사와 여행사들이 운항 축소에 나선 영향으로 풀이된다. 중국인 관광객 증가세가 꺾이면서 교토 등 주요 관광지의 숙박 요금도 급락하는 등 일본 관광 산업 전반이 직격탄을 맞는 모습이다.
일본 후지산. 일본정부관광국(JNTO)
22일 중국 펑파이 신문은 중국 항공 데이터 '항반관자 DAST' 자료를 인용해 내년 1월까지 중국발 일본행 항공편 가운데 약 40.4%에 해당하는 2195편이 운항 취소됐다고 전했다.
이 가운데 46개 노선은 오는 23일부터 내년 1월5일까지 2주간 모든 항공편이 취소돼, 취소율 100%를 기록했다. 특히 상하이 푸둥·훙차오 공항의 일본 노선은 총 14개 노선이 전면 중단되면서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
일본 도쿄 긴자의 중국인 관광객. 연합뉴스
취소된 항공편이 연결하는 중일 양국의 공항은 총 38곳에 이르며 이번 사태로 인해 약 44만명 이상의 여행객 일정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 항공사들은 당초 오는 31일까지였던 일본행 항공편 무료 취소·변경 조치 지원 기간을 내년 3월까지 연장하기도 했다. 중국 항공사들이 일본 노선의 무료 취소 및 변경 제도를 시행하면서 항공편 취소는 이달 말까지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사태의 배경에는 지난달 7일 다카이치 일본 총리의 국회 발언이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당시 "대만 유사시 일본이 개입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며 중일 갈등이 빚어졌다.
중국은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이 자국의 '핵심 이익 중의 핵심 이익'인 대만 문제에 개입했다고 판단하고 경제 보복 조처의 하나로 같은 달 14일 중국인 관광객과 유학생의 일본 방문을 자제하도록 했다. 중국은 또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 통보, 일본 영화나 공연에 대한 한일령(限日令) 등 경제적인 압력 조치를 차례로 취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연합뉴스
일본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교토 등 중국인 관광객이 주로 찾는 관광지의 숙박비도 급락했다. 지난 21일 일본 현지 매체 TBS뉴스에 따르면 최근 교토 시내 중심부 호텔의 1박 요금은 최근 1만엔(약 9만5000원) 수준으로 하락했다. 일부 숙소는 3000엔(약 2만8000원)까지 가격을 낮춘 것으로 전해졌다.
교토 시내 주요 호텔의 평균 객실 단가는 코로나19 기간 일시적으로 하락했지만, 지난해 2만195엔(19만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에도 평균 2만601엔(19만5000원) 수준을 유지했다. 이와 비교하면 현재 숙박 요금은 절반 이하로 내려간 셈이다.
항공·여행 분석가 토리우미 타카로는 TV아사히에 "중국인 관광객의 취소가 나오고 그것을 다른 관광객이나 일본인으로 가득 채우지 못하면서 가격을 낮춰 판매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